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이 '대설'이네요.
12월 달력 일정표에 빼곡하게 만남 약속이 적혀갑니다.
슬슬 송년회가 끔틀거립니다.
아직 한 달도 더 남은 올해건만...
올 한해 못 이룬 약속이 내년에는 다 이뤄지시길 빕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교육대학 동기들 정례 겨울모임이 이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동기 둘만 빠졌을 뿐 모처럼 전원 참석이었지요.
오늘은 그 ‘오랜만’과 ‘오랫동안’의 차이에 대해 좀 알아볼게요.
이것도 실은 매우 간단한데 틀리게 쓰는 경우가 잦습니다.
먼저, ‘오랜만’은 ‘오래간만’의 준말입니다.
즉,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를 뜻하며,
'옛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다.
정말 오래간만에 비가 내렸다.
‘오래간만에 가 본 고향은 참으로 많이 변해 있었다’처럼 쓰면 됩니다.
반면,
‘오랫’은 ‘오래’와 ‘동안’이 합쳐진 말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형태로,
시간상으로 썩 긴 기간 동안을 뜻하며 ‘오랫동안’이라고만 씁니다.
‘나는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드디어 결심했다.’처럼 쓰면 되죠.
시간상으로 긺을 의미하는,
‘오래’의 변형은 ‘오랜만’과 ‘오랫동안’ 밖에 없습니다.
구분은 간단하죠?
당연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처럼 갈라 쓰시면 됩니다.
참, 망년회가 아니고 송년회라고 해야 하는 것은 다 아시죠?
‘망년회(忘年會)’의 ‘망년’은
망년지교(忘年之交) 또는 망년지우(忘年之友)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에서 오래 전부터 섣달그믐께 친지들끼리 모여 흥청대는 세시민속이 있었는데
‘망년지교’에서 글자를 따 ‘망년(忘年)’ 또는 ‘연망(年忘)’이라 불렀습니다.
이것이 망년회의 뿌리죠.
그러나 지금 우리가 쓰는 망년회는 ‘망년지교’의 ‘망년’과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망년회’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한 해(年)를 잊는(忘) 모임(會)’이란 뜻인데,
한 해를 그냥 잊어버린다는 게 우리 감정에는 썩 어울리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식으로는 ‘송년회(送年會)’라고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송년’은 한해를 보낸다는 의미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에서 온 말이죠.
즉,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의미로,
부어라 마셔라하며, 썩어가는 간장을 위로하는 ‘망년회’와는 차원이 다르죠.
더군다나 ‘망년회’는 어감도 좋지 않습니다.
‘잊을 망’인지 ‘망할 망(亡)’인지 알 게 뭡니까?
우리는 우리식으로 송년회로 하는 게 옳지 않겠어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