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숙 동시 | 권민정 그림
96쪽 |12,000원 | 2024년 4월 8일 | 148*210mm
ISBN : 979-11-93599-00-6 73810
주 대상: 초등학교 5-6학년, 초등학교 3~4학년, 청소년
주제: 동시, 이야기시
깨알 같은 고소한 기쁨과 그리움이 넘실대는 이야기들
천강문학상과 한국안데르상을 수상한 조명숙 시인의 두 번째 창작 동시집 《고양이 학교 그네 교실》이 나왔습니다. 조명숙 시인은 동시짓기를 마음속에 간직한 글의 씨앗이 자라서 예쁜 꽃이 피면 한 송이씩 정성껏 세상 밖으로 꺼내놓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 꽃송이는 어린이들 마음에도 있고, 어른들 마음에도 있지요. 시인은 마음속 꽃송이를 우리 주변 자연과 사물 그리고 가족, 사람들 관계에서 찾아내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동시로 풀어냈습니다.
조명숙 시인은 매서운 겨울바람 잘 이겨낸 우리 집 살구나무가 꽃잎을 펼치는 봄이면, 어린 시절 친구들을 불러내 놀며 여러 편의 동시를 지었습니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고양이가 자는 모습에서 바람과 지금은 아이들이 없는 학교와 고양이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시인이 세상 밖으로 꺼내놓은 꽃송이인 동시 52편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주변에 숨어 있던 여러 모습의 마음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텅 빈 운동장
낡은 그네 위에
길고양이 한 마리
바람을 데리고
훌쩍 올라타요
기쁨에 겨운 그네는
살랑살랑 춤을 추고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
둘 사이를
포근히 감싸 안아요.
- <고양이 학교 그네 교실>
표제작 <고양이 학교 그네 교실>은 볕 좋은 어느 날, 그네에 누워 잠든 고양이가 깰세라 가만가만 그네를 흔들어 주는 바람의 고운 마음을 보고 쓴 동시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어느 날 오후, 학교 놀이터의 낡은 그네에 누워 잠든 길고양이 모습이 평화롭게 담아낸 동시입니다. 이 동시에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왁자지껄 뛰노는 요란한 모습 대신, 바람만이 휭 하게 부는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평화로움과 쓸쓸함과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함께 느껴지는 동시입니다. 요즘은 입학하는 아이들이 없어 문을 닫는 초등학교 많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길고양이가 학교에서 함께 떠들썩하게 뛰노는 모습을 떠올려 보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늦은 밤
코흘리개 친구가
찾아왔어요
반가운 마음에
두 손을 활짝 펴서
내밀었어요
눈물 흘리며
금세
떠날 거면서
함박웃음으로
안겨 와요.
- <함박눈>
어릴 때 함께 놀던 친구가 생각나는 동시입니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함박눈> 말고도 동시집 《고양이 학교 그네 교실》에는 나이 들어 제각각 떨어져 살아 자주 볼 수 없는 친구들을 그리워하면 쓴 <낮달>, <친구야> 같은 동시들이 여러 편 있습니다. 좋은 친구는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고향의 품 같은 것이죠. 동시집에서 어릴 적 친구들이 속속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추억과 함께 들려줍니다.
일상 속 작은 즐거움과 숨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동시집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온다. 곧 괜찮아지겠지 싶었는데 더 심해진다. 스티로폼 하우스에서 엄마랑 형제들이랑 모여 자는데 내 기침 소리에 모두 잠에서 깼다. 기침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어 괴롭다. -중략-
나는 아줌마가 주는 약을 일주일이나 받아먹고 기침이 멎었다. 고마운 마음에 참새와 직박구리 사냥도 하고, 물까치와 굴뚝새, 때로는 들쥐랑 작은 땃쥐, 두더지를 잡아 마당에 나란히 일렬로 놓는다. -중략-
- <길고양이 일기> 일부
동시집 《고양이 학교 그네 교실》에는 길고양이를 소재로 지은 동시들이 여럿 있습니다. 조명숙 시인은 오랫동안 길고양이를 거두고 돌보고 헤어짐을 경험하였습니다. 시인은 고양이와 한 식구가 되어 옆을 지켜주던 친구랑 이별할 때가 가장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과 그때의 마음을 동시로 담아낸, 길고양이와 함께한 즐거움과 길고양이의 숨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 성함은 나자 리자 자자
조나리자 선생님이시다
제발 무서운 선생님이 아니길 기도했는데
기도가 통했나 보다
우리 반 아이들이 계속 웃겨서 공부에
집중이 안 돼
6학년 때는 공부를 잘해야지, 하고
결심하는데 또 웃겨
딱, 보면 느낄 수 있다
올 한해는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는걸.
- <나는 6학년>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천장에 커다란 바퀴벌레가 거꾸로 매달려
올라올 테면 올라와 봐! 메롱! 약을 올렸다
에프킬라로 칙칙 뿌리고 잡으려고 순간
정전이다
으악! 엄마, 바퀴벌레
어디 어디?
엄마 아빠가 손전등과 파리채를 들고
후다닥 내 방으로 뛰어오셔서 딱, 딱!
바퀴벌레 잡으려고 한참을 애쓰다가
안방 침대에 모여 사이좋게 잤다
징그러운 바퀴벌레 덕분에.
- <한밤중 소동>
동시집에는 학교나 집, 일상에서 사소한 재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는 6학년>, <한밤중 소동>처럼, 깨알 같은 즐거움을 담은 동시들도 있습니다. <나는 6학년> 동시는 담임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6학년 첫날. 어떤 선생님일까? 무서운 선생님만 아니길 바라는 아이의 기도를 들어준 것인지, 재밌고 즐거움을 주는 선생님이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라니. 올 한 해가 정말 즐거울 거 같다는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한밤중 소동>은 한밤중 바퀴벌레 잡기 소동으로 결국은 엄마 아빠와 한방에서 같이 잠을 반전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동시입니다.
봄처럼 화사하고 따뜻한 그림들
글의 씨앗이 화사한 꽃으로 활짝 핀 것처럼, 그림작가는 동시에서 전하는 향기와 마음을 파스텔톤으로 맑고 따뜻한 그림으로 풀어냈습니다. 《고양이 학교 그네 교실》 꽃송이 같은 동시와 함께 사랑스럽고 귀여운 일러스트가 동시를 보는 즐거움을 한층 높여주는 동시집입니다.
이처럼 동시집 《고양이 학교 그네 교실》에는 시인이 활짝 피워낸 꽃들이 동시의 향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동시 한 편 한 편에 깃든 글의 씨앗을 찾으며 동시를 만나고 감상해 보세요.
차례
시인의 말 4
1부 편지
살구나무 아래엔 12
지렁이 가출 사건 14
전투 16
고등어 17
함박눈 18
봄 산 20
봄바람 21
낮달 22
편지 23
강아지 환자 24
식목일 26
고려청자 27
은행잎 날다 28
까치 설날 30
옹골진 순무 32
섬포도 33
한여름 밤의 자장가 34
밤송이 35
2부 인간을 위한 길고양이의 배려
친구야! 38
그 애 같은 39
장수풍뎅이 40
굴뚝별 청소부 41
고양이 학교 그네 교실 42
길고양이 일기 44
인간을 위한 길고양이의 배려46
도해야 49
우리 동네 야로 아저씨 50
하루쯤 51
소나기 52
무인 멀티콥터 54
알 수 없음 56
평화의 무기 57
3부 나는 열세 살
화해 60
내 안의 호저 62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63
도도한 마사지사 64
엉겅퀴 66
K 커피 67
가시 68
우화(羽化) 69
낙엽 70
나는 열세 살 71
사춘기 72
호모 사피엔스 74
특별한 상장 76
나는 6학년 77
졸업사진 78
타임머신 79
한밤중 소동 80
딱 보면 알아 82
삐딱이 84
아빠의 시계 85
해설 86
시인의 말
마음속에 간직한 글의 씨앗이 자라서 예쁜 꽃이 피면 한 송이씩 정성껏 세상 밖으로 꺼내놓는 일을 동시 짓기라고 생각해요. 동심을 먹고 자라는 꽃송이는 어린이들 마음에도, 어른들 마음에도 있지요. 그 꽃송이를 잘 키워 너도나도 읽고 간직한다면 세상은 더깨끗하고 아름다워질 거예요. 동시에는 그런 큰 힘이 있습니다.
- 조명숙
작가 소개
동시 조명숙
강화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유치원 교사로 아이들과 오랫동안 지냈어요. 2002년 창조문학 신인상(동시), 2008년 한국 안데르센 은상(장편 동화), 2010년 천강문학상 우수상(동시)을 탔어요.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과 동시집 8권이 있으며 기획물 동시《와 동화로 배우는 세계의 위인》, 멸종위기 야생식물 동시 동화집 《햇볕과 비와 바람이 키운 우리 야생화 이야기》, 《제주에서 연해주까지 역사 속에 깃든 우리 떡 이야기》, 《어린이 문화재 박물관은 살아있다》, 《예쁜 말 성경》(공저)이 있어요. 《햇볕과 비와 바람이 키운 우리 야생화 이야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1년 문학나눔도서 선정, 2022년 소년한국일보에 연재, 한학사(구 한국학교사서협회) 2021년 초등 전학년 추천 도서, 2022년 한국글짓기지도회 추천 도서이며 《제주에서 연해주까지 역사 속에 깃든 우리 떡 이야기》는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어린이 문화재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2022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예술지원사업 선정, 2023년 소년한국일보에 연재, 2024년 한국한국글짓기지도회 추천 도서예요. 《동물 특공대》, 《저어새의 놀이터》는 인천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어요.
지금은 생김새도, 성격도 제각각인 고양이 네 마리와 풍산개, 진돗개, 청계 열한 마리와 재미나게 놀면서 늘 하나님께 기도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어요.
그림 권민정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우연히 일러스트레이션을 접한 뒤 어린이책의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제품 패키지, 광고 영상, 사보, 잡지, 성인 도서 등 다양한 분야에 그림을 그렸어요. 《파워풀한 수학자들》, 《삼촌은 길박사》, 《통합 지식 100 세계 고전》들과 윤동주 동시그림책 《별나라 사람 무얼 먹구 사나》에 그림을 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