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한상이가 미국에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도박빚을 2000만원인가 졌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어느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히 친구들 연락하면 그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아무도 (단 1명도) 박한상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중에 친구들 중 하나가 한상이도 수사받는 모양이더라 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말이다.
주말 아침에 늦잠을 자면서 들려오던 중 뉴스에서 한상이 이야기가 들려왔고 나는 그 순간 숙취와 늦잠이 씼은듯이 달아나 티비 화면 앞으로 달려나갔다.
체포되는 모습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충격이었던 것은, 내가 아는 박한상이 그런일을 할 수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정말 1%도 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박한상은 돈많고 교육은 뒤떨어진 집안 아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뭐 오렌지였다고 할수 있겠다. 92년도 방위 복무할때 흰색 소나타를 몰고 다녔는데 당시만 해도 차몰고 다니는 대학생이 별로 많지 않았다.
밤이면 술먹고 맨날 나이트 다니고 여자애 따먹는게 일이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악'한 인간이라고 볼수는 없었다. 주위 애들한테 악하게 대하는일이 없었고, 오히려 주위 약은 놈들한테 휘둘리고 이용당하는 쪽이 아니었나 싶다. 친구에게 못되게 군다던지, 악의를 내보인다던지 하는 모습을 본게 단 한번도 없다. 1년여를 거의 매일 붙어다녀야 했던 상황이라 자신할수 있는 일이다.
한약재상으로 돈을 번 한상이 아버지는 자식들이 한의사가 되길 원했는데 한상이는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원광대 경영학과에 다니게 되었다. 아마도 우리들 추측으로는 한의대가 설치된 대학을 돈으로 보낸이후에 다시 힘을써서 한의대로 편입시키려는 일을 하려했던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한상이와 달리 공부를 잘하던 동생이 한의대에 입학하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진 집안에서는 장남이면서 사고나 치고다니는 한상이가 천덕꾸러기가 됐었던것 같다.
기억나는 것은, 어느날 함께 사우나를 갔던날 온 몸에 뱀처럼 지나간 매자국을 발견하고 놀랐던 일이다. 아버지가 패서 그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
훗날 그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데는 이런 환경에서 살았던 탓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죄값은 당연히 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그가 저지른 일을 생각할때 사형이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하나 있다.
그렇게 대책없이 사는 놈이었지만, 언젠가 진지하게 앞으로 뭘 하며 살고 싶냐는 이야기를 할때 한상이가 했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나는 공부도 못하고 할줄 아는게 없는데, 자동차는 좋아한다. 학위 보다는 전문적으로 카 튜닝하는 걸 배워서 그걸로 살고 싶다.'
나는 지금도, 되지도 않는 공부 시킨다고 하지 않고 차라리 그런걸 시켰으면 걔도 사람구실 하면서 보통사람처럼 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있는 그대로의 한상이를 인정하고 조금 더, 못난 그대로 아들을 소중희 여기고 조금 더, 못난 아들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 귀를 기울였으면
어쩌면 그놈도 지금은 나이먹어가면서 애들 자라는거 이야기 하고, 함께 이명박 욕하고 소주먹으면서 마누라한테 늦게들어가서 미안하다는 전화를 하고
그런 인간으로 같이 늙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한상이 아버지가 한상이를 미국으로 유학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친구들이 다 걱정하길, 한국에서도 공부를 못쫓아 가는애가 어떻게 미국가서 공부를 하냐는 것이었고 결국 거기서 놀러다니고, 도박이나 하게 될거라는걸 모든 사람이 예측할 수 있었다.
듣기로, 한상이는 미국에서 재미교포 사채업자들에게서 당시 도박빚 2000만원을 빌렸고 (당시 2000만원은 꽤 큰돈이었다. 강남구 소형 아파트 전세값이 1억이 안됐을때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버지는 그 빚을 갚아주는것을 거부했다.
아마도 그 사채업자들의 빚독촉과 그런 끔찍한 범죄가 연관되어 있지 않았을까?
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나는, 박한상에게 내려진 사형언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집행됐다고 해도 별 감흥은 없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B = PXS (Behavior = Personality X Situation) 이라고 말하듯이 그 행동에는 그 원인이된 환경이 있었고,
그 환경이 조금 달라졌더라면 그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끔찍한 일이 배태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면서 결과로 나타난 행동에 대해 나무란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온갖 탈법과 위법을 저지른 부도덕한 인간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하고, 그러한 인간이 범죄자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한다는 것도,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