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죽음’과 ‘장애인의무고용율 2% 축하연’ |
장총련, 정부부문 장애인 의무고용율 2% 초과달성 축하연 개최 장실센터, “건배소리에 장애인의 피와 눈물 떨어진다.”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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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5. 04.12. 14:34 |
지난 2월 18일 강서구청에서 장애인 주모씨가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장의 면담을 요구하다 구청 셔터에 목을 메고 숨진 사건이 있었다. 3월 20일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청각장애인 김모씨가 0.5톤 트럭을 개조해 노점을 하다가 단속으로 벌금 70만원 처분을 받고 벌금을 내지 않으면 아내가 구속될 수 있다는 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날 뇌병변장애인 최모씨가 잠실대교에서 한강으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이은 장애인들의 죽음
지난 10일에는 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최모씨가 10여 년 동안 부양하던 형의 가족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청각장애인인 형과 형수, 정신지체인 조카를 흉기로 살해하고 자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모씨는 노동현장을 전전하며 10여년 전부터 청각장애인인 형과 형수, 정신지체 장애인인 조카를 부양해 왔으며, 숨진 최씨의 형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물 등을 수집하는 등 어려운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연이은 장애인의 죽음 이면에는 장애와 생활고 등 장애인들의 이중의 고통이 드려져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알려지자 장애계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장애인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고 정부를 향해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장애인 단체가 지난 11일 정부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2%를 초과달성 했다며 축하연을 열어 빈축을 사고 있다.
장총련, 논란속 ‘정부부문 의무고용 2% 축하연’ 개최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이익섭, 아래 장총련)는 11일 오후 6시 여의도 63빌딩 별관 코스코스홀에서 ‘정부부문 장애인 의무고용율 달성 축하연,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라는 행사를 갖고 정부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2%를 예정된 기간보다 빨리 달성했다는 평가속에 자축연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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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문 장애인의무고용 2% 초과달성 축하연은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 | 이 자리에는 김대환 노동부장관과 조창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을 비롯한 15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축하연에서 장총련 이익섭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보여준 정부의 성과는 미래의 희망이며 변화의 가능성”이라고 평가하고 “이 자리는 우리 장애인 당사자의 균형있는 평가 능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실패에 대한 향후 비판의 무게를 강화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반증”하는 자리라고 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오늘 이 자리는 축하를 받는 자리보다는 우리들이 장애인고용정책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고 말하고 “선진 기업들은 장애인고용을 부담이 아닌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접근한다. 앞으로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취업여건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조창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도 “다양한 계층과 사회 각 분야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균형인사야말로 국가경쟁력의 제고와 사회통합의 토대”라며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 장애인의 채용 승진 전보 등 인사관리를 우대하도록 법률상 근거를 명확히 함으로 ‘말로만 풍성한’ 장애인 정책이 아니라 ‘확고한 실행도구’를 갖춘 우대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축하연에서는 장총련 이익섭 상임대표가 김대환 노동부장관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하는 순서와 정부부문 장애인의무고용 2% 초과달성을 축하하는 건배가 이어졌다.
장실센터,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또한 높다” 축하연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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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련 이익섭 상임대표가 김대환 노동부장관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 | 그러나 이러한 일부 장애계의 축하 움직임에 대해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아래 장실센터)는 1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또한 높도다’라는 말과 함께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장실센터는 성명서에서 노동부가 지난 2월 밝힌 정부의 장애인 의무고용율 2% 초과 달성은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단순 수치상의 2% 초과라고 말하지만 정부중앙행정기관 50곳 가운데 27개 기관만 2%를 채웠고 나머지 23개 기관은 여전히 기준에 미달하고 있으며 대검찰청과 경찰청의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정부는 민간 사업체보다 높은 비율의 장애인의무고용 적용제외율을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수치로 민간과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근본적 제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더불어 축하연을 벌이는 장애인 단체에 대해서도 “축하연의 노래 소리가 높은 만큼 가난으로 죽어간 장애인의 원망소리 또한 높다”며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 50개 중앙행정기관 중 23곳 기준 미달
노동부가 지난 2월 밝힌 장애인공무원 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를 기준으로 대상기관 87개의 장애인고용율은 2.04%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중앙행정기관 50개 가운데 국가보훈처(4.7%)를 포함한 27개의 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 2%를 채우고 있고 나머지 재정경제부(1.93%)를 비롯한 23개 기관은 의무고용율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특별히 대검찰청(0.75%)과 경찰청(0.44%)은 현저히 낮은 장애인 고용율을 보이고 있다.
4개의 헌법기관 가운데는 헌법재판소(2.86%)만 유일하게 2%를 넘고 있고 입법부(1.83%), 중앙선거관리위원회(1.15%), 사법부(1.09%) 등은 기준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16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경기도(1.94%)가 유일하게 2%를 채우지 못하고 있고 16개 교육청 가운데는 경상북도교육청(1.75%), 인천광역시교육청(1.70%), 강원도교육청(1.69%), 경기도교육청(1.61%), 서울특별시교육청(1.31%) 등 5곳의 교육청이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 84개 기관은 1.83%로 여전히 2%의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공기업 13개 기관가운데 대한석탄공사(8.11%)를 포함한 8개 기관만이 2%를 채우고 있고 한국토지공사(1.28%), 한국석유공사(1.13%), 한국관광공사(1.10%), 대한주택공사(1.02%),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0.42%) 등은 여전히 기준 2%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36개 산하기관 가운데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21.54%)를 포함한 15개 기관만 2% 기준을 채우고 있고 21개 기관은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14개의 출연연구기관 가운데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2.01%)외에는 모두가 미달하고 있고, 21개 기타기관 가운데는 인천항부두관리공사(4.97%)를 포함한 6개 기관 외에는 모두 장애인 의무고용 2%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건설공제조합의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 전체에서 가장 낮은 0.22%의 장애인 고용율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의무고용 제도 도입 15년, 그러나 여전히 기준미달
장애인의무고용 제도는 일반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고용상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고용기회를 넓히기 위하여 일정수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건설업의 경우 공사실적액이 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금액 이상인 사업주)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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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정부부문 장애인의무고용 2%를 축하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 | | 이 제도는 1990년 1월 13일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의 제정으로 상시근로자 300인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에게 그 소속 근로자의 일정비율(의무고용률:90년-1%, 92년-1.6%, 93년이후:2%)의 장애인을 고용토록 하였던 것이다. 이 제도가 지난해 1월 29일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의 개정을 통해 그 대상을 300인 이상에서 50인 이상 사업주로 확대하였다.
이 제도가 도입된지 15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정부부문이나 민간부문 모두에서 장애인의무고용율 2%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단순통계만을 가지고 정부가 마치 의무고용율을 지켰다고 발표를 하고 일부 장애인 단체가 축하연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단순 수치를 가지고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을 비교하는 것에도 문제는 있다. 장실센터에서도 성명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지만 장애인 2% 의무고용에 있어서 예외 규정이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직종의 근로자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업종에 대해 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적용제외율을 적용해 해당 인원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의무고용 적용제외율, 정부부문 68.1%, 민간부문 22%
이 적용제외율은 2004년 말을 기준으로 정부부문은 68.1%이다. 즉 전체공무원 931,886명가운데 634,614명을 제외한 297,272명을 기준으로 2% 장애인 의무고용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적용제외율은 22%로 정부의 적용제외율은 민간에 비해 3배나 높은 수치이다. 장애계는 이렇게 높은 적용제외율을 정부부문에 적용시키고 단순 수치로 정부와 민간의 비교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정부부문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2.04%라는 단순 수치 발표에 대해 일부 장애계가 초과달성 축하연을 베푼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더욱 큰 아쉬움은 이러한 허구를 잘 알고 있는 정부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잔치상을 받고 축배를 드는 모습은 연이은 장애인들의 죽음 앞에서 혼란스럽기 까지 하다. 지금도 장애인 생존권을 요구하며 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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