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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월급을 800만원에 보너스까지 주고 데려왔는데, 딴 회사에서 월급 더 준다고 1년도 안돼 퇴사하더라구요. 1년도 안돼 퇴사하는 건 먹튀 아닌가요” (A기업 인사담당자)
“신입 사원이 경력보다 ‘내 회사’라는 애착이 더 커서 그런가 근속 기간이 길어요. 경력 연봉 맞춰줄 돈으로 신입 하나 더 뽑아 교육 시키는게 훨씬 낫죠 ” (업계 관계자)
많은 IT 기업들이 인력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몸값’이 높아지면서 한편에선 인력 이탈이 심해지고 있다. 연봉을 높여 경력 사원을 뽑아도 1~2년도 안돼 타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고 연봉의 회사로 이직이 심해지면서 차라리 경력직 대신 신입을 더 채용해 ‘키우면서 일하겠다’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출근길 모습. [사진=임세준 기자]
“돈다발 안겨줘도 1~2년이면 퇴사…차라리 신입 뽑겠다”
중견 IT기업 C사는 5년 이상의 경력직 보다는 오히려 신입이나 주니어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회사 관계자는 “인턴으로 시작해 채용되는 친구들은 회사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을 뿐더러, 일을 배운다는 마음가짐이 커 오래 다니는 것 같다”고 그 이유를 털어놨다.
또 다른 중견 IT업체 D사도 경력 대신 신입 위주로 채용을 전환했다. 물론 이들 회사들도 ‘일 잘하는 경력 개발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솟는 개발자 처우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에 맞춰 처음엔 우리도 올려줬지만 기껏 올려줘도 1~2년만에 더 조건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며 “이들을 붙잡기 위해 언제까지 처우를 높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럴 바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들을 교육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중소, 중견 IT기업들 뿐 아니라 유니콘기업, 대기업들도 인력 직접 양성 및 신입 사원으로 채용 전환에 나서는 분위기다. 배달의민족은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최근 채용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국내 대표적 게임업체 넥슨도 채용형 신입 인턴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2022 하반기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
초임도 6000만원…대기업도 고연봉에 ‘허덕’
대기업도 버거울 정도로 개발자 ‘몸값’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했다. 대형 게임사,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인상하며 실력 있는 개발자는 초임 연봉부터 5000만~6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카카오커머스는 신입 개발자들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약속했고, 토스는 입사 1주년을 맞은 경력직 개발자들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요기요가 우수 개발 인재 확보를 위해 신규 경력 입사자에게 직전 연봉 50%를 사이닝 보너스로 지급하겠다고 나서는 등 인재 모시기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급기야 넷마블은 지난 1분기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430억원, 30% 이상 증가하며 119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카카오도 같은 기간 인건비가 43% 늘며 영업이익률이 1년 전보다 3%포인트 이상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연봉이 높다고 하니 갓 대학 졸업한 신입들도 우리 같은 중소 기업에 와서 연봉 5000만원을 부르더라”며 “대기업들도 인건비 지출에 부담이 적지 않다는데 우리 같은 회사는 숨통이 막힐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국내 383개 기업을 대상으로 ‘IT 인력 채용 어려움’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업의 64.2%가 IT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65%, 중견기업의 64.4%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기업도 41.7%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