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고정희
제 삶의 무게 지고 산을 오른다
더는 오를 수 없는 봉우리에 주저앉아
철철 샘솟는 땀을 씻으면, 거기
내 삶의 무게 받아
능선에 푸르게 걸어 주네, 산
이승의 서러움 지고 산을 오른다
열두 봉 솟아 있는 서러움에 기대어
제 키만 한 서러움 벗으면, 거기
내 서러움 짐 받아
열두 계곡 맑은 물로 흩어 주네, 산, 산
쓸쓸한 나날들 지고 산에 오르다,
산꽃 들꽃 어지러운 능선과 마주쳐
네 생애만 한 쓸쓸함 묻으면, 거기
내 쓸쓸한 짐 받아
부드럽고 융융한 품 만들어 주네, 산,산, 산
저 역사의 물레에 혁명의 길을 잣듯
사람은 손잡아 서로 사랑의 길을 잣는 것일까
다시 넘어가야 할 산길에 서서
뼛속까지 사무치는 그대 생각에 울면, 거기
내 사랑의 눈물 받아
눈부신 철쭉 꽃밭 열어 주네, 산, 산, 산
&
예전에
이시를 보고 어딘가에 적어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입니다.
제목도 까먹어 인터넷 검색을 하지도 못하고~~ 고정희 시인 시를 훑어봐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하 이거
그래서 당시 조태일시인의 시 '국토서시'를 같이 적었던 기억이 나서 조태일시인의 국토서시를 검색하니 국토서시와 함께 고정희시인의 '서시'(내가 찾던 시가 바로 그 '서시'였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태일시인의 국토서시도 같이 올려봅니다.
'서시'라는 제목을 가진 시가 제법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유명한 윤동주시인의 '서시' 말고도 이성복시인의 '서시'도 매우 많이 알려진 시라고 합니다.
고정희시인의 '서시'는 지리산의 봄 연작시의 서두를 여는 시라서 '서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조태일시인의 '국토서시' 국토 시집을 여는 서시라고 합니다.
국토서시 (國土序詩)
조태일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 시집 <국토> (1975) -
첫댓글 언제나 누구나
그때가
그립고 후회하고 생각나고
오늘도
다집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