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에서 허진호 감독이 그랬듯이 그 영화를 같이 했다는 류장하 감독의 데뷰작이라는 이 영화도 그렇다.
절제된 대사와 여운이 있다
"올드보이""쉬리""취화선""파이란"등등에서 선 굵고 거친 연기를 보여주었던 최민식의 연기는 관악부선생 이현우,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이 말은 곧, 그는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얘기와 같다.
현우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열정을 태우기도 하고 사랑때문에 갈등하고 포기하고 과속방지 속도측정계를 돌맹이로 던져 부시고 싶어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다 전화기를 꺼내들고 "엄마, 나 다시 시작하고 싶어"라고 주정하는 그런 사나이다.
엄마는 나직한 소리로 말한다. "너는 지금이 시작이야" 우리는 항상 후회하고 지나간 시간을 지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오늘도 지나가고 내일도 지나간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과 이시간이'시작'임을 잊는다.
교향악단 오디션에 번번이 실패하고 사랑하던 연희를 떠나보내고 도피처로 선택한 강원도 도계중학교 관악부 임시교사. 이현우. '선생 김봉두'가 산골 아이들과 함께 동화되어 가듯, '홀란드 오퍼스'가 엘리를 키워내듯 현우는 "연주하고 싶다"고 외치는 아이들을 위해 악보를 그리고 연주를 하고 지휘를 하고 음악을 시키지 않겠다는 용석아버지의 설득을 위해 비오는 막장 앞에서 연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검은 얼굴 속에서도 웃음을 띠우며 박수를 쳐주는 탄광사람들이 있고 떠나 보냈던 연희 대신,기차건널목 앞 '연이약국'의 다정한 수연이 있기에 자신의 상처와 아이들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며
아이들과 함께 먹는 양은냄비 속의 라면처럼 삶의 따스함을 느껴간다.
이 영화는 굳이 설명하고 서술하지 않는다. 도착 첫날 쏟아냈던 자판기 커피를 떠나는 날은 왜 웃으며 마시는지 연희가 왜 다시 찾아 오는지 관악부가 우승을 했는지 안했는지 약국 수연이를 사랑했는지 안했는지 꼬마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슬픔을 극복했는지 안했는지 꽃피는 봄이 오면 어떻다는 것인지.... 설명하지 않는다고 불친절하다고 말하지 말라. 굳이 말이 아니어도 눈빛으로 몸짓으로 글썽이는 눈망울로 설명이 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던가...
이 영화는 여백이 많다 잔잔하다 따뜻하다 아름다운 詩다
희망이다
* 강원도 도계중학교의 관악부 팀은, 실제 대한민국관악경연대화 금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강릉 KBS가 제작한 다큐멘타리 '희망의 기록-폐광촌 아이들과의 1년'과 인간극장 '건빵 선생님과의 약속'에 소개된 바 있다
저는 등장인물의 설정이 인상적이더군요. '사진사'(8월의 크리스마스), '음향기사'(봄날은 간다) 다른 직업을 가진 두사람의 공통점은 뭘까요? 순간을 담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까요? 문득 생각(?)날 때 다시 보게 되는데, 이미 지나간 기억 속의 그 순간(?)들이 새록 새록 떠오르더군요. 그 모습, 그 목소리...
첫댓글 안개꽃샘 다우십니다. 선생 김봉두, 홀란드 오퍼스, 책상서랍속의 동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저는 등장인물의 설정이 인상적이더군요. '사진사'(8월의 크리스마스), '음향기사'(봄날은 간다) 다른 직업을 가진 두사람의 공통점은 뭘까요? 순간을 담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까요? 문득 생각(?)날 때 다시 보게 되는데, 이미 지나간 기억 속의 그 순간(?)들이 새록 새록 떠오르더군요. 그 모습, 그 목소리...
안사모가 많은 이유를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