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 4th Concert
국제교류 국제현대음악협회 제4회 정기연주회
2024. 12. 2. mon. 7:30pm
일신홀
주최 I INO
주관 I 현대문화기획
후원 I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예매처 I 인터파크티켓, 예스24공연
전석 2만원 (학생 50%)
공연문의 I 02 2266 1307
[PROGRAM]
Doyoon Yoon GlitchB#tch
Vln. 윤여영 / Vla. 라세원 / Elec. 이한
Junghoon Nam 휘파람 불듯이
Vc. 길희정
Meike Senker Songs Not Sung
B.Cl. 조효단 / Vla. 라세원 / Vc. 길희정 / Perc. 엄태윤
Andi Roselund Haenyeo Samchun (해녀삼춘)
Cla. 조효단 / Pf. 이은지
Junsun Park 11, Margiela
Pf. 이은지
Maximiliano A. Soto Mayorga Azahar
Cla. 조효단 / Vc. 길희정 / Pf. 이은지 / Perc. 엄태윤 / Cond. 박혜산
[COMPOSERS]
Doyoon Yoon
프라이부르크에 거주 중으로 그녀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창작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다양한 음향적 스펙트럼, 라이브 전자음악, 멀티미디어 작업, 비주얼,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개인적 경험, 사회적 이슈, 그리고 다양한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언어로서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있다.
GlitchB#tch
GLITCHB#tch는 의도적인 오류와 왜곡을 통해 다층적인 소리의 일탈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닮은 소리를 가진 바 이올린과 비올라 각각의 악기의 1번과 4번 두 현들은 극단적으로 느슨하게 조율된 상태로 연주되며, 두 악기는 곡 이 끝날 때까지 전통적인 자세나 연주 방식을 단 한 번도 따르지 않는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연주하는 모습과 때때로 만들어지는 동일한 음색을 통해 마치 서로를 따르며 조화를 이루려는 듯하지만, 사실상 극단적으로 풀린 현에서 나오는 깊은 저음과 음역 차이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
거친 소음과 예상 밖의 음색, 어긋난 조화.
세상은 수많은 말들로 넘쳐나고 있지만, 그 소통은 각자 끊임없이 부딪히고 왜곡되며, 완전히 맞물리지 않는다. 정치와 사회적 이슈들이 끊임없이 표면을 떠돌고, 불협화음들은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해소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사랑은 끝내 비껴간다. 이 곡은 기존의 아름다움 대신 불편함과 왜곡을 오롯이 드러내며, 음악 속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일탈을 ‘고쳐지지 않은 상태’ 그대로 남겨 둔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 온 전형적인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거울처럼 이 불완전하고 아름답지 않은 세계의 모습을 비추며, 더 솔직하게 담고자 한다.
Junghoon Nam
어떠한 추상적인 생각이나 모호한 현상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작곡가이다.
휘파람 불듯이
휘파람 소리를 첼로로 묘사하며, 휘파람을 불듯이 곡을 써 보았다.
소리를 내는 주체와 소리를 듣는 대상에 따라 휘파람 소리가 다양하게 들릴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하였고 이는 작품의 여러 부분이 되었다. 그렇게 작품은 흐르는 듯 하나, 분절되어 진행된다.
Meike Senker
음악과 언어의 관계 속에서, 소리와 의미의 경계를 탐구하길 즐긴다. 시, 문학, 시각 예술, 무용, 즉흥 연주 등 다양한 예술적 관점에서 특히, 음악과 텍스트 간의 상호 작용에 관심이 있는 작곡가이다.
Songs Not Sung
작품은 빈 페이지에 대한 두려움. 즉, 무한한 가능성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곡가 앞에 고정된 비어있는 악보가 주는 두려움에 관한 곡이다. 이 두려움은 작곡가를 매번 다른 방법, 다른 선택, 그리고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의 창작을 초래했다. 이 작품의 소리들은 그 두려움 앞에서 말하지 못했던 작곡가의 내면의 소리를 표현하는데, 이는 작곡가의 의도와 실현 사이의 존재하는 간극, 그 간극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작곡가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초대장과도 같은 의미이다. 두려움으로 인해 발생한 작곡가의 불안하고 높은 맥박은 해당 작품의 리듬적 박동을 형성하여 일정하고 꾸준한 리듬을 바탕으로 전개되며 그 간극을 표현한다. 이와 같은 대조는 클라리넷의 멀티포닉스가 갖는 이론적 의미와도 일맥상통하는데, 본디 멀티포닉스란 여전히 의도에 존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닿을 수 없는 환상 속의 고요한 소리를 뜻한다. 그리하여 Songs Not Sung은 제목 그대로 작곡되지 않은 선율과 작곡되지 않은 소리 즉, 불러지지 않는 노래로서 적절한 시간이나 장소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들을 뜻한다. 작곡가는 이 원초적인 두려움의 침묵 속에서 그것들이 들리기만을 기다린다. 아니, 애원한다. 작곡가는 이 침묵 속에서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그 두려움에 무엇을 관두지 않기를 독려한다.
Andi Roselund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스스로를 상업음악 작곡가라 칭하지만, 장르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음악을 들을 때, 그 감정이 변하는 순간을 즐긴다. 무엇보다 작곡가로서 음악적 경험에 대한 사람들의 기쁨과 축하를 대신하여 관객들과 온전히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Haenyeo Samchun (해녀삼춘)
Andy : 해녀 혈통이 풍부한 제주의 집안으로 장가를 간 저는, 제주의 희귀한 문화재 뿐만 아니라, 그곳의 특별한 가족들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축복을 받은 “혼혈 문화인”입니다. 아내의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92세까지 평생 활동하신 해녀였으며, 작년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을 때, 그녀를 알고 지낸 지난 20여년을 되돌아보며 그녀의 시간과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강인함과 치열한 독립심, 간병인이나 도우미 없이 홀로 지내왔던 시간들, 그녀의 특출났던 정원 가꾸기 실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한림읍 집을 방문할 때마다 보았던 그녀의 활짝 핀 웃음과 저를 반겨주는 목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목 해녀삼춘의 삼춘은 제주도 방언으로서, 성별에 관계없이 지역사회에 친숙한 어른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애칭입니다. 저는 그녀의 한 가족으로서, 한림읍에서 지낸 그녀, 해녀삼춘의 100년의 인생을 서정적인 클라리넷 선율과 피아노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Junsun Park
생각이 많아 참 피곤한 작곡가이다.
11, Margiela
11 : Martin Margiela의 콜렉션 중 [악세사리]를 뜻하는 숫자.
Margiela의 악세사리들은 주로 기능의 해체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시계가 없는 시계줄, 반지로 쓸 수 없는 크기의 반지-모양 귀걸이, 벨트로 쓸 수 없는 크기의 벨트-모양 목걸이, 손에 낄 수 없는 장갑, 수납 공간이 현저히 적은 가방 등이 대표적이다.
불편한가?
악세사리의 기능은 편리함이 아닌, 꾸미는 데에 있다.
꾸며서 예쁘면 됐다.
음악의 꾸밈음은 더 이상 무언가를 꾸미지 않아도 된다.
음악의 기능도 결국 누군가 꾸며낸 것이다.
들어서 좋으면 됐다.
해체한다.
Maximiliano A. Soto Mayorga
작곡가 본인은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면, 죽거나 사라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살아가기 너무 두렵고, 동시에 죽기가 너무 두려운 작곡가이다. 그런 그에게 음악은 공허함의 기억 속에서, 어떤 사회에 행복하거나 딱히 유용할 필요 없이, 달콤한 꿈과 어두운 악몽이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매체이다. 간혹 예술가로서 우리의 작품은 완전히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의 가족은 그를 “사회의 짐”이라고도 표현했지만, 우리의 예술이 없다면 이 사회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이 굳건한 신념은 작곡가에게 다음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Azahar
Azahar는 스페인어로 오렌지 꽃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자, 과거 꽃을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하던 때의 “기회”혹은 “운”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작곡가는 끊임없이 과거의 Azahar 꽃이 가진 부드러운 향기를 떠올렸지만, 창작 과정은 스스로 “운”이라는 우연성을 주제로 향했는데, 그 가운데 타악기의 반복되는 일종의 루프가 도자기 재질의 소리로부터 출발하여 피부의 표면, 그리고 오션드럼의 소리로 천천히 변화하는 과정을 기초적인 틀로 설정하였다. 작곡가에겐 마치 26면의 주사위가 갖는 우연성과 “운”처럼, 쓰여진 음악적 변화들에 대한 명확하지만 엄격한 사슬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또한 작곡가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자신의 음악이 연주된다는 사실 자체가 작곡가 스스로에게는 일종의 기적, 운, 기회, 그리고 우연의 사슬과 같다고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오렌지 꽃에 대한 작곡가의 명상이기도 하다.
[연주자]
B.Cl. 조효단
Vln. 윤여영
Vla. 라세원
Vc. 길희정
Perc. 엄태윤
Pf. 이은지
Elec. 이한
Cond. 박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