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 머큐리가 중심에 놓인 락 그룹 ‘퀸Queen’의 불후의 명곡들에 얽힌 얘기들. 성공에 취해 난잡한 생활을 즐기기도 하고, 「Love of my life」를 헌정한 메리(루시 보인턴)에 대한 사랑과 달리 양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의 혼란. 영국에서 파키스탄 출신의 이방인이 겪어야 했던 소외. 팀 리더가 아니라 리드싱어라고 말하던 한 인간의 오해와 진실. 그 모두는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과관계로 얽혀 있다.
이 작품은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그린 전기영화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 하나하나가 충분히 매력적이기도 하다. 1985년의 ‘라이브 에이드’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재현에 충실한 시각효과와 프로덕션 디자인도 더할 나위 없었고, 프레디 머큐리의 도플갱어 같은 라미 말렉의 연기도 뛰어났고, 어느 순간 눈물을 훔칠 만큼 각본도 잘 짜였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기 전의 라이브 에이드 무대였지만, 슬쩍 팩트를 뒤바꾼 점도 극적 효과를 위한 치밀한 연출의 결과라고 믿는다. 타고난 음악성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탄생비화는 압권이었다. 그 과정만으로도 퀸은 비틀즈에 비견될 정도로 한 세대를 풍미한 최고의 아티스트로 불릴만했다. 영국에는 두 명의 퀸이 있다고 할 만큼.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80년대. 그 서슬 퍼런 군사독재의 암울한 시기에 유일한 해방구이자 시대의 낭만이었다면, 그건 바로 음악이었다. 퀸을 포함하여 레드 재플린, 도어즈, 딥 퍼플, 쥬다스 프리스트, 시카고 등의 음악과 함께 청춘을 보냈던 기억이 오롯하다. 그렇다고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늘 락은 내 주변을 서성거리며 위로를 안겼다. 퀸 하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결혼을 하면서 아내가 가져온 여러 물목 중에서 서로 겹치는 게 꽤나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퀸의 <Greatest Hits>라는 제목의 빨간색 라벨의 카세트 테이프. 아마도 또래의 대부분은 가졌던 그 것. 지금도 카세트 테이프가 든 상자 안에는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영화를 본 후 그제서야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가 제대로 마음 속으로 들어 왔다. 한 남자를 죽이고, 후회하는 내용도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낯설게 세상을 바라 보려고 한 외로운 보헤미안의 실존이 느껴졌다. 세상의 편견과 매너리즘을 깨뜨리면서 고독과 방황을 이겨내려는 의지. 뒤숭숭하고 요지경 같은 세상에 대한 도전과 일탈.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멤버들이 보여준 날 선 비판과 과감한 도전은 지금도 몽매한 정신을 깨울 정도로 선듯하다. 여전히 여운을 느끼고 싶은지 다시 실제 라이브 에이드 공연뿐 아니라 퀸의 실황공연을 유튜브로 챙겨보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한껏 과거로 유영할 수 있었다. 유난히 돌출된 앞니가 볼썽사나웠고, 타이틀 시퀀스에서 암시했듯 라이브 에이드에 초점을 맞춰서 퀸의 다른 멤버와의 교감에 소홀한 점은 옥의 티였지만, 브라이언 싱어의 공들인 결과물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이 영화를 보면서 30년 전을 추억할 수 있어서 행복했지만, 미처 몰랐던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새롭게 알게 돼서 좋았다. 다시 퀸이 회자가 되고 더 많은 마니아가 생겨나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함께 영화를 봤던 딸의 음원 목록에 아이돌 음악과 랩뿐만 아니라 퀸의 음악이 새롭게 포함되었다. 다양하게 즐기라는 권유를 한 귀로만 듣다가, 이 영화는 다른 장르의 음악에 대한 가치를 일깨우는 역할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이 참에 클래식, 재즈, R&B, 국악도 목록에 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곁들여 본다.
첫댓글 그래서 저는 두번이나 봤는데도 또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이번에는 싱어롱관으로 가고 싶네요.
한번더 보고싶어지는...
강추! 또 다른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