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라도 심정을 토로해야 덜 미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길은 없지만 태균이가 마구 올라오는 난폭함과 충동성을 가누지 못하니 이건 사태가 너무 심각해졌습니다. 집에 가기 전, 며칠은 센터에 보내고 정리를 하더라도 해야되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센터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적응 못하는 태균이가 문제겠지요...
준이 다음 주 수요일 집에 가면 길게 있어야 하는데 데파코트 약이 떨어져서 그것 받으러 제주시내 정신과의원을 다녀왔습니다. 정신과 도착해서도 태균이 행동이 너무 아슬아슬해서 지켜보기가 눈물이 마구 날 것 같습니다. 준이 약만 받으려던 계획을 바꿔 태균이도 같이 데파코트를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처방해줍니다.
여타 의사들처럼 행동제어에는 리스페달이 좋다고 그걸 최소로 같이 처방해주겠다고 하는데 제가 그거말고 SSRI(세로토닌재흡수 억제제)로 달라고 했습니다. 의사가 기분나쁘게 생각할까봐 아들때문에 약공부를 하다보니 많이 알게되었다 라고 사족를 달았는데, 의사가 흔쾌히 제 의견을 받아줍니다. 경기파가 완전 가라앉을 때까지는 5HTP양을 늘려 줄꺼라서 필요시 SSRI 약간 같이 써주어도 좋을 것 같아 받아왔지만 복용시키지는 않을 듯 합니다.
제주시내 나간 김에 아이들 햄버거도 사주고... 저녁만들 기운도 없고 기분도 들지 않습니다. 태균이 때문에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급격히 무기력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햄버거를 다급하게 먹고도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진라면 해달라고 휴대폰에 써서 보여주고는 떼를 과하게 씁니다. 경기파 증세 중에 폭식도 있습니다. 제가 정신이 있냐고 소리를 꽥 지르자 2층으로 다급히 피신해서 올라갔습니다.
제주시내 가는 길도 어느정도 훤해지곤 했는데 오는 길은 이상하게 너무 어려운 길로 안내를 합니다. 성판악부터 교래리길을 가로지르니 한라산둘레길이라 짙은 안개에다 비까지 부슬부슬, 도로는 고불고불, 어둠이 내려 길은 가름하기도 어렵고, 어떤 성질급한 운전자는 추월못해 안달해대고, 꼭 제 정신머리와 같습니다. 답답하고, 막막하고, 쫓기는 기분과 패배감이 마구 교차하는 어지러운 이 상황.
어차피 식당도 못가는데 아무데도 들리지 않고 집에 와버렸다고 악을 쓰고 차에서 버티는 완이까지 왜 이리 속을 뒤집어놓을까요? 입술염증때문에 많이 짜증나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양치를 거부하니 당해도 한참 더 당해야 정신차리지 하는 삐딱한 마음까지 듭니다. 이제는 누구탓도 아니고 자신탓의 비율이 아주 커졌음을 깨달아야 하는지 그 정도 깨달음이 있을리는 없겠지요.
양치거부에는 거의 초인적인 힘을 써대서 얼마 전에는 피까지 봐야했습니다. 피까지 보며 양치질을 시도하니 얼핏보면 아동학대 꼴입니다. 너무 어려운 지경까지 왔으니 가능하면 양치는 아이가 힘을 못쓸 때 잡아놓는 게 꼭 필요합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인지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런게 한 두가지가 아니니 완이맘이 제발 일기를 좀 보았으면 싶습니다.
정신나간 대통령이 열받으라고 정치적 비판을 넘어 인간적 비판까지 작정하고 쏟아내는 유시민이사장의 일갈에도 전혀 관심두지 않는 그처럼 완이맘도 진실을 보려하지 않으니... 나중에 어찌 감당하려는지 제가 답답할 지경입니다. 오늘도 양치씨름하다가 화를 낼 것같아 적당한 선에서 포기했습니다.
이 상황이 너무 싫습니다. 태균이는 화낼 일없이 밝고 즐겁게 자기마음 다스려가며 그렇게 살았으면 하고, 한동안 그런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는데, 한 순간에 그걸 뒤집는 이 상황의 정체가 참으로 야릇합니다. 그렇게 싫었던 것일까요? 아님 엄마의 선택에 대해 온 몸으로 항의를 하는걸까요? 선택이 잘못되었으면 철회하면 되는 것을... 뭐 그리 온 힘을 다해 스스로를 괴롭히는걸까요?
다시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기는 한 순간이니, 이번 태균이의 급변은 제가 혹시라도 가졌거나 보였을 수도 있는 자만심이나 선민의식, 우월의식 등등 꼭 진작에 버려야 했던 내재된 적들의 부메랑이었는지 모릅니다. 혹시라도 그런 게 있었다면 그 벌을 제가 받았으면... 합니다. 태균이는 그냥 전에 보여준대로 가게 두고...
첫댓글 글을 읽는 제 마음이 고통스럽습니다. 무엇이 태균씨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걸까요? 주간보호센터는 안가면 되는데, 어긋난 생활리듬은 어찌 잡아야 할까요?
잘 다져놓은 제주에서의 일상이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지는 걸 보노라니 마음이 참 뭐라 말할수 없이 안타깝습니다.
부디, 태균씨가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대표님의 일상도 편안해지길 기도합니다.
그간 쎈터에서의 일을 허심탄회하게 소통했음 하는데, 불가능하겠죠.
분명 무슨 계기가 있었을텐데, 답답하네요. 힘든 병원 진료도 무난히 통과 했고요. 그간 장시간 아우들과 함께 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았겠나 저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몸은 성인이지만 마음은 아이인데 엄마의 스킨십이 부족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안 그래도 머릭 속 엄청 아프고 복잡할 대표님 속을 제가 더 쑤십니다. 저는 센터 몇번 더 나가는게 아슬아슬 겁이 나더라고요.
제 생각엔 엄마와 단 둘이 있음 조만간 괜찮아 지리라고 봅니다. 괜찮아 질 때까지 태균씨 바라기 아우의 방문은 미루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루 속히 평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