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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젖줄 금강.45 - 금강유역의 환경포럼
대전펜문학시화전에 들렀다가 나오는데 웅성거린다. 때마침 금강유역환경회의 및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주관하는 2017년 제7차 『금강유역환경포럼』에 등록하고 입장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평소 금강에 관심이 있어 솔깃했다. 그간 비단물결 금강천리 일부를 트레킹 하였다. 현지를 답사하듯이 돌아보는 중이라 아무렇지 않게 마음이 끌렸다. 좀은 어색하고 낯설지만 한 번쯤 전문가들의 마음가짐을 살펴보는 것도 손해 볼 일은 아니지 싶었다. 충청의 젖줄인 금강에 대한 『통합 물 관리 체계구축 및 지속 가능한 유역관리 발전방안 모색』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쏠리면서 방청할 수 있는지 알아보니 가능하여 주저 없이 등록하고 입장하여 3시간여 동안 지켜보았다.
물 관리다. 물 관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금강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공통적인 사항으로 금강, 한강, 낙동강, 영산강의 4대강에 섬진강까지 관계된 환경단체가 참여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하였다. 우선 환경단체라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단체가 활동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데 강물의 수질은 왜 갈수록 더 악화되는 것일까? 지자체 간에 서로 연계가 안 되고 관리나 참여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관리를 환경청으로 일원화하여 통합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이 대세이지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법률적인 문제와 지자체 등 여러 이해관계가 담겨있어 개선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필자도 마지막 시간에 발언권을 얻었다. 통합 물 관리는 주로 수질개선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난 초여름 보령댐의 저수율은 0%였다. 홍수가 나고 채 보름도 되지 않아 냇가는 바닥나면서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우선 물 총량치의 확보방안을 물었다. 또한 수질개선만 외칠 뿐, 어느 수준까지는 없다. 물은 있되 마실 물이 없다고 한다. 수도관의 노후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시민이 물 마시는데 주저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포럼에서 주제발표와 토론도 좋지만 자칫 탁상공론에 빠져들 수도 있다. 통합관리체제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고 환경단체의 지킴이역할과 평소 높은 시민의식이 자발적이면서 유기적으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비가 오면 물은 불어나고 강물은 흐른다. 물은 흘러가고 언제든 퍼 마시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비가 많이 내리면 넘쳐나고 가물면 잦아들어 안타까워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물은 쉽게 얻어지는 줄로 알았다. 그게 아니다. 비가 아무리 내려도 한꺼번에 흘려보내면 물 부족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봄날 농사철에 물이 없어서 모내기를 할 수 없다고 아우성에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쩔 줄을 몰라 농민도 바라보는 사람도 답답했다. 가정에서는 먹을 물이 없다고 야단이다. 수돗물은 못미더워 마실 수 없다고 한다. 정수기를 놓고 정화시키거나 팔팔 끓여 마셔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 물은 있어도 오염되어 냄새 나고 세균이 기준치를 넘어 불안하다.
예로부터 치산치수를 잘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 중에도 치수는 더 어렵다. 강물은 어디고 노출되어 있다. 언제든 어디서든 오염될 수 있다. 인간의 발길이 닿는 곳은 알게 모르게 오염이 되고 있어 아주 조심스럽다. 물은 그냥 가둬두면 되는 것이 아니다. 물은 끊임없이 흐르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물이 흘러가며 물의 소유권 주장도 달라진다. 자꾸 소유권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이해관계가 달라 마찰이 일어난다. 물이 흘러가는 강이나 하천을 관리하는 기관과 물을 관리하는 기관이 다르며 지자체도 부서별로 쪼개져 관리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간섭만 늘었다. 이에 맞서듯 환경단체도 많이 생겨나 환경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은 유유히 흐른다.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그것이 일상이다. 흘러가다 부족한 곳이 있으면 채워주고 필요하면 나눠주고 뭇 생명에게 꼭 필요한 생명수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거들먹거리거나 공치사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들이 중간 중간에 멋대로 끼어들어 내 물이니, 네 물이니, 영역에 소유권을 다투고 오염시켜놓고 더러우니 깨끗하니 타박한다. 인간들이 임의로 물길을 막아 방해하며 녹조가 끼었느니 썩었느니 찧고 까분다. 언제 물이 이래라 저래라 했던가. 가뭄이니 홍수니 재앙이니 인간들이 잣대질하며 원망의 눈초리로 물에게 떠넘긴다. 물은, 금강은 바다로 가기위해 흘러가는 것밖에 없다. 지나가며 때로는 혹독한 대가를 치루는 것이다.
물은 아무런 관심도 이해도 없고 늘 변화가 없는 그냥 물일뿐이다. 물이 풍족하고 부족하고, 물이 오염되고 괜찮음은 사실 물 자체와는 무관하다. 그런 관심도 능력도 지니지 못했다. 그냥 거기 물길을 따라 가고 있다. 물의 오염에 대한 책임을 굳이 묻는다면 그 원인 제공자인 인간에게 있다. 따라서 물 관리는 곧 인간 관리이기도 하다. 인간의 발길이 드문 오지를 되새김해보면 금세 답은 나온다. 오지의 물이 어디 더럽다 하던가?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가짐에서 그릇 칠 수 있다. 작아도 모이면 많아진다. 인간의 발길 그 자체가 오염원이 되기도 한다. 거대한 백두대간도 때로는 휴식년을 갖는다. 다만 물은 그럴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 2017. 08. 17.
* 포럼 : 1~3명의 전문가가 자신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뒤 청중과 함께 질의응답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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