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농업연구소, 암염 산지&성스러운 계곡 [16일째]
● 쿠스코 - 친체로 - 모라이 - 살리네라스 - 오얀따이땀보 -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고도 3,400m 이상의 도시에 왔으니 고산증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산증의 발병 여부, 고통의 정도와 나타나는 증세도 사람마다 각기 다릅니다. 정신이 맑지 않고, 목이 잠기고 때때로 숨 쉬기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을 보니 고산증 조짐이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숙소 입구에 있는 코카 잎을 씹기도 했고, 차로도 몇 잔 마셨습니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하루를 보냈으니 어제보다는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새 날을 맞이 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코스코를 출발하여 우루밤바(Urubamba) 강을 따라서 흩어져 있는 잉카 문명의 다양한 볼거리를 찾아 다니는 여정입니다.
첫 번째 방문지는 ‘용기 있는 남자’ 라는 뜻을 가진 친체로. “잉카 시대 때 이곳 출신들이 전쟁이 발발하면, 두려움도 모르고 임전무퇴의 자세로 임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부쳐준 것일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봅니다. 잉카의 전설에 의하면 무지개가 태어난 곳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우기에 방문하면 하늘에 뜬 무지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잉카의 유적들이 도처에 널려 있으며, 세계적 관광지 마추픽추의 관문이기도 하여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페루 정부와 대한민국이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하고, 현대건설이 공사를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최근에 이곳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답니다. 이곳도 개발이 되면 개발이익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데스 지방에서 직물 구입의 최적 장소라고도 알려진, 알파카털과 양털로 만들어진 섬유 제품이 전시된 곳에 안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직물의 직조 과정과 선인장에 있는 벌레와 레몬즙을 이용한 천연염색 과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미끼관광이라 할 수 있는 곳을 나서서 구도심 광장에 가보니, 당시에 도시 규모를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안데스 산맥이 에워싸고 있는 너른 분지에서 잉카인들이 농사를 짓고, 삶을 꾸려 왔던 모습들을 상상해 봅니다. 일요일에는 가까운 산속 마을의 장인 제품과 농산품의 거래가 활발이 이루어진다는 시장터를 가 보았지만, 근무일이어서인지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잉카인들의 농업 연구소라고 불러도 그럴듯한 모라이(Moray)
에 왔습니다. 산악지형임에도 불구하고 잉카문명이 풍요로운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발전된 농업 덕분입니다. 위에서부터 점차 아래로 내려가는 동심원의 계단식 밭을 만들어, 아래쪽에는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농작물을 심고, 위쪽에는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 농작물을 심어 기온 차이를 활용한 작물 시험장. 여기서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고도에 맞는 작물의 파종을 전파하여 이 당시 잉카 제국의 감자 종류만 해도 약 3,000 종에 달했다고 합니다. 잉카의 농업 기술 수준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거대한 시설입니다.
고산 지역에서 살아 가려면 꼭 필요한 것은 물과 식량, 소금입니다. 일행 중 누군가가 암염은 산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으나, 산지에서 염전을 만들어 소금을 구할 수 있는 곳은 히말라야와 이곳에 있는 살리네라스 뿐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한 때 바다였던 곳인데, 지각 변화로 융기하여 해발 3,000m 높이의 산이 되었습니다. 비가 오면 산이 품고 있던 염분이 땅속으로 스며들게 되었고, 물줄기를 따라 많은 양의 염분을 포함하고 있던 물이 흐르게 됩니다. 경사차를 이용하여 계단식 염전을 만들고, 흐르는 물을 가두어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고 있습니다. 수분이 빠르게 증발될 수 있는 까닭은 염전이 고도가 높은 안데스 산맥에 위치하여, 태양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더 강렬한 햇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높은 고산 지역에서 쉽사리 소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잉카인에게 내린 하늘의 축복이 아닐런지요.
점심은 뷔페식인데, 정중앙에서 팬플룻과 기타로 생음악을 연주해줍니다. 이곳 물가로 보면 가격은 제법 되는 편인데 채소 샐러드만 맛이 괜찮고, 나머지 음식은 요리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도 생 음악을 들었으니 봉사료는 챙겨 주어야 합니다.
마추픽추의 입구이자, 남미에서 가장 인기있는 트레킹 코스의 출발점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로 가는 기차를 타려면 오얀따이땀보에 가야 합니다. 우르밤바 강을 끼고 달리는 도중에 잠시 정차하여 우측 절벽을 보니 세상에서 가장 아찔한 캡슐형 호텔이 있습니다. 일박하는데 드는 돈이 백이십만원이라니 모험을 즐기는 호사가들이 찾는 곳인 모양입니다.
드디어 잉카문명의 성스러운 계곡의 중심부이며 유적도 잘 보전된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습니다. 유적들의 규모도 방대하고 잘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잉카시대의 마을 양식과 주거 형태가 잘 유지되어 잉카인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고도 불리워집니다. 일명 ‘작은 마추픽추’라고도 하며, 당시의 관개용수로와 하수도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도시건설과 관련된 당시의 문명 수준이 어떠했을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남았다고 하면서 역 광장, 재래시장, 현지인의 살림 집까지를 볼 수 있게 세세하게 안내해주었습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해 줄 기차가 보입니다. 역에서는 물론이고 기차 안에서도 역무원들이 페루의 전통 복장을 입고, 전통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먼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의 흥을 돋웁니다. 과연 관광지에 와있음이 실감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