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네이버 MLB의 김형준 기자가 쓴 "[2008 프리뷰] AL 팀들의 최고 시나리오는?" 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SK 와이번스
2 :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여지껏 이를 해낸 팀은 해태, 현대, 삼성 뿐이었다. 한국시리즈 2연패는 명문 구단으로 가기 위한 필수 코스다.
최고의 시나리오 : 김광현은 정규시즌 내내 지난 한국시리즈 같은 투구를 보인다. 외국인 투수 쿠비얀은 레이번과 동급이었다. 엄정욱-이승호 에이스 듀오가 성공적으로 컴백한다. 최정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정근우-조동화의 발야구가 7개 구단 포수들을 좌절하게 한다. 김재현은 정규시즌 내내 지난 한국시리즈 같은 타격을 보인다. 연일 계속되는 매진에 이만수 코치는 아예 유니폼 대신 팬티만 입고 덕아웃에 대기하게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 : 김광현은 정규시즌 내내 지난 정규시즌과 같은 투구를 보인다. 외국인 투수 쿠비얀은 벤치에서 레이번의 말동무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엄정욱-이승호는 팬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겨진다. 최정의 성인식은 한해 또 미뤄진다. 정근우-조동화의 출루율은 전년도 대비 급락하고, 정근우는 다급한 마음에 애매한 플레이를 하다가 7개 구단 팬들의 집중 포화를 맞는다. 박경완이 잔부상에 시달리지만 유망주 포수들은 대역을 해내지 못한다. 김재현은 정규시즌 내내 지난 정규시즌 같은 타격을 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또다시 프런트와 불화설에 시달린다.
팀내 MVP 후보 : 라인업을 자주 교체하는 김성근 감독의 특성상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김광현이 작년 10월 이후의 투구를 시즌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SK는 류현진에 대적할 만한 최고의 젊은 에이스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팬들은 과거 선동렬-최동원 대결, 이상훈-김상진 대결 수준의 에이스 대결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메우게 될 것이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 신인 내야수 모창민은 시범경기에서 도루 7개를 기록했다. 정근우가 기록한 6개보다 1개가 많은 수치다. 게다가 타율도 .297로 썩 나쁘지 않은 방망이 솜씨를 자랑했다. 단타 11개에 2루타 6개로 홈런이 없는데도 .459의 -유격수로서는 나쁘지 않은- 장타율을 찍어냈다. 그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것이 가짜가 아니라면, SK는 더이상 이대수를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
두산 베어스
220 : 지난해 두산 타자들은 도합 161개의 도루를 달성했다. 역대 팀 최다도루 기록은 1995년 롯데 자이언츠가 세운 220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민병헌과 김현수가 작년보다 더 성장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최고의 시나리오 : 레스는 2004년을 재현한다. 랜들은 친구따라 강남간다. 김선우-이승학의 메이저 출신 듀오는 리오스를 두산의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정재훈은 롤러코스터 놀이를 그만두고, 임태훈은 홀드 1위를 차지한다. 이재영-이재우-유재웅은 '군대 다녀와야 사람된다'는 말이 사실임을 입증한다. 김동주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다. 홍성흔은 시즌 말미 "지명타자는 매력적인 포지션"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다. 두산의 발야구가 상대 내야를 초토화하며 마침내 야구의 사전적 정의가 '발로 하는 구기운동'으로 교체된다. 김경문은 두산과 한국 대표팀 모두를 정상으로 이끌며 최고 명장으로 떠오른다.
최악의 시나리오 : 레스는 일본에서의 성적을 재현한다. 랜들도 친구따라 골로 간다. 김선우-이승학의 승수를 합쳐도 리오스가 야쿠르트에서 거두는 승수에 미치지 못한다. 정재훈의 롤러코스터가 마침내 철로에서 이탈하고, 임태훈은 서포모어 징크스를 겪는다. 이재영-이재우-유재웅은 '군대가 사람 망쳐놨네'란 말이 사실임을 입증한다. 사람들이 김동주와 최준석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홍성흔은 역사상 가장 몸값이 비싼 치어리더로 등록된다. 두산 주자들의 견제사가 잦아지고, 부상자가 속출한다. 김경문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다.
팀내 MVP 후보 : 정재훈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수록, 임태훈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지난 시즌의 경험은 임태훈이 크게 성장하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본래 씩씩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선수라 한번 실패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올해 질과 양 모두 크게 향상된 두산 마운드에서 임태훈은 불펜의 에이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초반은 셋업맨으로 시작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마무리로 전향할 수도 있다.
한화 이글스
67-2-57 : 한화가 2년 연속 거둔 정규시즌 승-무-패 수다. 한화는 2006, 2007년 두 시즌 연속 67승 2무 57패 승률 .540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7년에는 전년보다 한 단계 떨어진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인식 감독은 무승부를 좋아하지 않는 감독이다. 그가 감독을 맡은 3년간 한화의 무승부 경기는 다섯 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올시즌 프로야구에 무승부는 없다. 끝장승부는 한화의 승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고의 시나리오 : 류현진은 3년 연속 최고의 투수로 등극한다. 유승안보다 유원상을 찾는 야구계 관계자들이 많아진다. 정민철-송진우는 좋았던 시절을 다시 한번 재현한다. 구대성이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다. 토마스는 외국인 마무리 최초의 성공 사례가 된다. 조규수와 송창식은 신인 때로 돌아간다. 김태균에게 멋진 별명이 붙여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김태완과 김태균의 성적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클락은 시범경기 OPS를 정규시즌에 그대로 찍어낸다. 신경현이 종종 이종욱을 2루에서 잡아낸다. 김인식 감독의 혈색이 좋아진다.
최악의 시나리오 : 류현진은 시즌 내내 복통에 시달린다. 유승안은 아들 얘기가 나오면 화제를 돌린다. 송진우가 갈비집 현장을 직접 챙기는 일이 잦아진다. 구대성이 미국 시절과 똑같은 성적을 낸다. 한화 홈페이지에 세드릭을 그리워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인터넷에 송창식을 검색하면 가수 이름만 뜬다. 김태균에게 수십가지 별명이 추가로 붙여진다. 김태완을 검색하면 'LG 트윈스 선수'라고 뜬다. 삼성전에서 크루즈가 나올 때마다 한화팬들이 집단 복통에 시달린다. 신경현은 아예 2루로 던지기를 포기한다. 김인식 감독의 얼굴색이 고구마 빛깔로 변해간다.
팀내 MVP 후보 : 김태균은 지난 시즌 데뷔 이래 처음으로 삼진보다 많은 갯수의 볼넷을 얻어냈다. 삼진수 역시 데뷔 이래 최소 수치였다. 2006년 타격폼 변경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증거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불신자들을 위해, 그는 시범경기에서 4개의 홈런과 1.158의 OPS로 두 부문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올해 한화는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가동한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 중심에 김태균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 윤규진은 문동환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선발진 구멍을 메꾸게 된다. 원체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기 때문에 타자들로서는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윤규진이 어느정도 역할을 해준다면 한화는 불펜 투수를 선발에 투입하는 무리수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신인 투수인 윤기호도 주목해볼 만한 재목이다. 3월 20일 LG와의 시범경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6경기에서 윤기호의 방어율은 0.00이다. 4와 1/3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딱 하나밖에 내주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능력이 장점이다.
삼성 라이온즈
11 : 배영수는 2004~2006 세 시즌 동안 평균 11승 가량을 거뒀다. 배영수가 있던 마지막 해인 2006년 삼성의 팀 승수는 73승이었고, 배영수가 빠진 지난해는 62승이었다. 배영수의 자리를 누구도 대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올해 건강한 몸으로 다시 돌아온 배영수는 팀에 과연 몇 승을 추가로 선사할까.
최고의 시나리오 : 배영수는 2004년을 재현한다. 오버뮬러 카드를 조합하면 브라운과 하리칼라가 나온다. 윤성환은 선발투수로도 최소 피안타율 1위를 차지한다. 7회 이후가 되면 리드당하고 있는 상대팀은 경기를 포기한다. 박한이는 버퍼링 뒤에 강렬하고 멋진 야동을 보여준다. 크루즈는 역시 크루즈다. 양준혁은 MVP를 차지하고 예비신부를 공개한다. 심정수는 현대 시절을 재현한다. 2군 리그 홈런왕들은 1군에서도 홈런포를 펑펑 날려댄다. 정규시즌에도 대구구장 관중석이 가득 들어찬다. 삼성은 네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대구시는 새 구장 건립 계획을 확정한다. 선동렬 감독은 사람 좋다는 소리를 다시 듣기 시작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 배영수는 호세에게 얻어맞던 시절로 돌아간다. 오버뮬러 카드를 조합하면 윌슨과 메존이 나온다. 윤성환은 43이닝 이후부터 최다 피안타율 투수로 변신한다. 권오준과 오승환 덕분에 삼성 경기가 7회 이후에도 재미있어진다. 박한이는 버퍼링만 반복하다 어느날 '감독의 요청으로 재생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세지를 띄운다. 크루즈는 작년 포스트시즌 성적을 재현한다. 양준혁의 까투리 선율이 구슬퍼지기 시작한다. 심정수로 인해 라식 수술자 수가 급감한다. 2군 리그 홈런왕들은 2군으로 돌아간다. 삼성은 우리 히어로즈와 최소관중 경쟁을 벌인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에는 언제나 관중석이 만원을 이뤘지만, 2008년에는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선동렬은 감독되더니 변했다는 소리를 계속해서 듣는다.
팀내 MVP 후보 : 시범경기에서 본 윤성환의 공은 최상급이었다. 145km 강속구와 낙차큰 120km 파워커브 조합에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했다. 특히 셋포지션에서도 빠른 투구폼으로 안정적인 컨트롤을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배영수와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타선에서는 심정수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타격감을 회복하기 시작하더니,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8안타 중 2개가 2루타, 3개가 홈런일 만큼 파워가 충만한 모습이었다. 심정수가 중심을 잡아준다면 양준혁-심정수-크루즈로 이어지는 클린업은 8개 구단 최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 좌완 차우찬이 부쩍 좋아졌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삼성 투수들은 -오버뮬러를 제외하고는- 볼넷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했다. 특히 7이닝 이상 던지면서 볼넷을 1개만 허용한 차우찬은 독보적이다. 그는 매경기 이닝당 10개 남짓의 투구수로 타자들을 쉽게 잡아냈으며, 우타자를 상대로도 효과적인 투구를 해냈다. 올시즌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이 기대된다. 타자 중에는 중견수 허승민을 주목해볼 만하다. 아직까지 유인구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편이기는 하지만 외야에서의 수비력과 주루플레이 능력만큼은 팀내 최고 수준이다. 시즌 초반 하위 타선에 기용하며 충분한 기회를 준다면 장기적으로는 팀의 톱타자 역할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LG 트윈스
517 : 지난 시즌 LG 트윈스가 허용한 볼넷 갯수다. 2007년 LG의 타선은 팀타율 3위(.268)로 전년도에 비해 크게 나아진 모습이었다. 2006년의 팀 타율은 .246이었다. 뿐만 아니라 2006년에는 팀홈런 81개, 팀도루 84개로 아무 특징이 없는 공격을 펼쳤지만 지난해에는 도루가 130개로 크게 늘어났다. 김재박 감독은 팀을 빠르고 공격적인 팀으로 1년만에 바꾸는데 성공한 것이다. 반면 팀 방어율은 재작년 4.22에서 작년 4.33으로 오히려 나빠졌다. 게다가 타자들이 431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투수진은 무려 517번이나 상대를 1루로 걸어 보냈다. 올 겨울 김재박은 팀내 투수진을 정비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올해 LG 투수진은 작년 타선이 했던 만큼의 발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최고의 시나리오 : 김재박 야구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브라운-옥스프링은 라이벌팀 랜들-레스 듀오를 압도한다. 박명환이 180이닝을 투구한다. 봉중근의 활약에 메존은 작년에 했던 발언에 대한 사과 편지를 보낸다. 이승호는 2004년을 재현해 보인다. 브룸바는 가장 싫어하는 투수가 "전에는 임창용이었는데, 이제는 우규민"이라고 인터뷰한다. 이형종과 정찬헌이 한꺼번에 터진다. '조인성'을 검색하면 야구선수가 1순위로 뜬다. 최동수가 '빅초이' 별명을 차지한다. 김광삼은 '한국의 릭 앤키엘이 된다. 박용택은 얼굴값을 해낸다. 이대형은 도루를 포함해 타격 세 개 부문을 석권한다. LG는 시즌 내내 매진 행렬을 이어간 끝에, 롯데를 제치고 시즌 관중동원 1위를 탈환한다. 잠실에서 또다시 한국시리즈가 열리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두산이 아닌 LG다.
최악의 시나리오 : 김재박과 서울팀의 악연은 감독으로서도 계속된다. 브라운-옥스프링 카드조합으로 텔레마코-아이바가 나온다. 박명환은 류택현과 같은 이닝을 투구한다. 봉중근은 배팅 연습을 시작한다. 이승호를 검색하면 'SK 투수'라고 뜬다. 사람들이 우규민과 박석진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이형종은 다시 울고, 정찬헌은 LG 투수 유망주들의 계보를 이어간다. 조인성이 2년 전으로 돌아간다. 최동수가 권용관과 같은 OPS를 기록한다. 김광삼은 다시 피칭 연습을 시작한다. 박용택은 얼굴값을 한다. 이대형은 도루와 같은 갯수의 도루자를 기록한다. 두산은 LG가 자신들의 라이벌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우리담배는 "우리의 라이벌은 LG"라고 선언한다. 잠실에서는 언제나처럼 한국시리즈가 열리고, 언제나처럼 주인공은 두산이다.
팀내 MVP 후보 : 박용택은 지난 겨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렸고, 확실히 올해는 더 좋아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작년 성적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도루 수가 전보다 줄어든 것은 타순 때문일 뿐, 주루플레이 능력은 여전하다. 시범경기에서도 박용택은 이대형보다 많은 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시범경기에서 LG가 기록한 유일한 홈런도 박용택이 쳐낸 것이다. 투수진에서는 직구 구위가 부쩍 좋아진 심수창을 주목할 만하다. 시범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올시즌 5선발과 릴리버를 오가며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 정찬헌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니까, 나는 이범준을 찍겠다. 이범준은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대담한 투수다. 시범경기에서 직접 본 바에 의하면 투구폼도 안정적이고 컨트롤도 괜찮은 편이었다. 세컨 피치를 좀 더 다듬는다면 LG의 차세대 마무리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아, 그리고 얼굴도 잘 생겼다. 타자 중에서는 포수 김태군-최승환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둘 다 포수이면서도 타격에도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다. 이 둘을 보노라면 대체 왜 김정민이 현역 복귀를 했는지가 의아해진다. 조인성의 나이가 나이인만큼 두 선수가 마스크를 쓰는 일이 보다 잦아질 것이라고 본다. 단, 최승환은 수비가 다소 불안하다는 약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우리담배 히어로즈
8 : 새로 창단한 팀들은 대개 최하위를 면하지 못했다. 85년 삼미를 인수한 청보, 86년 창단한 빙그레, 88년 청보를 인수한 태평양, 2000년 쌍방울 선수들로 창단한 SK가 그 예다. 물론 저 팀들은 전년도 꼴찌팀을 인수했거나 완전히 팀을 새로 창단한 케이스라 비교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담배 입장에서는 90년 LG 트윈스의 경우가 더 매력적으로 여겨질 것이다.
최고의 시나리오 : 세 명의 신인왕 출신들(김수경, 이동학, 조용준)이 데뷔 시즌을 재현해 보인다. 마일영-박장희-신철인까지 덩달아 데뷔 초로 돌아간다. 스코비는 지난 시즌 성적에서 승수는 두배로 늘리고, 패수는 절반으로 줄인다. 08 박준수 카드가 우규민 카드보다 비싼 거니로 등록된다. 조순권-장태종-김성현이 신인왕 집안 싸움을 벌인다. 전준호는 2000안타를 일찌감치 달성하고, 3할 타율과 20도루를 기록한다. 노장 4인방이 나란히 연봉의 10배 이상 값어치를 해낸다. 브룸바는 홈런왕을 따내고, 시즌뒤 메이저리그 구단의 입단 제의를 받는다. 현대백화점 주차장이 목동구장 관중들 차로 가득 메워지고, 만원 관중의 함성으로 인근 아파트에서 민원이 들어온다. 이광환의 해바라기씨가 최상등품으로 교체된다. 순철-병철 듀오는 명예를 회복한다. 한국시리즈가 2-5호선 환승시리즈로 치러진다. 시즌 뒤 우리담배는 5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선수단 연봉은 100% 인상률을 기록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 신인왕 출신 3인방은 시범경기 성적을 시즌 내내 유지한다. 모든 선수들이 딱 연봉만큼만 성적을 낸다. 스코비는 지난 시즌보다 승수는 절반으로 줄고 패수는 두배로 늘어난다. 박준수-조용훈 카드를 조합하니 99 이강철 카드가 나온다. 조순권-장태종-김성현은 2군 리그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노장 4인방은 시즌 초반 좋은 출발을 보이지만, 훈련 부족으로 여름 이후 성적이 추락한다. 브룸바 카드를 조합하면 숀 헤어가 나온다. 현대백화점에서는 "목동구장 앞이 비어 있으니 그쪽에 주차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한다. 목동구장은 인근 아파트에서 나는 음악소리가 들릴만큼 항상 조용하다. 이광환은 해바라기씨를 자비로 사먹는다. 순철-병철의 수명이 더 길어진다.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우리담배의 현금 지원이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한다. 12월의 어느날, KBO에서 또다시 긴급 이사회가 열린다.
팀내 MVP 후보 :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선수들 중에 흔히 구속이 전보다 빨라지거나, 제구력이 좋아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던지는 팔 대신 다른 부위들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몸 전체의 밸런스가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마일영은 구속과 컨트롤 모두가 좋아진 사례일 듯하다. 시범경기 내내 데뷔 이래 가장 싱싱한 공을 뿌려대는 모습이었다. 이광환 감독은 일찌감치 마일영을 선발 투수로 낙점했다. 다른 동료들이 훈련 부족을 걱정하지만, 재활을 이제 끝낸 마일영에게는 휴식이 오히려 보약이다. 올해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2001년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타자 중에서는 SK 출신 1루수 조중근을 주목할 만하다. 기록에 비해 갭파워가 있는 선수이고, 나쁜 볼에 배트가 잘 나가지 않는 타입이다. 꾸준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둥 타자로 성장할 만하다. 조중근을 보면 구 현대의 2군 시스템이 얼마나 훌륭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 김성현은 좋은 투수다. 이변이 없다면 우리담배가 조용준을 다시 마무리로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태종 역시 그에 못지않게 기대해볼 만한 투수다. 몸 전체를 사용한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강속구를 뿌려댄다. 김성현의 공이 빠르고 날렵하다면, 장태종의 공은 '대퐁라'처럼 꽂히는 맛이 있다. 조순권은 처음 보면 적응하기 힘든 독특한 딜리버리의 소유자로, 짧은 이닝을 막아내기에 적합한 타입이다. 타자 쪽에서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작년 3할을 친 유격수 황재균이 중용되야 마땅하지만 수비 때문에 주전으로 쓰일 것 같지는 않다. 우리담배의 최대 약점은 키스톤 콤비인데, 시범경기에서 나오는 수비수들마다 불만스러운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수비 문제만 해결된다면 주전 유격수는 황재균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롯데 자이언츠
0 : 2000년대 들어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횟수. 그러고보니 숫자 0은 2000년에 은퇴한 공필성의 등번호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아무튼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야구팬을 넘어 롯데그룹 회장 일가, KBO 관계자들, 심지어 부산 지역 의회까지도 관심을 갖는 중요한 사안이다. 롯데는 어찌됐든 올해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과연 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은 가을에도 부산갈매기가 울려퍼지게 할 수 있을까. 부산팬이라면 과도한 관심이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주의하면서, 뜨거운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최고의 시나리오 : 메이저리그에서는 왜 송승준과 최향남이 빅리거가 되지 못했는지 의아해한다. 손민한은 손민한이다. 매클레리라는 이름이 농구에 이어 야구에서도 최고 외국인 선수로 등극한다. 장원준은 생애 첫 10승을 달성한다. 강병철에게서 벗어난 최대성이 최대성능을 발휘한다. 강영식을 볼 때마다 선동렬 감독은 복통에 시달린다. 김유신이 이름값을 해낸다. 임경완은 30세이브를 달성한다. 롯데는 김주찬-정수근을 앞세워 발야구 지존의 자리를 되찾는다. 김주찬이 대표팀에서의 성적을 시즌 내내 이어간다. 이대호는 트리플 크라운을 또 한번 작성하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쳐낸다. 카림 가르시아는 부산 시내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덩달아 정수근도 부산 시내를 당당히 활보하게 된다. 정보명과 강민호는 골든글러브를 따낸다. 사직에 '사랑해영 마해영' 플래카드가 크게 걸린다. 로이스터 감독에게 '흑응룡', '흑성근' 등의 별명이 붙여진다. 10월에도 사직구장에는 부산갈매기가 끊이지 않고, 그러던 어느날... 임수혁이 깨어난다.
최악의 시나리오 : 국내 팬들은 송승준과 최향남을 사례로 들며 '한국야구가 낳냐 트리플 A가 낳냐' 논쟁을 벌인다. 손민한은 나이가 들었다. 매클레리는 숙소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장원준은 장원준이다. 최대성은 강병철 탓을 한다. 강영식을 볼 때마다 선동렬 감독은 미소를 짓는다. 김유신을 검색하면 백과사전이 먼저 뜬다. 임경완은 스스로 중간계투 체질이라고 인터뷰한다. 롯데는 해낸 도루보다 많은 도루를 상대에게 허용한다. 김주찬은 대표팀에서는 뽀록이었다고 고백한다. 구단 관계자들이 점점 이대호가 먹는 고기값을 아까워하기 시작한다. 카림 가르시아는 일본에서의 성적을 재현한다. 정수근은 로이스터 탓을 한다. 정보명과 강민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TV로 시청한다. 마해영은 로이스터 통역사가 된다. 로이스터 감독에게 '흑인천', '흑병철' 등의 별명이 붙여진다. 부산 시내 병원이 호황을 이룬다. 10월의 어느날, 자이언츠 사장은 그룹 본사 회장실로 불려간다.
팀내 MVP 후보 : 지난 시즌 송승준은 몸상태가 완전치 않은 가운데서도 꽤 괜찮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었다. 특히 직구 구위에 힘이 실려 있었고, 공 끝의 움직임이 좋았다. 동계 훈련을 착실히 마친 올해는 더욱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도 국내 복귀 해외파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자 중에 김주찬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언제나 최상급의 재능을 지닌 선수였다. 대표팀과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이 그의 봉인이 풀린 것을 의미한다면, 롯데의 가을야구는 결코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 신인 투수 중 이웅한은 실제보다 저평가된 유망주다. 그는 140km 중반의 힘있는 직구를 구사하며, 연투 능력도 뛰어나다. 투구폼 자체가 무리가 없고 부드러워서 체력 소모가 적기 때문이다. 충분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신인왕 경쟁에도 충분히 뛰어들 만하다. 타자 중에는 포수 장성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민호는 최근 몇년간 심각한 혹사를 당했다. 장성우가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강민호를 뒷받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임수혁-최기문의 뒤를 이을만한 공격형 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 타이거즈
10 : 지독한 아홉수다. 해태 시절 아홉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타이거즈는 단 한 차례도 우승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시즌 꼴찌를 한 것은 이미 한차례 경험했기에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다. 기아 타이거즈는 올시즌을 앞두고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고, 팬들의 비난 속에 단장과 감독이 갈렸다. 기아는 예전 포스트시즌에서 자신들 팀을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데이터 야구의 귀재, 조범현 감독을 아군으로 끌어들였다. 변화의 효과는 시범경기에서 바로 드러났다. 시범경기 1위가 정규시즌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자신감을 불어넣는 면에서는 나쁠 것도 없다. 과연 타이거즈는 10번째 우승을, 새 프랜차이즈로서는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최고의 시나리오 : 서재응은 메츠 시절을 재현해 보인다. 호세 리마는 리마 타임을 연일 선보이고, 시즌중 부인과 재결합한다. 이 효과로 광주구장 1루쪽 관중석 경쟁이 치열해지고, 치어리더들의 인기가 시들해진다. 정민태는 4년간 못 따낸 승리를 한 시즌에 몰아서 기록하고, 박노준 단장은 만성 복통 증세에 시달린다. 윤석민의 2007년 승과 패가 역전된다. 시즌 말미 전병두는 "류현진이 라이벌"이라고 인터뷰하고, 류현진은 이를 인정한다. 이에 질새라 양현종까지 "나도 류현진이 라이벌"이라고 인터뷰하고, 흥분한 류현진의 송월타올이 흘러내린다. 유동훈은 군입대 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간다. 한기주가 불펜에 등장하면 상대팀 선수들은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장성호는 장성호다. 최희섭은 홈런왕을 차지하고, 이 효과로 광주구장 우측 외야석 경쟁도 치열해진다. 이현곤은 OPS까지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용규는 2년전으로 돌아간다. 심재학-최경환-강동우가 부활하면서 조범현 감독은 누구를 기용해야 할지 매일밤 고민한다. 나지완은 신인왕을 차지하고, 발데스는 '흑종범'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이종범은 시즌 뒤 무르팍도사에 출연해 야구선수로서는 두번째 출연자로 기록된다. 그리고 타이거즈는 꼴찌에서 정상으로 1년만에 올라서며 10번째 우승을 채워넣는다.
최악의 시나리오 : 서재응은 탬파베이 시절로 돌아간다. 호세 리마는 뉴욕 메츠 시절로 돌아가고, 사상 최초의 외국인 치어리더로 기록된다. 정민태 덕분에 박노준의 머리카락이 다시 검어진다. 윤석민의 승률이 더 나빠진다. 시즌 말미 전병두는 "류현진이 라이벌"이라고 했다가 싸이에서 '여병추'라는 댓글을 보게 된다. 양현종은 뭣도 모르고 "나도 류현진이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기사화되지 않는다. 유동훈은 데뷔 초기로 완벽하게 돌아간다. 한기주가 불펜에 등장하면 상대팀 덕아웃 분위기가 좋아진다. 시즌 말미 바닥을 배트로 내리치는 장성호의 모습이 또 한번 카메라에 잡힌다. 최희섭이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외야수들이 앞으로 전진한다. 이현곤은 2006년 타율과 2007년 실책 수를 합한 성적을 낸다. 이용규는 LG 시절로 돌아간다. 외야수 부족으로 조범현 감독은 장성호의 외야 기용을 고려한다. 발데스 카드를 조합하면 숀 헤어가 나온다. 시즌 막판 언론에 조범현 감독과 프런트의 불화설이 흘러나온다. 10월께에는 광주 시내에 뚜레주르 새 지점이 하나 생겨난다.
팀내 MVP 후보 : 만약 최희섭과 서재응이 처음부터 국내에서 뛰었다면 2000년대 기아의 성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다소 늦긴 했지만, 아무튼 이 둘은 지금도 충분히 팀의 기둥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적응기를 거친 최희섭은 올시즌 홈런부분 타이틀의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다. 플래툰 시스템에서 해방되어 꾸준히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로서는 희소식이다. 특유의 플레이트에서의 참을성과 밀어서도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최희섭의 존재는 장성호나 이현곤과 같은 다른 타자들의 성적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서재응은 여전히 커맨드와 체인지업 구사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국내에서는 강속구에 속하는 145km 직구, 그리고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오는 체인지업은 타자들이 쉽게 쳐낼 수 없는 볼배합이다. 개인적으로 김선우보다는 서재응이 첫 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 곽정철은 2005년 입단 뒤 부상으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회복된 지금, 140km 후반의 강속구를 뿌리는 그의 존재는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스트라이크를 자신있게 꽂아넣는 타입이고 삼진을 잡을줄 아는 투수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상당히 긴요하게 기용될 것이다. 타자 중에 나지완은 너무 많이 얘기되었으니까 김선빈에 대해 말하자면, 이 선수는 역사상 가장 좁은 스트라이크 존을 지닌 타자일 것이다. 실제 키가 164cm로 역대 프로야구에서 뛴 선수들 가운데 가장 작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스피드와 송구 능력은 평균 이상이고, 컨택 능력도 수준급이다. 현재 기아 내야진 사정상 주전으로 기용되긴 어렵겠지만, 대주자와 대수비, 필요에 따라서는 대타로까지 활용 범위가 넓은 선수다. 특히 조범현 감독이 툴보다는 스탯을 중시하는 타입이라는 점은 김선빈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첫댓글 거인사랑에 있길래 퍼왔습니다.. 재미있네요..ㅋ
재밌어요~ㅎㅎ
음...윤규진이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라;; 제구력이 약간 안되도 빠른볼로 승부보는 전형적인 파이어볼러형 투수였거늘,... 그래도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분석이네요~
이거 최고는 워싱턴내셔널스.... "영이 페냐의 목을 조른다... 듀크스가 밀리지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덕아웃에 경찰이 배치된다..." 이거 아는사람들은 다 뒤집혔는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