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속살을 찾아서 / 청송 권규학
봄을 기다린다.
이미 지난 올해의 봄을 가을의 초입에서 다시 기다린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올봄엔 봄임에도 불구하고 봄꽃을 그리 많이 보진 못했다.
어느 해보다 많은 봄꽃이, 그것도 일찍 피었음에도 불구하고
채 감상하기도 전에 져 버렸다는 건 무슨 영문일까.
때론 일을 하고, 때론 여행을 하고, 또 때론 멍 때리기도 연출하며
늘 변함없이 이곳저곳 바쁜 일상을 살아왔는데, 왜 그것을 보지 못한 걸까.
사실은 꽃이 피고 지는 것도, 연두색 싹이 짙푸른 잎으로 변하는 것도,
그 무성한 잎들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잿빛 갈잎으로 떨어지는 것도,
삭풍(朔風)에 떠밀린 낙엽들이 배수로 구석에 뒹구는 것까지도...,
모두 보고 함께하며 즐거워했을 텐데….
봄꽃을 저리도 일찍 땅바닥에 팽개친 원흉은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란 이름의 질병이었다.
'코로나'의 습격에 영문도 모른 채 몇 해를 그렇게
정신없이 휘둘리며 일상을 빼앗긴 채 살아왔다.
오는 세월 잡을 수 없듯이 가는 세월 역시 잡을 수가 없음일까.
세월은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다가오고 등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제 갈길을 간다.
계절의 변화 역시도 다르지 않다.
봄이 오면 여름이 뒤 따르고 여름 뒤엔 어느새 가을이 기다린다.
그리곤 다시 올 봄을 마중하는 겨울의 모습을 본다.
이렇듯 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끼는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에서
자연 속, 미세한 먼지로 사는 부족한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어느새 계절은 가을의 초입을 지나 그 깊숙한 속살을 익힐 시점이다.
이 가을엔 어디론가 낭만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싶다.
여행길..., 처음 가는 마을의 초입에 들어서면 설렘보다는 낯선 느낌을 받듯이
이 가을 역시 조금은 생경한 느낌을 주는 듯하다가도 또 다른 친근함으로 다가선다.
어쩌면, 늘 우리 곁에서 함께 반복되는 세월을 겪어왔기 때문에
낯선 마을과는 달리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몇 해, 코로나에 빼앗긴 나만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는 귀한 시간들,
발걸음에 밟히는 낙엽을 통해서 살아온 날보다는 짧은 남은 생을 음미하고
살아온 세월에 녹아든 숱한 삶의 회환들을 반추(反芻)하고 싶다.
자연이 던지는 충고를 겸손히 받아들이고
자연에게도 내 마음의 언어를 오붓하게 전하고 싶다.
이 가을이 주는 색깔이 곱듯이
내가 하는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나름의 예쁜 색깔을 지니고 있을 테니까.
첫댓글 깊어가는
가을을
음미하신
좋은글
감사해요....작가님
상강절기...
수요일
저녁에도..
추운날씨네요...
감기조심
건강하시고
행복한저녁
기분좋은저녁시간..보내세요...!! 청송작가님
@노들길 감사합니다.
목요일...,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시간되시길 기원합니다.^^*~
@청송 권규학 감사해요
작가님...
행복한날
즐거운날만....응원합니다
목요일
오후에는
햇살이
좋아지네요...
.
감기조심
건강하시고...
어느곳에서나...
즐거운시간..
기분좋은오후시간...보내세요...!!! 청송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