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매매시장과 경매시장에 이어 수도권 분양시장의 열기도 주춤하고 있다고 19일 한국경제가 보도했다. 전ㆍ월세 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ㆍ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임대시장의 계절적 비수기, 세월호 참사 등 이른바 ‘3대 악재’가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달 국회에서 임대주택 과세 방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면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대우건설이 지난 16일까지 청약을 받은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2차 대우푸르지오 8개 평형 중 4개 평형이 미달됐다.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3순위까지 청약을 받았지만 전체 1062가구 중 300여가구는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위례신도시와 더불어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택지지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이달 들어 수도권 분양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순위에서 마감하는 단지가 많았지만 이달 들어선 단 한 단지도 청약통장이 필요한 1ㆍ2순위에서 청약을 끝내지 못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서울 목동,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등 인기 주거지역의 청약 경쟁률마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이 서울 신정동에서 이달 초 공급한 목동 힐스테이트가 89가구 미달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호반건설이 인천 송도와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서 선보인 송도 호반베르디움(1667가구)과 시흥 배곧 호반베르디움 2차(1187가구)의 1ㆍ2순위 청약자는 각각 119건과 224건에 불과했다.
3순위에서 1 대 1의 경쟁률을 넘기면서 체면치레를 한 단지도 부진한 초기 계약률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 공급된 역삼자이와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의 경우 청약은 대부분 마감됐지만 계약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여건이 좋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인기 지역 계약률도 저조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1ㆍ2순위 청약자가 비교적 많았던 단지도 초기 계약률이 낮게 나오고 있다”며 “무주택자들이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기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는 1ㆍ2순위에서 0.58 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같은 지구에서 3~4월 분양한 경남 아너스빌과 신안인스빌 리베라2차가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곳은 3순위에서도 대거 미달됐다. 세종종합건설이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선보인 배곧신도시 골드클래스는 690가구 모집에 32명만 청약했다. 인천 도화동에서 나온 도화 서희스타힐스는 520가구 분양에 두 명만 신청했다. GS건설이 김포시 감정동에 짓는 한강 센트럴자이는 1ㆍ2순위에서 3479가구 중 78명을 채우는 데 그쳤다.
당분간 신규 분양시장에선 ‘수도권 부진, 지방 호조’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수도권에선 입지여건이 아주 좋거나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만 선별적으로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ㆍ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른 전ㆍ월세 과세 정책이 다음달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하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가 대책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집을 더 이상 사지 않으려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수도권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정책의 방향이 빨리 정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또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에는 찬성하지만 원안을 일부 수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고령자와 은퇴자에 대해선 세금과 함께 덩달아 늘어나는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체 다주택자의 85%를 차지하는 2주택자의 전세 보증금에 대한 과세는 유예하거나 고가 주택에만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완화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 임대시장 비수기, 세월호 침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방보다 수요 기반이 취약한 수도권 분양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임대소득 과세 방안의 국회 통과 여부, 여름방학 전세시장 동향 등이 앞으로 청약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4.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