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커뮤니케이션
김삼오/글무늬문학사랑회
이 글은 수필(Literary essay)이 아니고 토론을 위한 짧은 발제입니다. 마지막 공부를 한 커뮤니케이션학과 관련, 문학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문학에 대하여도 조금은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1세대 대학 때는 없었던 학과입니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란 영어에 맞는 좋은 우리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이라는 말을 써봤는데요, 썩 잘 맞을 것 같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학을 쉽게 정의해 보면은 메시지의 전달 ,수단과 과정, 그런 것이 수용자에게 가 닿아 인간과 사회에 남기는 효과 또는 영향(Behavioral and social changes)에 대한 연구입니다. 말과 글 재주의 공부가 아니고 모든 인문사화 과학을 관통하는 학문입니다.
이때 메시지는 말과 글과 소리, 얼굴 표정과 몸짓, 음악, 그림, 로고, 공예품, 심지어 자연 풍광 등 듣고 보고 읽음으로써 수용자의 지식과 심리적 상태에 따라 변화를 가져다 주는 세상의 거의 모든 사물입니다. 문학의 소재가 다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교회의 설교나 친구끼리 서로 전하는 소식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광범합니다. 더 익숙한 말은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인데 우리가 보통 그림, 음악, 장면 같은 걸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이게 모두 메시지로서 수용자(읽는 사람, 듣는 사람, 보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제공, 정서, 감흥과 감정의 이입 등)을 주고 생각과 심정을 크거나 작게 바꾸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문학의 경우 중고 시절 국어책에 나오는 고려청자나 ‘짝 잃은 거위’에 대한 시(詩)를 읽고 숙제로 감상문을 쓴다면 그 내용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효과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보통 우리가 말하는 소통은 듣고 보고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대개는 생각과 심정을 주고 받는 쌍방형인 뜻이어서 위와 같은 개념과는 꼭 맞지 않는다고 봐 집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커뮤니케이션은 대중 커뮤니케이션 또는 매스 미디어 (Mass Communication, Mass media) 입니다. 인간이 몸으로 타고난 오감을 가지고 하는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말고 기계를 매개로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알다시피 지난 반세기 동안 그 추가 종래의 활자미디어에서 전자미디어(특히 텔레비전, 영화, 요즘은 유튜브, 카톡 등), 그것도 모발폰으로 옮겨 왔습니다. 그러나 소설, 수필, 시 등 문학 작품은 다행히 아직도 책이라고 하는 활자미디어에 남아 있다고 믿어집니다. 소설, 수필, 시를 전자책이나 모발폰으로 읽는 독자는 아직도 많지 않다고 봐 집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통계를 대지 못하나 대중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가운데 한국의 경우 문학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인문학 지식의 중심 자리를 문사철(文史哲)이 차지해온 사실, 이 좁은 시드니 한인사회에서 4-5 개 문학회가 건재하는 현상 하나만 봐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 한강 작가의 소설 내용을 두고 불거진 논쟁에 대한 저의 논평을 짧게 적고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소설에 담긴 메시지 내용에 대한 찬반 시비는사실 아닙니다. 문학은 문학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든가, 문학은 예술이지 인문학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일부의 주장은 위에서 지적한대로 모든 메시지가 서로 다른 크고 작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볼 때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읽은 농촌 운동을 소재로 한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는 저에게 큰 감명을 남겨주었습니다. 픽션인 많은 소설이나 수필이 교육적이고 설득석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김지하 시인의 오적, 많은 저항시(抵抗詩)가 정치적 메시지로 되어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 발표후 작가의 소설들이 하루 만에 몇십만부씩 팔리는 현상을 보면서 사양 길에 있는 독서문화에 활기를 불어놓으리라는 예측에 대하여서도 ‘글세요’입니다. 문체부 조사 결과라며 한국인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 간 책을 한번도 안 읽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시드니의 한 친구는 시드니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승객을 이따금 보는데 한국에서는 전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