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쯤에 杜琪峯의 《毒戰》을 보았다.
더 지나면 느낌이 아주 옅어질 것이니 지금 몇 자 적어둔다.
이 영화는 중국 대륙에서의 마약 전쟁을 다룬다.
보통의 관객에게 이 영화는 매우 불친절한, 혹은 불편한 영화일 수 있다.
로맨스도 없고, 희극적인 장면도 없다.
후반부에 나오는 마약 갱 파벌 및 인물군에 대한 설명, 묘사도 서사적으로 매우 인색하며
그 이후의 스토리 전개도 너무 소략하다.
무엇보다, 영화의 후반부 이후부터 경찰들이 죽기 시작해서
마지막에 가서는, 악당역을 맡은 古天樂을 빼놓고는 마약 전담반 형사들이 다 죽는다.
종반의 총격전은 더 근사한 스틸이 많지만 찾기가 귀찮으니 이것으로 땜빵
물론, 古天樂 이외의 마약 갱들도 총격전에서 다 죽게 되고
古天樂 역시 결국에는 잡혀서 사형을 당하게 되기는 한다.
하지만, 古天樂의 사형은 중국 대륙에서의 상영과 관련된 서사적 타협으로 보인다.
영화 전체의 흐름으로 보아서는 古天樂이 사형당해야 할 서사적, 영상적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다.
《毒戰》은 전반적으로 하드보일드하며
이런 점에서 상당히 빼어난 작품이다.
홍콩 느와르 특유의 등장인물들 사이의 감정적, 내적 교류 내지는 대결도 없고
카메라와 사운드는 인물들의 외적 행동만을 묘사한다.
왼쪽이 古天樂(마약상 蔡添明 역)
오른쪽이 孙红雷 (경찰 마약반장 张雷 역)
그렇기 때문에 사형을 피하기 위해서 내내 경찰에 협조적이던 마약상 古天樂이
영화 후반에서 돌발적으로 배신하는 대목 자못 충격적이기도 하다.
마지막의 총격전 신이 벌어지는 곳은
도시(천진이 모델이라고 한다)의 어느 소학교 앞이다.
부분적으로 스쿨 버스 안의 아이들이 인질로 잡히는 상황이 잠깐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 상황은 더 이상 깊게 전개되지 않는다.
(통상의 헐리웃 액션 영화라면 다만 2-3분 정도라도 이 상황을 더 묘사를 했을 것이다)
古天樂이 나름 아우라가 있다는 걸 《毒戰》을 보고서야 알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중국 대륙에서의 상영을 전제로 하고
중국 대륙의 검열을 받아들인 탓이라고 여겨진다.
중국 대륙 내에서 촬영된 하드코어 홍콩 느와르가
중국 대륙에서 상영되기 위해서 어떠한 서사적, 영상적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가 라는 사례로서
이 영화는 좀 더 깊이 탐구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위장수사 도중 마약에 급성 중독된 마약반장 역의 孙红雷
이 장면 이외에도 《프렌치 커넥션》(1971)을 연상시키는 대목은 여럿 있다.
중국 대륙 내 흥행은 1.5亿人民币라고 한다.
이런 성격의 영화로 이 정도 실적이라고 하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 《毒戰》의 Qvod 코드는 아래와 같다.
(이 중 아무 거나 복사해서 Qvod Player의 우측 상단 메인 메뉴 아이콘을 눌러서
<File (文件)> - <Open URL (打開 URL)>에 입력하면 스트리밍 내지는 동영상 파일 저장이 된다)
qvod://674569083|E8397F5B1269B5C1BBE5A63E3725DB5AA392583B|毒战 Drug WarBD.rmvb|
qvod://626372783|9FA0B0E44D835D6EA7CF39B0E05D6F62B586B940|毒战.QMV|
qvod://617237308|9162C3A26B0A5D446BC360826752A1A07FDC6B67|毒战DVDScr.rm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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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杜琪峯의 2013년 작 《盲探》은
중국 대륙 내에서 2.0707亿人民币의 흥행 실적(외화 포함 역대 99위)을 올린 바 있다.
나는 《盲探》을 보다 말았다.
장르영화의 경우에는, 시작 3분 이내에 몰입을 시켜주지 않으면 나는 계속해서 보지 않는다.
나로서는 《盲探》의 도입부가 너무 황당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