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의 매력
박말이
바보같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검둥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짐승도 친구가 된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매력은 홀가분하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진실합니다. 그 어떤 친구도 배반을 벗어나진 못했던 걸로 압니다. 그것이 나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면 맞을 겁니다. 너무 정직하게만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십푼이라도 손해다 싶으면 돌아 섭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친구 사귀는 것도 장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검둥이를 키우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나의 막내가 서울공대를 나왔습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의대를 가고 싶어 했는데 그 때의 교육 추세가 서울대학 보내는 것이 담임의 임무였나 봅니다. 며칠을 나와 막내를 불러 설득을 시키는 겁니다. 이시대의 우등생으로서 서울대를 안보내면 아주 미쓰라는 겁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막내는 할 수 없이 서울 공대에 졸업하고 3년 쯤 벌어서 다시 대구 대 수위학과를 갔습니다. 밥팔아 뭐 사먹는다는 격이 맞았을 겁니다. 자식 키우다 보면 어디 부모 마음대로는 아니 었습니다.
그리하여 동물병원을 차렸습니다.
그 즉시 어느 손님이 검둥이를 데려다 놓고 찾아가지 않은 겁니다. 교통사고로 왼 쪽 뒷발이 엄지만 남았습니다. 그 때에 검둥이는 한 살도 안된겁니다. 하는 수 없이 막내가 키우다 나에게로 오게 되었습니다. 검둥이는 스파니엘의 잡종이라고 합니다. 성격이 약간 희수라고 하면 맞을 겁니다. 한 쪽 뒷발의 상처로 가끔 가끔 상처난 뒷 발을 들고 깡총거리듯 뛰는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보고 그런 개를 데리고 다닌다고 핀찬을 주는 이도 있지만 그래도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세번 쯤 아파트를 돌든지 한 번 쯤은 아시아드 운동장을 돌아 옵니다.
이렇게 검둥이와 지나는 시간이 늘다 보니 정이 깊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검둥이에 대한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막내가 왔다가 검둥이 미용을 시켜야 한다면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검둥이가 안 가려고 버티다 내가 차에 실려 주는데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체념을 하고 자리에서 죽은 듯이 쳐 밖혀버리는 겁니다. 그 모습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짐승도 그렇게 정이 드는데 사람은 오직 하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사람은 헤어지면서 꼭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겁니다. 사람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짐승은 해꼬지를 하지 않는 겁니다.
예전에 어릴때 동화책을 읽어 보면 짐승은 사람의 은혜를 갚기 위해 목숨도 받치는 겁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러면서 짐승이라면 아주 발길로 걷어 차고 싶어 하는 사람을 더러 봤습니다. 나는 도대체 그런 사람들의 속을 알 수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남 말 할 게지가 못됩니다. 나도 짐승에 대해 잘하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나 어릴때 키우든 우리집 강아지를 아버지가 딱한 사정으로 팔아 버렸을 때 받은 상처가 지금도 남아 있어 짐승은 절대 키우지 않겠다든 명세를 저버리고 또 검둥이와 살고 있으니 사돈 남말할 게지가 못됩니다.
가축은 주인을 닮는다고 합니다.
나처럼 어리섞고 바보같은 것이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속정은 있으면서 체념이 빠른것도 닯은 것 같습니다. 내일은 미용을 마치고 돌아 올겁니다. 오늘은 검둥이 없는 세상을 살아 볼겁니다. 홀가분 하면서도 왠일인가 허전합니다. 그깟 짐승이 아니라 발려견이란 말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검둥이 만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예전에 못 본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많은 이해 바랍니다.
2021.3.1.
첫댓글 사연이 있는 검둥이이군요. 주인처럼 심성도 고운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의 애교를 보며 건강하십시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행전 선생님^^
막내 아드님이 수재였군요. 공대 의대를 넘나들었으니.. 축하드립니다.
개나 동물들은 한 번 정들면 끝까지 충성을 다하죠. 대표적인 예가 주인의 냄새를 쫒아 미국을 동서로 횡단한 그레이하운드고요, 일본의 충견 하치 아니겠습니까. 불을 꺼 주인을 살린 프랑다스의 개도 있고요.
검둥이도 그에 못지 않는 충견이 될 듯합니다. 노년의 진정한 반려견이 되겠네요.
예~~고맙고 감사합니다~~정암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