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아버지처럼 상을 많이 받은 사람은 아직까지는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동생이 아버지보다 더 많은 상을 탈 것 같다.
내 어린 6,7세 기억부터 아버지는 해마다 많은 상장을 타오셨다. 아버지는 이리기관차사무소 소속 엔지니어로 증기기관차와 디젤기관차 시절에 근무하셨다. 내 기억에 아버지는 자주 강습 받으러 다니셨고 강습이 끝나면 시험을 치루고 성적표를 받아오셨다.
69년 봄에는 용산에서 외국인 강사가 영어로 하는 강습을 받으셨다. 철도고등학교 출신의 젊은 기사들과 함께 강습을 받으면서 아버지는 영어 때문에 설움을 많이 당하셨다. 그러나 두어달 진행된 강습이 끝나고 시험 평가에서 아버지는 1등의 영예를 받았다. 당시 아버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성적표를 집에 가지고 오셔서 자랑스럽게 보여주셨다. 아버지가 젊은 철고 출신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그러나 열차의 안전을 점검하는 기술자로서 디젤 학습은 피해갈 수 없는 길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주말에 집에 오지 않고 용산 숙소에 남아서 계속 공부를 하여 디젤의 원리에 물리가 트였고 반복해서 공부하여 영어 문장을 통째로 외우셨다고 하였다. 그런 집념과 성실과 헌신적인 자세로 검수와 정비를 하셨기 때문에 아버지는 철도청, 순천철도청, 대전철도청, 교통부 등에서 해마다 많은 상을 받으신 것이다.
완전 검수와 완전 정비를 목표하셨던 아버지는 자신이 정비했던 기차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상부로부터 징계를 받고 벌점 받는 것보다 자신의 능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 그런 아버지의 머리 맡에는 항상 기차관련 책자가 놓여있었고 아버지는 끊임없이 틈틈이 공부를 하셨다.
아버지가 깃발을 날리며 상을 많이 받던 당시 초등학생인 오빠는 개근상과 우등상을, 나는 개근상 밖에 타지 못하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주 상을 받아 오셔서 상장이 너무 흔한 나머지 집안에 굴러 다녔다. 나는 툭하면 상장을 동그랗게 돌돌 말아서 나팔을 불고 다녔다. 그리고 초등 1,2학년 때는 아버지가 타오신 대통령 태극 훈장이 너무 멋져서 몰래 가져다 가슴에 달고 다녔다.
그러다가 한 번 엄마에게 된통 야단을 맞고 더 이상 달고 다니지 않았다.
아버지가 훈장 타오실 때 부상으로 산뜻한 스텐 밥그릇 세트를 받아오셨다. 그 때 우리 집은 두껍고 무거운 사기 그릇을 사용하던 때 였다. 아버지 밥그릇 뚜껑에 공작 무늬가 아로 새겨진 것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당시 스텐 밥그릇은 우리집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 아버지의 짐을 정리하였는데 상장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수 십년 세월이 흘렀으니 사라질 법도 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 많던 아버지의 상장이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접어서 종이 비행기로 다 날렸을까?
아니면 오빠가 종이 딱지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1966년 겨울 새집으로 이사갈 때 어영구영 사라져버렸을까?
지금은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
겨우 남은 것은 훈장을 받은 증서인 '면려포장증' 뿐이다.
대통령 훈장은 훌륭한 사각 케이스에, 상장은 원통형 용기에 들어 있어서 다행히도 유실을 면하였는데 나머지는 구름처런 흩어져 버려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집안에 아버지처럼 해마다 많은 상을 타는 사람이 나타났다.
막내 아우님이다!
그는 국회에서 일하면서 그 동안 해마다 대여섯 개의 상을 받았다. 2024년 22회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난 지금 그는 2개의 상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처럼 최선을 다하면서도 공로를 주변 사람들에게 돌린다. 어느 인터뷰에서 '농민들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자신의 쌀값투쟁을 위한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농촌지역의 의원으로서 '농민들의 생존 값'의 확보와 수고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기름 때에 절었던 아버지의 작업복과 지문이 닳아빠진 아버지의 뭉툭한 손가락을 기억하면서 아버지처럼, 아니 아버지보다 더 열심히 의무와 필요 이상으로 희생하고 헌신하는 아우님이 자랑스럽다.
아버지가 하늘에서 아들의 정직한 수고와 헌신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기뻐할 것이다.
아버지 자신보다 더 많은 상을 타면서도 겸허한 막내 아들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아우님을 위해서 기도하는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어머님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과 함께 기뻐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아우님을 인도해주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아우님을 향한 계획을 이루어 가고 계신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땅을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 이루어지길 빈다!
아버지보다 상을 더 많이 타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 적이 없는데 장차에 동생이 아버지가 탄 상의 숫자를 넘어설 것 같다. 아름다운 기록이 깨지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
의무와 필요 이상으로 헌신하면서도 겸손하셨던 나의 자부심이었던 아버지와
의무와 필요 이상으로 수고하면서 겸손한 동생을 인생길에서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2024년 11월 17일 축시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