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85
28일간의 먹보의 세계여행
하네다를 출발해 내린 곳이 샌프란시스코이다. 공항 레스토랑의 우유가 맛있다. 소시지도 일본과는 맛이 다른데 그저 그런 맛이다. 아메리카라고 다 맛있는 것만은 아니구나 하며 안심했는데 다음에 간 라스베가스에서는 기겁을 했다. 라스베가스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호화 호텔인데 맛이 영 없었다. 음식의 양은 말이 먹어도 될 정도로 많지만 뜨거워야 하는 음식은 식어있고 차가웠으면 하는 음식은 미지근하다. 그래서 팁을 준다. 음식에 대한 원망은 곧장 화근이 되어 걸었던 100달러는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다.
남쪽으로 내려가 남미의 페루. 수도 리마에서는 과일이 맛이 있다. 망고, 파파야, 아보카드. 어느 것이나 한 개에 50엔이다. 양파, 감자, 토마토도 품종을 개량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양은 못생겼어도 맛은 소박하고 왠지 어릴 때 먹었던 그리운 맛이 난다. 리마에서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를 남쪽으로 6시간 달려 이카라는 마을에서 사막으로 들어가자 해안으로 통한다.
p.186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사람이 없는 사막의 바닷가이다. 베도・벤토이라는 그 바닷가에서 3박4일 동안 노숙을 하며 낚시를 했는데 그곳에서 먹은 맛있는 광어회와 농어샐러드의 맛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화장실도 없고 차안에서 등걸잠을 잤다. 물이 귀해서 나흘 동안 세수도 못하고 이도 닦지 못했지만, 먼 바다를 나는 몇 십만 마리라는 펭귄 무리와 함께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다음은 아마존이다. 페루의 북부에서 아마존 강의 원류인 이키토스라는 마을에서 이틀 동안 지냈는데 오직 이번에만 먹을 수 있다는 괴상한 것을 먹었다.
이름은 ‘촌타’라고 한다. 셀러리를 대패로 얇게 밀어서 향을 없애고 물기를 제거한 것이다. 야자의 새싹이라고 하는데 현지인은 거기에 소금을 뿌려서 먹는다. 우리들 외국인은 프렌치드레싱을 듬뿍 뿌려서 식초와 기름 맛으로 넘긴다. 어쨌든 육류는 아닌데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마존에 사는 파이치라는 몸길이가 2m나 되고 새까만 해서 물고기라기보다 괴물에 가까운 괴상한 물고기의 튀김밖에 없다. 야채는 촌타 밖에 없다고 한다면 하는 수 없다. 아멘 하고 성호를 긋고 식사 때마다 고맙게 먹었다. 내가 딱 한 마리 낚아 올린 피라냐도 먹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모습이 너무 무서워 거절했다.
p.187
카리브해는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발바도스, 자메이카에서 일주일 동안 쉬었는데 호텔의 식사는 아메리카식의 뷔페이고, 시내의 일류 레스토랑도 비싸기만 하지 특별한 것도 없으며, 상가지역에 있는 식당은 너무 지저분하고 악취가 나서 역시나 들어가지 못해 수확이 없다.
유럽으로 들어가니 포르투갈은 평범하다. 스페인은 마드리드에 죽 늘어서 있는 서서 먹는 카페에서 먹은 동글게 썬 오징어 튀김과 조개 소스조림 같은 것이 싸고 맛있다.
맛의 마무리는 파리였는데 겨울철이어서 생굴을 실컷 먹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크기가 작고 담백한 종류였는데 레몬즙만 뿌리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굴과 와인과 바게트빵 때문에라도 한 번 더 파리에 가야지. 다음에 갈 때는 프랑스어로 오직 메뉴와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회화만이라도 마스터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테츠 소식」 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