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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무속의례 비교연구
- 동해안 별신굿과 환단신(還壇神)을 중심으로 -
Ⅰ. 서론
Ⅱ. 무속의례의 양상
Ⅲ. 제차의 비교
Ⅳ. 신격의 비교
Ⅴ. 결론
【요 약】
이 글은 현장론적 입장에서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을 비교하고, 한중 무속문화의 특징을 검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서 아시아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한중 무속의례의 제차와 신격에 몇 가지 공통점과 특수성이 있다.
첫째, 한중 무속의례의 제차는 모두 ‘청신 -오신 - 송신’의 기본 구조를 가지고 해당 개별제차를 통해서 신과
인간의 일대일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구복제액을 기원하는 민중들의 소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동해안 별신굿에서 청해진 신은 어떤 신도 예외 없이 개별거리를 통해서 인간과 일대일로 만나고,
중국 환단신에서 몇몇 지위가 낮은 신들만 불러 인간과 일대일로 만난다.
이러한 차이는 한중 두 나라 서민의 신관과 생활 철학과 관련된다.
둘째, 두 무속의례에 등장하는 신격은 모두 그 수가 많고 다원적인 신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한국과 중국 무속신은 서로 다른 자연환경, 종교문화, 민속,역사문화의 기초에서 형성된 신으로서 나름의 문화적 특수성을 보인다.
Ⅰ. 서 론
이 글은 한국과 중국1)에서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대표적인 무속의례2)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서 한중 무속의 문화적 공통성과 특수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은 아시아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무속에 대한 비교연구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연구대상은 시베리아 샤머니즘이다.
많은 학자들은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시베리아 지역을 엄밀한 의미에서 고전적인 샤머니즘의 고향으로 보고,
한국과 중국의 무속 또한 그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결과 한중 두 나라의 무속신앙은 그 전체가 샤머니즘이라는 것이 학계의 통념이 된 듯하다.
그러나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전형적인 엑스터시(ecstasy)가 한국 중부․북부지방 강신무(降神巫) 계통의 무속
에서 현저한 반면에, 남부지방 세습무(世襲巫) 계통의 무속에서는 그렇지 않은 점이 대조를 보인다.3)
1) ‘한국과 중국’을 이후에는 ‘한중(韓中)’이라고 줄여서 표기한다.
2) 이 글에서 무속제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무속의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제인 무당의 특징이나 제화초복(除禍招福)을 바라는 민중들의 신앙적 요소보다는, 의례의 과정이나 내용에 더 중점을 둔다는 의미이다.
중국 북방의 ‘살만교(薩滿敎)’4)는 전형적인 샤머니즘이지만 남방에서 학습무(學習巫)와 세습무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법사(法師)와 단공(端公)들이 담당하고 있는 나(儺)는 샤머니즘으로 설명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
이처럼 샤머니즘에 대한 연구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각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한중 두 나라의 무속의례의 실상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글은 앞서 샤머니즘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한중 무속의례의 진상을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확인하고 드러내기
위해서, 한국 세습무 계통의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나계통(儺係統)의 환단신(還壇神)을 비교연구의 대상으로
정하였다.
이 두 무속의례는 모두 전통이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속의례의 기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한, 이 두 무속의례는 연행 목적, 연행 양상, 나오는 신격 등에서 많은 공통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통제된 비교
단위(controlled comparison)가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한중 두 나라 무속의례의 기본 양상을 살펴보고, 비교연구의 기초 자료로서의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의 양상을 현지조사의 기초에서 정리하고 소개할 것이다.
그런 후에는 두 무속의례의 재차(祭次) 구조의 특징에 대한 비교를 통해서 무속에서 응축된 두 지역의 서민사회의 삶의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그런 다음에 두 무속의례에 등장하는 신격의 특징을 비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검출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중 무속의례의 공통성과 특수성의 일면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3) 최길성, 한국 무속의 이해, 예전사, 1994. p.17.
4) 살만(薩滿)은 퉁구스어 ‘saman'의 중국어 음역(音譯)이다.
Ⅱ. 무속의례의 양상
1. 동해안 별신굿
한국의 무속의례는 무당을 중심으로 민간에서 전승되는 신앙의 한 형태이다.
한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한 무속의례를 흔히 굿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학계의 통설로, 한국의 굿을 주관하는 무당은 그들의 성무(成巫) 과정에 따라 크게 강신무와 세습무로 대별되어 왔다.
강신무는 신병(神病)을 앓고 신내림을 받아 사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무당이며, 세습무는 혈통으로 무업을
계승해 가는 무당을 말한다.
강신무가 주로 한국 북부․중부에 분포되어 있다면, 세습무는 주로 한국 남부에 분포되어 있어서 강신무와 세습무의 구분을 지역적 특성으로 논해지기도 한다.
현재 한국의 무당은 갈수록 무속의 대종을 이루는 것이 강신무이고 세습무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상이다.
이러한 추세에서 세습이 아닌 일반인 까지도 학습에 의해 무당이 된 경우가 많이 있다.
즉 생계를 위해 무속의례를 학습하는 학습무(學習巫)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서 전승되고 있는 세습무의 굿 중에서 가장 전형적이고 전승력(傳承力)을 왕성하게 지니고 있는 지역은
동해안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해안 별신굿은 주로 어촌마을에서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화와 안녕, 풍요와 다산을 빌기 위해 무당들을 청해서 벌이기 때문에 규모가 제법 큰 편이다.
이글에서 분석 자료로 삼은 굿은 2002년 10월 18일부터 10월 20일까지 경상북도 영덕군 병곡면 금곡리에서
연행된 것이다.5)
금곡리 별신굿은 다른 자
5) 조사자: 국립경상대학교 국문과 최용수교수 ‘아시아지역 무속의례에서 연희된 춤조사․연구’팀(필자: 보조
연구원)
조사 일자: 2002년 10월 18일부터 2002년 10월 20일까지
조사 장소: 경상북도 영덕군 병곡면 금곡리
료와 비교해 볼 때, 비록 그 기간은 짧지만 동해안 별신굿의 총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굿거리별 내용과 나오는 신격은 다음과 같다.
1) 부정굿: 부정을 없애 달라는 뜻으로 굿의 맨 처음 행하는 거리다.
2) 청좌굿: 부정을 물려 깨끗해진 굿당에 모든 신을 청하여 좌정시킨다.
여기서 이 별신굿에 모셔지는 모든 신들을 한꺼번에 청한다.
3) 당맞이굿: 당맞이굿은 마을에서 모시는 골매기신을 신당으로 부터 굿당으로 모셔오기 위한 제차이다.
골매기신은 마을의 입촌주(立村主)나 창건자로서 마을을 처음으로 가꾸었고, 죽어서는 마을의 수호신이 된 존재이다.
4) 화해굿: 개개의 신들을 화해시키고 동참시키기 위한 굿거리이다.
5) 세존굿: 출산과 양육의 신인 삼신을 모시는 제차이고 잘 짜여진 설화 구조를 갖춘 서사무가인 ‘당금애기’를
구송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제차에 나오는 신은 세존과 삼한세존이다.
세존은 일반적으로 석가세존을 의미하는 불교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삼한세존은 인간의 출산과 양육을 관장하는 삼신이다.
6) 중도둑잡이: 양중들이 중심인물이 되어 진행하는 연극 형태의 굿거리이다. 연극의 내용은 마을 주민과 양중
들이 마을에 들어와서 도둑 짓을 하는 중을 잡는 과정이다.
7) 조상굿: 마을 사람들의 조상님을 모셔서 대접하고, 앞으로 모든 일이 잘되기를 빌며, 조상님의 가호를 바라는 뜻에서 이 거리를 행한다. 이 제차에 모셔지는 신은 조상인데, 남자 가장인 대주의 조상뿐만 아니라 아내의 친정 조상들도 모셔지고, 또한 직계인 연행자(무당): 송명희, 신길자, 신성녀, 빈순애, 김은영, 박금천, 이순덕, 김미향, 송동숙, 김장길, 신동해, 송정환, 정종근, 김명광, 박현수 윗대 조상뿐만 아니라 방계인 삼사촌 등의 조상들도
모셔진다.
8) 지신굿: 지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지신은 마을공동체의 수호신 역할과 한 가정의 복락(福樂)과 연관된 가신(家神) 역할을 한다.
9) 산신굿: 마을 당산의 산신과 여러 명산의 산신을 모셔, 가정이 화목하고 자손들이 장성해서 번창하기를 비는 굿이다. 산신은 산에 살면서 산을 관장할 뿐만 아니라 산 주변의 지역을 관장하는 신으로, 산 주변 마을 주민들을 보살펴주고 지켜주는 존재이다.
10) 천왕굿: 천왕에게 인간의 복을 발원하는 굿이며, 일명 ‘원님굿’이라고도 한다. 천왕굿에 모셔진 신은 중국의 옛날의 전설상의 임금, 한국 명산과 유명한 사찰의 천왕 등이 있다.
11) 성주굿: 성주를 위로하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굿이다. 이 제차에는 성주가 좋은 집과 좋은 살림을
마련해주었다고 칭송하는 내용의 서사무가인 ‘성주풀이’를 부른다. 성주는 한 가정의 집뿐만 아니라 마을회관
같은 공공건물도 성주를 가지고 있고, 배는 역시 하나의 구조물과 독립된 생활 단위로 성주를 가지고있다.
12) 심청굿: 심청굿은 판소리 <심청가>와 거의 같은 내용의 장편 서사무가인데 연출 도중에 주술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점을 치거나 시주를 받기도 한다. 이 굿에서 심봉사의 넋을 모시고 사람의 눈을 맑게 하고 안질을 예방하고 명과 복을 빈다.
13) 군웅장수굿: 역사와 전설상의 유명한 장군들을 모시고 행하는 굿이다. 이 제차에서 무당은 무거운 놋동이를 입으로 물어 올려 신의 위력을 보여주는데 ‘놋동이굿’ 또는 ‘논동우굿’이라고도 부른다. 이 굿에서는 도교의 오방신장(五方神將), 한국과 중국의 역사와 전설상의 유명한 장수(將帥)들을 군웅으로 모신다.
14) 원님놀이: 양중들이 연출하는 이 촌극은 새로 원님이 부임하면서 이속들, 하인인 고딕이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손님굿 15) : 천연두와 홍역을 가져오는 신으로 믿는 손님을 모시는 굿이다.
옛날에는 천연두가 대단히 무서운 질병이었기 때문에 이 병을 옮기는 존재를 무속에서 신으로 설정하게 된 것
이다.
16) 탈굿: 원님이 기생을 총애하는 모습을 풍자하며 상층계층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현하는 탈놀이이다.
17) 제면걸립굿: 무당의 조상으로 알려진 제면할머니의 넋을 청하여 대접하는 굿이다. 동해안 북쪽 지역에서는 제면할머니를 무조신(巫祖神)으로 설정하고 남쪽 지역에서는 걸립할머니를 무조신으로 설정하고 있다.
18) 용왕굿: 용왕에게 바람을 막아주고 배의 안전과 만선의 풍어를 기원하는 굿이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모시는 용왕은 사행팔방(四海八方)의 용왕님이라고 하는데 즉 바다, 강물, 호수 등의 물을
관장하는 용왕들이다.
19) 너름굿: 제관이나 주민 중의 한사람에게 대를 잡게 하여 굿판에 왔던 신들이 잘 놀고 가는지를 물음으로써
굿의 성공을 빌고, 마을의 무사태평을 비는 내용이다.
20) 꽃노래: 무당들은 굿당에 진열되었던 꽃을 양손에 갈라 쥐고 춤을 추며 영혼들이 저승으로 잘 가라고 빈다.
21) 뱃노래: 무당과 주민들이 굿당에 걸려 있는 용선과 길게 연결된 하얀 천을 당겼다 놓았다 해서 배 젓는 흉내를 하면서 굿에 온 모든 신들을 용선을 타고 잘 가라는 뜻이다.
22) 등노래: 등(燈)을 만드는 과정을 노래하고 등을 갖고 춤을 추면서 신을 떠나보낸다.
23) 범굿: 호랑이로 인한 우환을 방지하기 위해서 생긴 연극인데, 호환(虎患)이 없는 지금에도 이 굿이 연출됨으로써 사람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우환을 막는다는 의미가 있다.
내용은 포수가 총을 쏘아서 마을 주민들을 해치는 호랑이를 잡는 과정이다.
24) 거리굿: 양중의 일인극(一人劇)의 형식을 하고, 굿을 하는 동안 일일이 모시지 못했던 잡귀잡신(雜鬼雜神)들을 풀어먹이고 돌려보내는 내용이다.
잡귀잡신들은 주로 무속에서 모시는 높은 신들의 사자(使者), 수비(守備), 시종(侍從)들과 비정상적인 죽음을
당한 원혼(冤魂), 원귀(寃鬼)들이다.
2. 중국 환단신
현재 중국의 무속의례를 지역적으로 구분해 보면 크게 북방의 살만교 의례와 남방의 나계통 무속의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살만교는 샤머니즘적인 무속으로서 중국 동북․서북지역의 알타이어계 제 민족들 속에서 전승되었다.
그러나 북방의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사회주의 생산 생활 방식이 확인되었기에 살만교 의례가 이미 사라진 상태
이다.6)
현재는 단지 이러한 민족들의 가제(家祭)의례에서 그 옛 모습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중국의 나(儺)는 원래 역귀를 물리치는 무술적(巫術的)인 행위로서 상대(商代)에 이미 궁정으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으로 행해지던 것이다.
송대(宋代) 이후 나는 정치중심의 이동과 더불어 중국 남방으로 옮겨가서 남방의 민간 무속과 결합되었다.
지금은 주로 중국 장강(長江) 이남의 산간지역에서 다양한 나 활동을 찾아 볼 수 있다.7)
나를 행하는 무격은 보통 스승으로부터 기예를 배워서 사제권을 받는다.
지역에 따라서 ‘단공(端公)’, ‘사공(師公)’, ‘노사(老師)’, ‘토노사(土老師)’, ‘동자(童子)’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여덟 명 안팎의 무격과 악사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는데, 이를 ‘단반(壇班)’,‘나반(儺班)’, ‘나단(儺壇)’ 등으로
부른다.
나는 보통 사람의 초청
6) 王松林 外, 「遠去的文明-中國薩滿文化藝術」, 中國 黑龍江人民出版社 2004.p.127.
7) 陶立璠, 「중국의 假面문화」, 比較民俗學 제11집, 비교민속학회, 1994. p.407~425.
을 받아서 행해지는데, 마을이나 가정의 제화초복(除禍招福)의 목적으로 행해진다. 연출 동기에 따라서 주로
‘충나(沖儺)’와 ‘환원(還愿)’으로 나누는데, ‘충나’는 사기를 누르고 물리치는 구나(驅儺)활동을 위주로 연행하는 것이고, ‘환원’은 신에게 빌었던 일이 이루어져서 그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나를 연행하는 것이다.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서남쪽 산간지역에서 보존되고 있는 환단신은 전통이 오래되었고 독특한 연구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나계통의 무속의례
이다.
환단신은 가족의 조상신을 모시고 가족의 평안과 재수, 자손의 행복을 비는 무속의례이다.8)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투쟈족(土家族)들은 주로 가족을 중심으로 부락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족의 조상신을 모시는 환단신 제의는 마을 공동의 제의로 치르기도 한다. 환단신의 제차(祭次)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9)
1) 청신(請神): 본 제차는 신을 청하는 내용이 주가 되며, 집주인과 돼지 도살인․주방장․향촉사(香燭師)․단공(端公)․악사(樂師)들도 청하며, 단공의 역대 사부(師傅)도 함께 청한다.
2) 개단(開壇): 본 제차는 역시 신을 하나하나 청하여 제단에 모시고 제물을 바치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청해지는 신격은 나제(儺
8) 투쟈족(土家族)들은 본 성씨의 죽은 조상이 신이 되어서 병사들을 많이 모집해서 후손들을 잘 보살피고 있다고 믿는다. 집에서 오곡, 돈, 땔감과 말사료, 그리고 계란 또는 잡은 닭 머리를 넣은 단발(壇鉢)을 조상신이 거주
하는 궁전으로 보고 잘 모시는데 이 조상신을 단신(壇神)이라고 한다.
단신을 모시고 있는 집에서는 정기적이나 불정기적으로 단신에게 제사지내고 집안에서 사악한 걸 제거하고 복을 비는 제사를 행하는데 이것을 ‘환단신’이라고 한다.
9) 조사자: 장국강
조사 일자: 2005년 1월 28일부터 1월 30일까지
조사 장소: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엔시투쟈족먀오족자치주(恩施土家族苗
族自治州) 산차향(三岔鄕) 야무유촌(鴉沐浴村)
연행자: 탄시워초(譚學朝)를 주무로 되는 ‘단반(壇班)’
祭)와 관련이 있는 신을 위주로 하고, 삼청(三淸), 천존(天尊), 오제(五帝), 선관(仙官), 노군(老君), 천사(天師), 장수(將帥) 등 순으로 청한다.
3) 청수(請水): 우물에 가서 용왕에게 제를 올려서 의례에서 사용될 정화수를 청한다.
4) 찰조(札竈): 장사병(將士兵)들을 이끌고 부엌으로 가서 부엌인 조신(竈神)을 위로․감사하고 집안의 부정한 것과 화재의 재앙을 제거하는 내용이다. 조신의 직능은 화신(火神)으로서 불을 관장하고 ‘사명신(司命神)’으로서
식구들의 수복(壽福)을 관장한다.
5) 조신(操神): 제장에 온 신병(神兵)과 신장(神將)들이 훈련하는 내용이다.
이 제차에 나오는 장군신은 동방 청제(靑帝)의 병마를 인솔하는 대랑장군(大郞將軍), 남방 적제(赤帝)의 병마를 인솔하는 이랑장군(二郞將軍), 서방 백제(白帝)의 병마를 인솔하는 삼랑장군(三郞將軍), 북방 흑제(黑帝)의 병마를 인솔하는 사랑장군(四郞將軍), 중앙 황제(黃帝)의 병마를 인솔하는 오랑장군(五郞將軍)이다.
환단신에서 이런 장군들은 오방의 병마를 인솔하여 악마를 잡고 액을 막아준다.
6) 봉정(封淨): 집안에 있는 사악한 것을 제거하고, 특히 집에 화재를 일으키는 화성(火星)을 잡아 병에 담아 땅 속에 묻어버리고 1년 내내 화재가 없게 한다.
7) 첨압(簽押): 본 제차에서는 집주인이 신에게 보답하려고 약속했던 희생물을 바치는 과정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문서에 사인하고 신에게 문서를 보낸다. 그리고 사치공조(四値功曹)란 신을 보내 사인한 문서를 상(上), 중(中), 수(水), 음(陰) 세계의 신 앞에 전달을 한다.
8) 제저(祭猪): 본 제차는 돼지 희생물을 잡는 과정을 신성화하고 돼지를 제도(濟度)하는 내용이다.
중간에서 단공들은 가면을 쓰고 ‘희저(戱猪)’란 연극을 공연한다.
연극의 내용은 과거시험 보러 상경하는 상공(相公)과 시동(侍童)들 간에 일어나는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9) 영백신(迎百神): 이 번 의례의 주신(主神)인 후백노야(侯伯老爺)와 백태낭낭(伯太娘娘)을 비롯한 여러 신병신장(神兵神將)들을 청해 와서 제물을 바치고 잘 모신다.
후백노야(侯伯老爺)와 백태낭낭(伯太娘娘)는 가족이나 종족의 조상신이다.
10) 탁단방병(拆壇放兵): 본 제차는 후백노야와 백태낭낭의 궁전이 열려서 병사들이 나와서 노는 내용이다.
11) 발성(發聖): 본 제차는 통병성모(統兵聖母)가 오방의 저승 병마를 통솔해서 사악한 귀신을 제거하는 내용이다. 통병성모는 후 백노야 밑에서 병사를 이끄는 여장군이다.
12) 소개산(小開山): 소귀(小鬼)가 나와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인간에게 복도 준다.
본 제차에서 단공이 가면을 쓰고 연극 형식으로 진행한다.
환단신에서 나오는 소귀는 후백노야의 군대를 위해서 장애물 제거하고 다리를 놓고 길을 닦는 선도장(先導將)의
역할을 하는데 ‘개산장군(開山將軍)’이라고도 부른다.
13) 출령병토지(出領兵土地): 영병토지신(領兵土地神)이 등장하여 재미있게 놀고 가정을 축복해 준다.
본 제차에서 단공이 가면을 쓰고 연극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재미있는 농담이나 수수께끼 등 오락적인 성격이
강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관중들에게 흥미 거리를 제공해 준다.
중국 민간에서 토지신(土地神)은 신들 중에서 지위가 아주 낮은 신이고, 인간과 제일 친근한 신이다.
14) 초병(招兵): 본 제차에서는 주로 즐겁게 놀게 하기 위해서 풀어 놓은 조상신의 병사들을 불러 모으고 인원을 점검하는 과정을 연출한다.
15) 찰단(札壇): 조상신의 새로운 궁전을 만들고 신들을 안치한다.
16) 회숙(回熟): 신들에게 약속했던 제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바친다.
단공은 괘(卦)를 던져서 모든 신들이 공물을 잘 받았는가, 제의 과정이 순조롭게 잘 되었는가, 새로운 조상신이 생겼는가를 파악한다.
17) 개훈경주(開葷敬酒): 고기요리와 술을 많이 차려서 신과 인간이 같이 즐겁게 먹으면서 즐겁게 논다.
이 제차에서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18) 출이랑(出二郎): 이랑신(二郎神)이 나와서 위용과 무술을 보여주고 마을에서 온역과 재앙을 물리치고 복과 재물을 준다.
본제차에서 단공이 가면을 쓰고 연극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랑신의 내력에 대한 전설은 민간에서 많은 이본이
있지만 보통 치수(治水)와 관련된 것이다.10)
19) 출판관(出判官): 판관(判官)이 나와서 재미있게 놀면서 사람들이 지은 죄업을 다 용서받도록 해주고, 앞으로 가정에 나쁜 일이 없고 좋은 일만 생기도록 해준다. 본 제차에서 단공이 가면을 쓰고 연극 형식으로 진행한다.
판관은 불교에서 저승의 귀왕(鬼王)밑에서 인간의 생사(生死) 사항을 기록하는 책자인 ‘생사부(生死簿)’를 관장하여 인간의 선악을 판정하고 수명을 관장하는 무서운 신이다.
20) 타홍산(打紅山): 본 제차에서는 단공이 머리에 못을 박거나 칼로 찔러 피를 내고 곧바로 피를 멈추게 하는
절기(絶技)를 보여 준다.
단공은 머리의 피를 묻힌 종이를 집주인에게 주고, 주인이 이 종이를 집안에 걸어두면 벽사(辟邪)의 효험이 있다고 한다.
21) 송신(送神): 단공은 송신(送神) 무가를 부르면서 신을 떠나보내고 제장을 철거한다.
10) 전설에 의하면 진(秦)나라 이빙(李冰)이 촉군(蜀郡) 군수(郡守)로 재임할 때, 천강(川江)에 얼용(孽龍)이
나타나서 백성을 해친다.
이빙은 강물에 뛰어 들어 얼용과 격렬한 격투 끝에 얼용을 제거했다. 그리고 훗날에 이 빙의 둘 째 아들이 이 지역에서 홍수를 퇴치해서 큰 공을 세웠다. 백성들이 이빙 부자를 기리기 위해서 묘를 짓고 ‘관구이랑신(灌口二神)’으
로 모신다.
22) 안신(安神): 청해온 신을 보낸 후에 가정에서 모시던 모든 신들을 위로하는 제차이다.
Ⅲ. 제차의 비교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의 제차는 먼저 ‘청신 - 오신 - 송신’의 구조로 되어 있다.
청신 부분에서 신을 모시고, 오신 부분을 통해 신을 즐겁게 하고, 송신 부분에서 모든 신들을 제자리로 돌려
보낸다.
금곡리 별신굿의 제차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청신 부분: ① 부정굿 ② 청좌굿 ③ 당맞이굿
오신 부분: ④ 화해굿 ⑤ 세존굿 ⑥ 중도둑잡이 ⑦ 조상굿 ⑧ 지신굿 ⑨ 산신굿 ⑩ 천왕굿 ⑪ 성주굿 ⑫ 심청굿
⑬ 군웅
장수굿 ⑭ 원님놀이 ⑮ 손님굿 ꊘꊉ 탈굿 ꊙꊉ 제면걸립굿ꊉꊚ 용왕굿 ꊉꊛ 내림굿 ꊊꊕ 범굿
송신 부분: ꊊꊒ 꽃노래 ꊊꊓ 뱃노래 ꊊꊔ 등노래 ꊊꊖ 거리굿
환단신의 제차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청신 부분: ① 청신 ② 개단 ③ 청수
오신 부분: ④ 찰조 ⑤ 조신 ⑥ 봉정 ⑦ 첨압 ⑧ 제저 ⑨ 영백신⑩ 탁단방병 ⑪ 발성 ⑫ 소개산 ⑬ 출령병토지
⑭ 초병⑮ 찰단 ꊘꊉ 회숙 ꊙꊉ 개훈경주 ꊚꊉ 출이랑 ꊛꊉ 출판관 ꊒꊊ
타홍산
송신 부분: ꊊꊓ 송신 ꊊꊔ 안신
무속의례의 전체 제차가 ‘청신-오신-송신’의 구조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제차 안에서도 ‘청신-오신-
송신’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동해안 별신굿의 모든 거리는 먼저 신을 청하는 청배무가를 부르고, 신을 놀리는 노래나 춤을 춘 후에 신을 다시
돌려보내거나 신의 능력을 빌어 기원하는 교술무가를 한다.
거리마다 마무리 부분에서는 신의 뜻을 묻는 소지를 올리고 초대했던 신에게 술잔을 올린다.
중국 환단신의 제차는 보통 먼저 무가를 부르고 소지를 하면서 청신을 하거나 법사(法事)의 원유(原由)를 신에게 보고한다. 그 다음에 춤을 추고 연극을 하면서 오신을 하는 동시에 법사의 목적을 수행한다.
마무리 부분에서는 신을 뜻을 묻는 괘를 던지고 신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의 진행과정을 보면, 청신 부분에서 무속의 모든 신이 다 청해지고 오신 부분에서
이렇게 청해진신들은 해당 개별 제차를 통해서 신과 인간의 일대일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징은 개별 제차의 명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동해안 별신굿의 개별 거리의 명칭인 ‘세존굿’․‘조상굿’․‘지신굿’․‘산신굿’ ․‘천왕굿’ ․‘성주굿’ ․‘심청굿’ ․‘군웅장수굿’ ․‘손님굿’․‘제면걸립굿’․‘용왕굿’ 등과
중국 환단신의 개별 제차의 명칭인‘찰조’ ․‘발성’ ․‘소개산’ ․‘출영병토지’ ․‘출이랑’ ․‘출판관’ 등은 모두 이 제차에서 모시는 신의 명칭으로 되어 있다.
무속의례에서 개별 제차를 통해서 신과 인간이 만나는 것은, 신과 인간과의 만남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신과의 일대일 만남을 통해서야만 소원이 잘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무속신은 해당 제차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나름의 영역과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중 무속의례에서 인간과 신의 이러한 일대일 만남에는 차이가 있다.
동해안 별신굿에서는 청해진 어떤 신도 제외되지 않고, 개별 제차를 통해서 모든 신과 일대일의 만남이 이루어
진다.
심지어 잡귀잡신, 부정(不淨)조차도 청해서 음식 접대를 받고 돌아간다 이에 반해 .
중국 환단신은 청신부분에서 모든 신이 다 청해지지만, 개별 제차에서는 개별 신만을 모시고 일대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차이는 한중 무속에서 신격의 위계질서에 대한 이해와 두 지역 서민의 삶 실상과 관련된다.
첫째, 신격의 위계질서를 보면 동해안 별신굿에서 모시는 신들은 위계질서가 뚜렷하지 않은 반면에,
중국 환단신에서는 신들 간의 위계질서가 뚜렷하게 보인다.
동해안 별신굿에 나오는 신들은 높은 신과 낮은 신의 구별이 분명히 있다.
굿의 본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며, 굿당 안으로도 들어오지 못하는 잡귀잡신은 풀어먹이는 존재로 격식 없는 의식으로 모시는데 다른 신보다 아주 지위가 낮은 신이다.
그런데 별신굿의 본과정이 연행되면서 모시는 신격들은 위계질서가 뚜렷하지 않다.
신들의 내력을 보면, 이들은 모두 독립적인 영역에 존재하고 있고, 다른 신을 봉하거나 관리하는 최고신은 없다. 그들은 서로 다른 개별거리에 모셔지고, 서로 간에는 접촉이나 교류가 없다.
인간이 신에게 소원을 빌 때는 같은 내용을 모든 신에게 반복해서 빈다.
동해안 별신굿에서는 오신부분의 첫 거리로서 개개의 신들을 화해시키고 동참시키기 위한 화해굿을 행한다.
이것은 무속신들이 서로 독립적이고 대등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한꺼번에 같이 모셔서 미리 충돌되지 않도록 당부하는 뜻이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청해진 신은 어떤 신도 예외 없이 개별제차를 통해서 인간과 일대일의 만남을 이루게 되는 것은, 무속신들이 각기 대등한 격위(格位)로서 독립되어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이 신들 간에 위계적인 관계가 없다고 보고, 신의 세계 중 어느 존재도 무시되지 않고 제외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11)
중국 환단신에서는 등장하는 신들 간의 위계질서가 뚜렷하다.
11) 이용범, 「韓國 巫俗의 神觀에 대한 연구: 서울 지역 재수굿을 중심으로」,서울대학교 철학박사 학위논문, 2001. p.151.
환단신 청신부분에서 신을 청하는 순서, 그리고 신도(神圖)의 질서를 통해서, 신들의 분명한 위계관계를 알 수
있다.
지위가 높은 신으로부터 천존(天尊)․오제(五帝)․선관(仙官)․노군(老君)․조사(祖師)․장수(將帥)의 순으로 지위의 높낮이가 나타난다.
중국 무속신의 위계질서는 봉건사회 정치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국 봉건사회의 정치구조처럼 무속신의 세계의 맨 상층에 있는 신이 황제에 해당하는 옥황대제이고, 밑에서
‘후(侯)’ 자와 ‘관(官)’ 자를 붙여서 부르는 여러 직급의 신이 있고, 군대의 장수 명칭인 ‘원수(元帥)’․‘장군(將軍)’․‘공조(功曹)’로 불리는 신도 있다.
중국 봉건사회에서 최고의 권위자요 권력자는 역시 황제지만, 그는 서민들로부터 멀리 있고, 추상적이어서 실제로 백성들과는 접촉이 불가능한 존재이다.
서민들과 직접 접촉을 하면서 서민의 일상생활에 깊은 영향력을 줄 수 있었던 자는 각종 향리(鄕吏)와 같은 하위
관리들이었다.
보통 향리들은 아주 박정하고 탐욕이 많은 자이기에 잘 모셔야 한다.
이러한 인식은 무속에서 그대로 구현되는데, 무속의례에서 인간과 일대일 만남을 하는 신은 모두 높은 신의
특사(特使) 자격으로 등장하는 하위 신들이다.
둘째, 전통사회 서민 대중의 생활 실상을 보면, 한국 서민의 ‘빌고 달래는 문화’와 중국 서민의 ‘철저한 계산과
적극적인 투쟁’의 특징이 있다.
한국 전통 사회에서 힘없는 서민의 인간관계의 특징은 권력이 있는 윗사람에게 도움을 빌고, 힘이 없고 폐만
주는 아랫사람에게는 무시당하지 않고 달래 보내는 것이다.
이것은 ‘빌고 달래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12)
이러한 문화는 가식이 없고 본능적 성정 그대로 사는 일반 서민 대중의 사회 실상이고, 서민의 기초 신앙인 무속에서 반영하고 있다.
한국 무속의례에서 무속신과 인간 사
12) 임돈희․로저 L. 자넬리, 「무속을 통하여 본 한국인의 인간관계」, 한국문화 연구(경희대학교 민속학연구소), 1998. p.314.
이에 이루어지는 청탁의 관계는 뚜렷하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인간은 신과의 일대일 만남에서 신을 대접하고
자신의 바람을 신에게 이야기한다.
그 결과 무속신은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해당 제차를 통해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인간에게 복을 내려줌
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 무속신은 욕심이 많고 돈을 많이 요구한다.
특히 별신굿 오신부분의 각 거리에서는 신에게 바치는 돈이라면서 관중과 제주에게 돈 낼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절약하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신에게 바치는 돈은 아끼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신의 기분을 좋게하는 데는 한계가 없어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게 마련이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잡귀잡신에 대한 처리방법은 달래서 떠나보내는 것이다.
의례 마지막에는 ‘대거리’를 따로 마련해서 잡귀잡신들을 풀어먹인다.
무속에서는 하찮은 잡귀잡신들을 잘 대접하여 달래지 않으면 자꾸 뒷탈을 잡고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들은 굿당 안에서 상을 차려놓고 대접하지만 잡귀잡신은 거지처럼 문밖에다 잔반을 차려서 준다.
결국 이것을 먹고 빨리 떠나서 다시 오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 무속의례에서 중국인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계산적인가를 알 수 있다.
또한 사악한 귀신을 위협하여 쫓아내거나 제거하는 것을 통해서 중국인이 악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중국 환단신에서 무속신과 인간 사이에는 계약관계가 이루어진다.
나계통의 무속의례는 일반적으로 신에게 빌었던 일이 이루어져서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의미로 행하는 것이다.
신에게 빌 때 어떤 희생물과 어떤 즐거움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허원(許愿)’이라고 하고 의례를 통해서 신에게 약속하였던 보답을 실천하는 것을 ‘환원(還愿)’이라고 한다.
결국 환단신을 연행하는 동기는 역시 조상신과 집 주인 간에 신이 복과 명을 주면 잔치를 베풀어 즐겁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데서 출발하였으며, 여기서 신과 인간 사이에 계약 관계가 형성된다.
만약 신의 보살핌으로 집안에서 일 년 동안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당초 약속대로 환단신을 연행하여 신에게 계약 조건을 이행한다.
환단신의 오신 부분은 바로 이러한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으로서 특정한 신들과 만나서 희생물을 바치고 즐겁게 노는 동시에, 계약 내용이 잘 이행되었는지를 확실하게 따진다.
중국 나계통 무속의례에서 사악한 귀신에 대한 처리 방법은 위협해서 쫓아내는 것이다.
법술이 뛰어난 신을 청해 와서, 신의 힘을 빌려서 활을 쏘고, 칼을 휘둘러서 사귀사신을 위협하여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환단신의 ‘봉정’ 장차에서 집안의 화재, 온역 등을 가져오는 사귀사신은 모두 잡아서 병에다 가두어 땅속에 묻어
버린다.
‘타홍산’에서는 단공의 머리에 피를 내고, 이 피를 묻힌 종이를 집 곳곳에 붙여서 모든 사귀사신을 막아준다.
이렇게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의 전체 과정은 모두 ‘청신-오신-송신’의 구조를 갖추고 있고, 오신 부분에서 해당 개별 제차를 통해서 신과 인간의 일대일 만남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러한 구조는 구복제액을 기원하는 민중들의 소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동해안 별신굿에서는 청해진 어떤 신도 제외되지 않고, 개별 제차를 통해서 모든 신과 일대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에 반해 중국 환단신은 개별 제차에서는 개별 신만을 모시고 인간과 일대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것에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점은 무속에서 한중 두 나라 서민의 신관과 생활 철학의 반영이라 하겠다.
Ⅳ. 신격의 비교
무속의례의 연출과정은 신을 불러 모시고, 신을 대접하여 즐겁게 하고 신에게 , 소원을 빌며, 신을 떠나보내는
제차로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무속신13)은 중심적인 요소이다.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의 신들이 등장하고 있다.
두 무속의례의 무속신의 공통점은 모두 그 숫자가 많고 다원적인 신의 세계가 이루어진다.
다원적인 무속신의 세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무속신의 존재 영역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포함한다.
인간의 생활환경인 하늘, 산, 물, 마을, 집 곳곳에 무속신이 존재하고 있다.
둘째, 무속신은 인생의 생사화복(生死禍福)과 모든 운명을 관장하고 있다.
무속신은 보통 복합적인 직능을 갖고 있다.
무속의례에서는 무속신이 그 나름의 어떤 특수한 직능을 맡고 있는 존재로 나타나지 않고, 인간의 모든 바람을
다 들어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셋째, 한중 무속은 불교, 도교, 유교와 같은 타종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타종교의 신을 많이 흡수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역사 인물, 전설상의 인물도 무속신이 되었다.
넷째,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고 있는 모든 인간외적(人間外的)인 존재, 예를 들면 신령, 귀신, 조상,
잡귀잡신, 부정, 영정, 온역, 화재, 돼지희생물 등이 모두 무속의례에서 신으로 모셔진다.
이러한 신들은 인간에게 항상 복을 가져다주는 신도 있고, 인간에게 복과 화를 동시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신도
있으며, 인간에게 항상 화를 가져다주는 신도 있다.
무속의 기본적인 원칙은 세속공리(世俗功利)의 원칙이다.
한중무속은 서민의 현실 생활에서 필요한 것이나 결여된 것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현실주의적 성격의 신앙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
13) 여기서 무속신(巫俗神)이란, 무속의례에 등장하는 신의 개념으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고 있는
인간외적인 존재로서 신령․귀신․조상․잡귀잡신 등을 다 포괄하는 아주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생활에서 구체적인 필요와 결여된 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무속신이다.
그래서 무속은 모든 현실 삶에서 구체적인 필요와 결여된 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존재라면 모두 신으로 모신다. 이러한 세속공리의 원칙은 무속신의 세계를 다원적인 신의 세계로 만들었다.
무속신은 민중들이 생활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지역적 특성과 오랜 역사에서 삶의 근간이 되어 온 민족문화와
사상에 따라 다양한 문화적 특징을 갖추고 있다. 동해안 별신굿에 나오는 신격과 중국 환단신에 나오는 신격에는 이러한 나름의 특수성을 보인다.
1) 자연환경
전통적으로 한국 해안지역의 마을은 배산임수형(背山臨水型)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산과 함께 물이 마을의 기본적인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다. 일
반적으로 산은 다른 지역이나 마을과 경계를 나누는 역할을 담당하고, 바다는 생활을 유지하는 바탕이 된다.
이러한 전통적인 마을의 입지 때문에 산신과 용신은 아주 중요한 수호신으로 모셔진다.
산신은 산뿐만 아니라 산 주변 마을 주민의 삶 전체를 관장하고 있는 존재이다.
용신 또한 바다뿐 아니라 바닷가에 있는 마을 주민의 삶 전체를 관장하고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산신과 용신을 소홀히 대하면 마을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동해안 별신굿에서 산신과 용신은 아주 중요하게 섬기는 신격이다.
중국 환단신 지역은 바다와 멀리 떨어진 산간지역이고 주로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을 유지하기 때문에 논과 산이 한 마을의 기본적인 자연환경이 된다.
또한 이 지역은 주로 가족 단위로 집거(集居) 생활을 하고 있다. 보통 한 가족은 자신들 소유의 논 앞과 산밑에 집을 짓고 독립적인 자연촌락을 형성해서 생활을 영위한다.
그래서 이 지역의 무속에서는 토지신과 산신이 아주 중요한 수호신으로 나타난다 .
중국 환단신에서 산신은 토지신의 한 명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토지신과 산신은 산기슭에 위치하는 토지묘에 같이 모셔진다.
이것은 인류의 생활이 수렵, 채취에서 농경으로 발전하여 인간이 경작지 근처에 이주하는 과정에서 산신을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주시킨 것이거나 산신의 역할이 떨어져서 토지신으로 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14)
환단신 지역은 도작농경(稻作農耕) 생활을 하기 때문에 비와 바람이 제때에 알맞게 있기를 바라는데, 이러한 소원은 토지신에게 기원하게 마련이다.
물을 관장하는 용신은 제의에 사용되는 정화수(淨化水)를 제공해주는 역할만 한다.
이처럼 환단신의 토지신은 산신과 용신의 역할을 모두 포함하는 중요한 신격임에 분명하다.
2) 종교문화
한중 두 나라에는 고급 종교로서 불교, 유교, 도교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고급 종교는 무속에 대해 배척하는 태도를 취하지만, 무속은 이러한 종교를 적극적으로 융합한다.
그 결과 한중 무속신의 세계는 이러한 타종교의 색채를 많이 갖게 되었다.
동해안 별신굿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에 대해 임석재는 한국 무속은 특히 불교의 영향을 크게 받아 ‘불교의 기형아’라
14) 이에 대해, 임동권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초기 산신은 산정에 있었을 것이다. 산정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장소이기에 천신과 교통하는 곳이며, 시대가
내려옴에 따라 산신의 처소도 산중턱으로 내려오고 다시 산록으로 인간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
된다. … 인류의 생활이 수렵, 채취에서 농경으로 발전하여 왔는데, 농경 생활은 경작지 근처에 거주해야 했고,
농경 생활에 들면서 산에 가는 일은 줄고 평야지대에서 활동하게 되어 산에 가는 일은 별로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생활사의 변천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산신을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동시켜 마을 근처로 산신당을 옮겨왔다.”(임동권, 「마을祭에 나타난 한국인의 思惟」, 한국민속학 (한국민속학회<구 민속학회>)26집, 1994. pp.337~338.)
고 할 정도라고 평했다.15)
동해안 별신굿에는 세존, 천왕 등의 불교신이 나온다.
세존은 본래 불교의 교조(敎祖)인 석가모니 부처님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고, 천왕은 본래 불교에서 욕계, 색계
등의 하늘의 임금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여기서 세존과 천왕은 불교에서 그 명칭을 차용해서 사용한 것으로, 불교 신의 위력을 무속에서도 발현하고자
하는 소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신앙대상이 되는 신뿐만 아니라, 무속의례의 연행형식, 무속의 신관․우주관․영혼관 등의 종교적 사고체계, 신도들의 종교적 태도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무속은 불교의 요소를 많이 수용하고 있다.
중국 환단신은 도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환단신에서는 삼청,옥황대제, 공조, 오방신장, 오방오제, 성군 등 도교와 관련된 신들이 많이 등장한다.
신의 위계질서의 구별 또한 도교신의 위계 구분 기준과 비슷하다.
도교의 신은 보통 일생을 아주 청빈하게 보내고, 권위와 금전을 멸시하고 선행을 좋아하고 높은 인격을 가지
고 있다.
그들은 모두 법술이 뛰어나고, 백성을 위해서 사악한 세력을 제거하고 정의를 진작한다.
그래서 후세 서민들로부터 숭배를 많이 받았다.
무속신은 도교신의 이러한 면들을 그대로 닮아있다.
무속신은 부귀영화와 금전에 대한 욕심이 없고, 정의를 돕고 사악함을 축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환단신에 등장하는 각종 신의 내력을 보면 대부분 빈한하다.
이노군이 그렇고, 나후사조와 조후법주가 그러하며, 토지신, 십성공왕 등이 모두 그러하다.
심지어는 각 가정에서 모시고 있는 단신들도 생전에는 모두 가난했던 자들이다.
이는 출신이 빈한한 신들일수록 서민들의 질고(疾苦)를 잘 이해해주고, 서민에게 복을 잘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또한 환단신에서는 도교의 천지개척, 음양대립과 전환, 오방오행오색의 우주관 사상을 많이 수용하고 있다.
15) 임석재, 「한국무속연구서설」Ⅲ, 한국민속연구논문선, 일조각, 1986. pp.35~36.
3) 민속문화
동해안 별신굿에서는 성주, 지신, 삼신 등 많은 가신들을 모시는데 가신 중에는 성주신을 제일 높은 신으로 여긴다.
성주신은 집자체 또는 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대들보와 동일시되며, 흔히 ‘집임자’, ‘상량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주신은 한국의 주거문화와 관련하여 기원되는 신이다.
한국 민간에서 집을 짓기 전에, 집주인의 운수와 새로 지을 집의 성주의 운이 서로 맞는가를 알아보는 ‘성주운
보기’를 한다.
집의 건축 구조물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 때에도 성주신에게 고사를 지낸다.
새로 지은 집에 입주한 다음에는 반드시 성주를 모시는 의례를 행한다.
결국 동해안 별신굿에서 성주신은 집을 모르고 살던 인간에게 처음으로 집을 지어주어, 인간이 새로운 질서를
갖춘 삶을 영위할수 있도록 하는 신이다.
특히 집을 지을 때 제일 중요한 재료인 나무인 대들보를 성주신과 동일시하는 것은 나무숭배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환단신에서는 조신을 가장 높은 가신으로 여긴다.
환단신의 무가에서 ‘조군신(竈君神), 화염신(火焰神)’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신에 대한 신앙은 원시인류의 불에 대한 숭배에서 기원된 것이다.
‘조(竈)’의 원시형태는 바로 선민들이 조명과 온기를 받고, 음식을 익히기 위해서 주거지에서 붙이는 모닥불이다.
모계사회에서 불은 씨족의 최고 관리자인 부녀자들이 관리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최초의 조신은 여신(女神)으로 나온다.
뒤에 와서 사람들이 황제(黃帝), 염제(炎帝) 등 전설의 임금들을 조신으로 모시고 ‘조왕공공(竈王公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민간에서는 보통 조신을 ‘조공(竈公), 조모(竈母)’라고 부르고 남신 한명과 여신 한 명을 같이 모시고 있다.
당초 조신은 화신으로서 불과 음식을 관장하는 가신이었고 그 후에는 각 집의 사적인 일을 수집해서 옥황대제에게 보고하는 ‘이목신’으로 변하게 되었다.
옥황대제는 조신의 보고에 의해서 인간에게 수명을 늘여주거나 줄여 주는 것을 결정한다.
그래서 조신은 인간의 수명을 간접적으로 관장하게 되었다.
민간에서 음력 섣달 23일에 조신에게 고사를 하는데 엿을 공물로 쓴다. 엿으로 조신의 입을 붙여서 집의 나쁜
일과 잘못을 옥황대제에게 말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조신은 새로운 직능이 계속 부여되면서 제일 높은 가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환단신에서 모시는 조신은 바로 이러한 민간 풍습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여서 만든 신이다.
4) 역사문화
무속은 한 민족의 역사, 한 지역의 역사를 투영하고 있다.
특히 무속의례에서 등장하는 인물신은 해당 민족의 역사문화를 많이 담고 있다.
한중 무속의례에는 군웅 또는 장군신들을 많이 모시고 있다.
군웅에는 역사상 실존했던 영웅들도 있고 전설상의 영웅들도 있는데 해당 민족의 역사가 투영되어 있다.
한국 별신굿에 모셔지는 군웅들 중에는 진시황(秦始皇)․초패왕(楚覇王)․제갈량(諸葛亮)․관운장(關雲長)․
조자룡(趙子龍) 등 중국 역사와 전설상의 장군과 황제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한국이 역사적으로 한자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환단신에서 이랑신은 역사적 실존 인물이다.
중국 서남 지역에서 이랑신은 진(秦)나라 촉군(蜀郡) 군수 이빙(李冰)이라고 한다.
이것은 백성들이 자기를 구해준 역사 영웅인물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것이다.
중국에서 도교는 불교보다 몇 십 년 늦게 나온 종교이다.
도교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처음에 노자를 최고신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노자는 원래 신이 아니고 역사적인 실존 인물이었다.
이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을 차용해서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사례이다.
환단신에서 도교의 창시자인 노자와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를 높은 신격으로 모시는 것 또한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Ⅴ. 결 론
이상에서 한국과 중국의 무속의례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을 검토해 보았다.
그 결과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의 제차와 신격에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공통점과 특수성이 있음이 드러났다.
첫째, 두 무속의례의 제차는 전체적으로 모두 ‘청신 - 오신 - 송신’의 기본 구조를 가진다.
의례의 과정을 보면, 먼저 청신제차에서 무속의 모든 신이 다 청해지고, 그 다음에 해당 개별제차를 통해서 신과 인간의 일대일 만남이 이루어진다.
무속의례의 전체 제차뿐만 아니라, 개별 제차 안에서도 ‘청신-오신-송신’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구복제액을 기원하는 민중들의 소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고, 이것은 바로 무속문화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해안 별신굿에서는 청해진 어떤 신도 예외 없이 개별거리를 통해서 인간과 일대일로 만나고, 중국 환단신에서는 몇몇 지위가 낮은 신들만 불러 인간과 일대일로 만난다.
이러한 차이는 한중 두 나라 서민의 신관과 생활 철학과 관련된다.
둘째, 두 무속의례에 등장하는 신격은 모두 그 수가 많고 다원적인 신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 존재영역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포함하고 있고, 관장영역은 인생의 모든 운명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리고 불교, 도교, 유교 등 타종교와 적극적인 교섭 과정에서 타종교의 신을 많이 수용하거나 차용했다.
한중 무속은 서민의 현실 생활에서의 구체적인 필요나 결여된 것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현실주의적이고 세속공리적인 원칙을 갖고 있다.
이러한 원칙이 다원적인 무속신의 세계를 만들었다.
동시에 두 무속의례에 등장하는 신격은 서로 다른 자연환경, 종교문화, 민속, 역사문화의 기초에서 형성된 신으로서 나름의 특수성을 보인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배산임수라는 마을 입지와 관련 되어 산신과 용신이 아주 중요한 신격으로 나타나고,
중국 내륙 마을의 입지가 밭과 논이 기본적인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환단신에서 토지신이 아주 중요한 신으로
나타난다.
동해안 별신굿의 무속신의 명칭은 불교적인 것에서 많이 차용했고 불교신의 위력을 빌려서 사용하였고,
중국 환단신은 도교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도교와 관련된 신들을 많이 모시고 있다.
한국 주거 민속과 관련하여 동해안 별신굿에서는 성주신을 제일 높은 가신으로 여기고, 불에 대한 숭배와 조신에 관한 여러 민속의 영향으로 중국 환단신에서 조신을 가장 높은 가신으로 여긴다.
두 무속의례에서 본 나라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과 전설상의 영웅들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데 해당 민족의 역사가 투영되어 있다.
이 글은 한중 무속의례의 전반을 비교하기보다는 동해안 별신굿과 중국 환단신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한중
두 나라의 무속문화에 대한 보편적인 특징을 규명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한정된 자료에서 한중 무속문화를 비교 연구한 것이지만, 추후의 논의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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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ntrastive Study of Shamanism in Korea and China
- Centering on Donghaean Byolsingut and Huantanshen -
Zhang, Guo-Qiang
The purpose of the present research is to make a contrastive analysis of Korean and Chinese Shamanism.
By exploring their commonalities and individualities, the understanding of Shamanic cultures in Asia can be
deepened.
The present investigation has chosen the representatives of both countries' Shamanic ceremonies: the Korean Donghaean Byolsingut and the Chinese Huantanshen as contrastive data. The commonalities and differences of two countries' Shamanic ceremonies and gods are generalized as follows:
first, the ceremonies of both countries' Shamanism are identical: inviting the god-entertaining the god-farewelling the god. It demonstrates the strong desire of praying happiness and eschewing the evils among people, which is the essence of Shamanism. However, in Korean Donghaean Byolsingut ceremonies, all the gods will show up to have conversations with human beings, but in Chinese Huantanshen ceremonies, only a few lower-ranking gods will come out to meet people.
This distinction is rooted from their different understandings of the gods ranks and different life styles in two
countries. Second, they share many commonalities because both Korean and Chinese Shamanism are greatly influenced by Buddhism, Taoism, Confucius and Chinese civilizations. Two kinds of Shamanism have their own characteristics in that they are located in different environments, religions and traditional cultures.
張國强(Zhang, Guo-qiang)
中國魯東大學專任講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