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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주류 제조 면허를 갖고 있는 업체는 몇 곳이나 될까. 올해 1월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탁주 780곳을 비롯해 약주 190곳, 청주 6곳, 맥주 6곳, 희석식 소주 17곳, 위스키 8곳 등 술을 만드는 업체는 모두 1,467개 업체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주류업체가 술을 빚는 입지조건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물’이다. 예부터 좋은 물이 있는 곳에 양조장이 들어섰고, 지금은 일부러 좋은 물을 찾아 술 공장이 들어선다. 경기도 포천(抱川)은 ‘물을 안고 있다’는 이름처럼 예부터 물이 좋기로 유명했다. 경기도 20개 이상의 막걸리공장 중 9곳이 포천에 있을 정도다. 50년 전통의 이동막걸리를 비롯해 일동막걸리, 배상면주가, 조술당 등이 모두 이곳에 터를 잡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을 꼽으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1907년 일제의 주세령 공포 이전까지 전국에는 360개가 넘는 술이 존재했고, 옛 문헌 기록을 따져보면 전통 술의 종류는 1,000종이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중을 대표하는 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막걸리다. 땀을 흘리고 한 사발 들이키는 달콤쌉싸름한 맛의 막걸리는 예부터 농민의 허기를 채워주는 간식이기도 했다. 요즘에는 무기질과 영양소가 풍부한 웰빙술로 다시 한 번 중흥의 시기를 만났다.
하지만 막걸리가 걸어온 길은 평탄치 않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술 소비의 70%를 차지하던 ‘국민 술’ 막걸리는 1965년 ‘양곡관리법’이 시행된 이후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식량부족을 이유로 주식인 ‘쌀’ 대신 ‘잡곡’이 막걸리의 재료가 되자 옅어진 옛 맛과 함께 사람들의 사랑도 점차 식어갔다. 포천시 이동면의 지역 이름을 딴 ‘이동막걸리’는 1957년 백운계곡의 화강암 지하수로 술을 빚기 시작했다. (주)이동주조를 설립한 故 하유천 회장은 원래 서울에서 양조업으로 성공했다가 사업 확장 후 큰 실패를 했다. 이후 깨끗하고 청량한 물맛에 반해 다시 포천에서 막걸리 제조에 뛰어들었다. 양곡관리법 이후에는 쌀 대신 밀가루로 막걸리를 빚으며 명맥을 이어갔지만 막걸리 산업은 점차 내리막길을 걸어야만 했다. 당시 막걸리 제조업체의 반 이상이 문을 닫았을 정도다. (주)이동주조는 막걸리를 살리기 위한 돌파구로 일본 수출의 문을 두드렸다. 살균막걸리가 개발되기 3년 전인 1993년 생막걸리를 일본에 수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막걸리’는 이후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1996년 살균막걸리가 개발돼 유통기한이 늘어난 데다 ‘단맛’을 강조한 마케팅은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매년 20~30% 매출 신장세를 거듭하며 일본, 미국, 중국 등지로 수출 영역을 확대했다. 우리나라에 막걸리 중흥기가 오기까지 이동주조는 해외에서 입지를 다졌다. 포천 이동막걸리의 2008년 총 판매량은 10,000톤에 달한다. 선친의 가업을 잇고 있는 (주)이동주조 하명희이사는 “이동주조 직원 90% 이상이 마을 분이세요. 효모가 살아있어 유통기한이 짧은 생막걸리는 마을 직판장에서 바로 사먹는 맛이 일품이죠”라고 소개한다. 요즘 이동막걸리 공장은 휴일에도 가동된다. 그래도 물량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주문량이 많다. 밀가루 20%, 쌀 80% 재료에 종국을 넣어 발효를 마치기까지 12일간의 과정이 매일같이 반복된다. 막걸리 제조공정이 공장화돼 있지만 옹기에 담아 발효시키는 전통방식은 그대로다. 그래서 마을 이동주조 근처에만 와도 술 익는 고소한 향내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동주조가 자리한 포천시 이동면 도평2리는 50여 년을 막걸리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평2리에서 이동막걸리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복실(72) 할머니는 “27살부터 여기서 막걸리 장사를 했지. 우리 마을은 여기서 나는 이동막걸리만 팔아. 백운계곡 물로 만들어서 맛이 그렇게 좋잖아”라고 말한다. 도평2리 박호규이장은 “140가구 정도 사는 작은 마을이어도 이동막걸리 덕에 유명한 곳이죠.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 아니면 막걸리 직판장을 운영하고요. 여름에는 하루에 막걸리 100짝씩 팔고 그럽디다”라고 자랑한다. 도평2리는 백운산을 끼고 있다. 백운계곡은 여름철이면 하루 2~3천 명이 방문할 정도로 풍취가 수려한 곳이다. 도평리에서 백운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이동막걸리와 함께 곁들이는 도토리묵, 손두부, 갈비 등을 파는 맛집도 즐비하다. 백운산에 올라 깊게 숨을 들이마셔 보면 맛 좋은 술을 내는 고장의 비밀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현재 막걸리의 주재료는 쌀이다. 하지만 국산쌀을 사용하는 업체는 매우 드물다. 예부터 저렴한 술로 알려진 막걸리의 가격은 편의점 기준으로 750ℓ는 1,300원, 1.5ℓ는 1,800원 가량이다. 생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비교적 가격이 낮은 수입쌀을 원료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막걸리를 비롯해 일동막걸리, 배상면주가 등 포천지역 주류업체들이 힘을 모았다. 포천 ‘경기온천쌀’을 100% 사용한 ‘햅쌀막걸리’를 출시하기로 한 것이다. 막걸리가 국민주로 꾸준히 사랑받기 위한 노력이 ‘술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포천에서 움트고 있는 것이다. 포천시가 ‘술 특구’로의 변화를 주창했지만 이동면에서는 술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주)이동주조는 대량으로 술을 생산하는 공장이고, 판매는 마을 직판장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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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막걸리의 주재료는 쌀이다. 하지만 국산쌀을 사용하는 업체는 매우 드물다. 예부터 저렴한 술로 알려진 막걸리의 가격은 편의점 기준으로 750ℓ는 1,300원, 1.5ℓ는 1,800원 가량이다. 생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비교적 가격이 낮은 수입쌀을 원료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막걸리를 비롯해 일동막걸리, 배상면주가 등 포천지역 주류업체들이 힘을 모았다. 포천 ‘경기온천쌀’을 100% 사용한 ‘햅쌀막걸리’를 출시하기로 한 것이다. 막걸리가 국민주로 꾸준히 사랑받기 위한 노력이 ‘술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포천에서 움트고 있는 것이다. 포천시가 ‘술 특구’로의 변화를 주창했지만 이동면에서는 술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주)이동주조는 대량으로 술을 생산하는 공장이고, 판매는 마을 직판장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