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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수) 국회 도서관
고이데 히로아키 박사의 '공존의 과제 탈핵' 강연이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됐습니다.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강연회에 함원신 선생과 이상홍 사무국장이 다녀왔습니다.
200여명의 청중이 참가한 가운데 3시에 시작한 강연이 질의응답까지 7시가 넘도록 진행됐습니다.
핵문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강연이었습니다.
사무국장이 메모한 강연 내용을 간추려 올립니다.
-미국의 맨하탄 계획에 의해 제조된 핵폭탄은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인 아라모골드에서 최초로 실험이 이뤄졌다. 그날은 포츠담회담이 진행되고 있었고 미국의 대통령은 실험성공을 전달 받았다. 그리고 영국 수상에게 “이제 세상은 우리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10만 명의 과학자 및 기술자가 핵폭탄 제조에 동원됐고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핵실험을 참관한 이들은 태양보다 뜨거웠다고 한다.
그리고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인류 최초로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에 핵폭탄이 투하됐다. 히로시마는 우라늄탄이며 나가사키는 플루토늄탄이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에 사용된 우라늄의 양은 800g이다. 작은 생수병 크기의 우라늄이 엄청난 살상의 파괴력을 가져왔다.
-미국은 맨하탄 계획을 추진하면서 두 가지 경로로 핵폭탄 제조에 들어갔다. 1. 천연우라늄에 0.7% 존재하는 핵분열성 우라늄(235U)를 농축시켜 핵폭탄을 제조하는 경로와 2.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핵분열 시킨 후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하여 핵폭탄을 제조하는 경로를 동시에 추진했다. 플루토늄탄을 제조하게 된 계기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즉, 원자로는 플루토늄탄 제조를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원자로는 결코 평화적인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핵폭탄의 3대 기술은 우라늄 농축, 원자로, 재처리 이다.
그리고 핵폭탄 제조과정에서 남겨지는 부산물이 열화우라늄과 감손우라늄이며 현재 미국은 이것을 가지고 열화우라늄탄을 만들어 걸프전쟁 등 중동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다.
-해외에 있는 분들이 질문한다. 일본은 피폭국가인데 왜 핵발전을 하는가? 라고. 그러나 질문이 틀렸다. “피폭국인데”가 아니라 “피폭국이니까” 핵발전을 했다. 핵의 파괴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일본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피폭자들도 핵무기는 반대했지만 핵발전은 찬성했다. 원자력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1954년 7월 2일자 마이니치신문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중략) 전기요금 2천분의 1이 된다. (중략) 핵발전에는 화력발전처럼 대형 공장이 필요하지 않고, 대형굴뚝도 저탄장도 필요 없다. 또 매일 석탄을 날라오고, 재를 버리기 위한 철도나 있으면, 보일러 물 조차 필요 없는 것이다. 물론 산간벽지를 선택할 일도 없다. 빌딩지하실이 발전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 원자력은 수력, 화력보다 비싸다. 도시에는 건설할 수 없고, 화력발전보다 더 큰 대형 공장이다.
-히로시마에 원폭으로 태운 우라늄의 중량이 800g이다. 그런데 100만kw 핵발전소가 1년간 태우는 우라늄의 중량은 1톤이다. 원전 1기가 히로시마 원폭의 1000배에 달하는 죽음의 재를 매년 생산하고 있다.
핵발전소는 기계다. 기계는 때로 사고를 일으킨다. 핵발전소를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므로 때로 과오를 범한다. 아무리 빌어봐도 파국적 사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핵발전 추진파는 파국적 사고는 ‘상정부적당’으로 낙인찍어서 무시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다음으로 핵발전소와 핵연료시설을 도시에 건설하지 않는 것으로 국민의 우려를 피해갔다. 도시에는 건설하지 못하고 산간벽지에 밀어붙여온 것이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1,3호기 건물이 날아갔고 4호기는 가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날아갔다. 2호기는 건물이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최악의 폭발을 일으켰다. (원전 피해상황, 인근 주민피해, 가축피해 등에 대해 자세히 말씀함)
-사고는 수습되지 않고 있다. 녹아내린 노심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오로지 물만 주입하고 있고 오염수가 넘치고 있다. 노동자들이 끝없는 피폭을 당하며 방사능 봉쇄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도쿄전력 직원이 아니다. 8,9,10차 하층 노동자들이다. 특히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수조에는 히로시마 핵폭탄의 1만4000발이 넘는 죽음의 재가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매일 800톤의 방사능 오염수를 양산하고 있다. 매일 주입되는 냉각수가 400톤이고 그 곳을 흐르는 지하수의 양이 하루 400톤이다. 지난 3년간 그렇게 흘러나왔다. 그 일대는 방사능 늪지대이다. 발전소 부지 내에는 40만 톤의 오염수가 저장탱크에 적재되어 있다. 오염수 탱크의 방사능 물이 방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탱크로 오염수를 보관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부터 발전소의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에 10만 톤의 오염수가 고여 있었고 바깥으로 새어나왔다. 콘크리트는 물을 가두지 못하는 구조물이다. 일본정부는 눈에 보이는 오염수 누출 부위만 임기응변으로 막음처리하고 오염수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오염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누출되고 있다.
내가 일하는 방사능 실험실에는 ‘방사선관리구역’이 있다. 이곳의 규정은 1평방미터에 4만 베크렐 이상 오염은 외부로 반출 못한다. 내 몸에 방사능 물질이 묻으면 샤워를 하고 그래도 4만 베크렐을 초과하면 살갗이 벌겋게 달도록 씻어내야 실험실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도쿄도 방사선관리구역 이상으로 오염되어 있다.
일본은 ‘법치국가’라고 한다. 일본 법률은 일반인의 연간 방사능 피폭을 1밀리시버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곧바로 그 법률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최대의 범죄자가 됐다. 그리고 후쿠시마 핵사고를 초래한 도쿄전력 임원, 핵추진 정부관료 그 누구도 처벌되지 않았다.
-도쿄전력의 사고수습 목표를 보면 ‘폐지조치(원자로 해체)' 종료기간을 30~40년 후로 설정하고 있다. 그때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고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수습에 100년 이상이 더 걸린다고 생각한다. 앞서 살펴본 일본의 방사능 오염지도를 한국 지도에 겹쳐 보았다. 영광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서울까지 높은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자력은 무독화가 불가능한 쓰레기를 낳는다. 그것들은 100만년에 걸쳐 생명환경에서 계속 격리할 수밖에 없는 독극물이다. 한국과 일본에 그렇게 할 만한 땅이 있는가?
-극비자료인데 1969년 9월 25일 외무성에서 작성한 [우리나라 외교정책대강]을 보면 “핵무기에 대해서는 NPT 참가와 무관하게 당면 핵무기는 보유하지 않는 정책으로 취하지만, 핵무기 제조의 경제적 기술적 포텐셜은 늘 유지함”으로 되어 있다. 또한 최근 2012년 6월 20일 개정된 원자력기본법을 보면 원자력 이용 취지에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을 새로 추가했다. 안전보장이란 용어는 군사적 용어다. 즉, 일본은 핵을 군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원자력을 계속 추진해 왔다. 강연 서두에서 핵무기 제조의 3대 기술을 우라늄 농축, 원자로, 재처리라고 말씀드렸다. 현재 핵무기 보유국가가 아니면서 이 3대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한국이 파이로프로세싱 공법으로 재처리 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 아직 재처리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재처리 과정은 핵연료봉을 절단하고, 그 속에 있는 도자기처럼 구워진 핵연료를 강한 산성용액에 녹여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매 단계에서 죽음재가 다량으로 양산되어 환경으로 방출된다. 영국의 윈즈케일 재처리공장으로 인해 영국 전해역이 오염됐다. 아이리시해 해양 생물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의 방사능 식품기준치 보다 훨씬 높은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일본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의 경우 매년 취급하는 방사능량이 사용후핵연료 800톤이다. 히로시마 원폭의 방사능량이 800그램이고 100킬로와트 원전 1기가 1년간 산출하는 방사능량이 1톤이며, 이 1톤이 사용후 핵연료 30톤에 포함된다.
-경제적으로도 재처리는 문제가 많다. 로카쇼 재처리공장은 1989년 사업허가 신청 때 건설비용으로 7600억 엔의 비용을 산정했으나 2002년 12조6800억 엔으로 조정됐다. 그리고 운영과정도 비경제적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1톤을 처리하는데 약 4억 엔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이나 프랑스에 위탁하면 2억 엔이 들어간다. 이렇게 비경제적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이 재처리 시설을 갖추는 이유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3가지 기술을 모두 자력으로 이루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핵 없는 사회로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질의응답>
= 최근 흰 연기가 목격됐는데 3호기의 현재 상황이 어떤가?
- 급변은 없다. 2011년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수증기 분출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계속 발열이 나고 방사능 물질 나오고 있다. 수증기가 공기에 냉각되어 잘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 1~3호기에서 멜트다운 됐는데 핵연료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 몰라요. 현장에 갈 수가 없다. 측정기 배치도 없다. 전혀 모른다. 원자로가 녹아버린 것은 사실이다. 격납용기 파손도 사실이다. 녹아내린 노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도쿄전력은 격납용기 안에 노심이 있다고 계산했다. 콘크리트가 70센티미터 녹았고 30센티미터는 아직 남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계산을 믿을 수 없다.
= 4호기 핵연료봉 제거 작업에서 우려되는 것은 없나?
- 1330다발, 히로시마 원폭 1만6천발에 해당한다.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캐스크를 수조에 넣은 후 사용후핵연료를 캐스크에 넣고 통째로 꺼내야 한다. 캐스크의 중량이 90톤이고 핵연료를 장착하면 100톤 이상이다. 그래서 수조 주변에 거대한 크레인을 설치하고 있다. 캐스크 작업 하나 하는데 일주일 정도 잡을 때 사용후핵연료를 꺼내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린다. 작업과정에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노동자 피폭이 제일 우려된다.
= 녹아내린 핵연료는 어떻게 꺼내나?
- 1~3호기의 사용후핵연료는 접근이 어렵고 언제 작업이 가능할 지 모른다.
= 일본산 수산물 안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대기 중으로 분출된 스트론튬은 세슘의 1/1000 이고 플루토늄은 스트론튬의 1/1000 이다. 세슘이 가장 위험하고 주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바다의 물고기는 얘기가 다르다. 스트론튬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오염수에는 대량으로 존재한다. 일본정부는 스트론튬90을 측정하지 않고 있다.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 일본 수입 식료품의 안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핵발전 추진파는 낮은 방사능은 안전하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피폭량에 안전 기준치는 없다. ‘안전’이란 표현은 결코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일본의 식품기준치인 킬로그램 당 100베크렐(100Bq/kg) 이하도 위험하다. 후쿠시마 사고전 일본의 식료품은 평균 킬로그램 당 0.1베크렐 수준이었다. 현재 기준은 1000배의 오염 상태다.
= 최근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 도쿄도 방사선관리구역 만큼 오염됐다. 가지 말라! 꼭 가고 싶으면 규수, 홋가이도를 추천한다.
= 한국 핵산업계는 후쿠시마 사고이후 3가지 신화를 국민들에게 주입했다. 1 한국은 피해없다. 2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 3 한국원전(pwr)은 일본원전(bwr) 보다 안전하다. 이중 한국원전이 안전하다는 근거로 PSA(확률론적 안전성 분석)을 얘기한다. 일본은 PSA 근거를 공개하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 사고의 확률 빈도를 계산하는 것이 PSA다. 핵산업계는 핵사고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며 사고 가능성을 무시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속 질문을 했다. “그 무시해도 좋을 사고 가능성이 얼마인가?” 정부와 핵산업계는 여기 답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PSA다. 미국, 영국, 소련, 일본 모두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사고를 겪었다. PSA는 속임수다. 미국의 PSA를 살펴봤는데 신용할 수 없었다. 정보공개를 계속 신청해야 한다.
= 한국은 방사능안전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하면서 4Bq/kg~8Bq/kg로 학교급식 기준을 정하려고 한다. 일본의 경험은 어떠한가?
- 일본은 기준이 없다. 100베크렐 이하는 모두 유통된다. 아이들은 4~5배 더 방사능에 민감하지만 별다른 기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