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유명 의대를 수석입학 하시고 또, 그것도 모자라 수석졸업 까지 하셨다는 병원원장 선생님 께서는 스탬프형 주사기로 내 뒤통수 마루를 쿡쿡쿡 찌르시며 웃음섞인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신다
"아프시지요 하지만 사나이는
참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해 지시고 큰일도 할수 있는겁니다"
눈물이 찔끔 날만큼 아픈 와중에도 나는 웃었다 눈물젖은 사탕을 빠는 아이 처럼,
"기록을 보니 8년전에도 같은 증상으로 우리병원을 방문 하셨네요 기력을 무리하게 소진하시면, 방전된 신체가 내보이는 적신호입니다
무리한 몸운동 자제하시고 맘 편히 하셔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줄이셔야 회복이 빠릅니다 금방 낫고 회복되는 증상이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구요"
개구장이 원장님은 인자하신 표정을 지으려 애쓰시며 날 다독이신다
8년 전이라...세월은 참 빠르기도 하지 그일이 벌써 8년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새로 사귀게된 애인과 한창 뜨거울때 였다 지금보다는 혈기 왕성한 때였기에 그랬으려나? 시도 때도 없이 장소 안가리고 비 생산적인, 무도한 짓거리를 마구 해댔고 그 끝은 늘 허무 했었다 채워지지 않는 빈 술잔처럼...쌀이 생기나 연탄이 생기나 ㅎ
암튼 그땐 그랬다 치고 지금은 왜? 또? 이런 사단이 났을까
부산하고도 서면 씩이나 되는 지역의 유명학원을 수석 졸업 하셨고 서울서 개최된 국제적 머리깎기 대회에서 누런 금상을 수상 하셨다는 또다른 원장님(미용원) 께서는 신들린 예술혼으로 내 머리 다듬으시다가 위대한 발견을 해내신다
십원짜리 동전 크기의 빈터를 발견했다며 적당한 크기의 손거울을 전면거울과 각도를 맞추며 내 뒤통수를 비추어 시각적 증명을 해내신 것이다
예식문화 라는게 옛날과 많이 달라졌고 특히 장례예식장 문화가 그렇다 옛날에는 시간, 여건이 허락 하는한 긴 시간을 상주곁에 붙어 위로해주며 자리를 지켜주는게 정이며 예의였다 해서 밤새 노름판이 벌어졌고, 전해 들은바에 의하면 심지어는 전국구 노름쟁이들이 상가집마다 돌며 기획적인 도박판을 벌인다고도 했다 나역시 밤새워가며 홀라,포커,고스돕을 치고 횡한 눈으로 회사 출근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럴일이 없게끔 원천적 봉쇄가 돼있다 장례예식장의 시간제한 때문이기도 하고, 대체적으로 호상이 많이진 까닭에 큰 위로가 거북해지는 분위기 때문이지 싶다 그건 그렇고 암튼,
친구들과 미리 약속하고 식장에 모인 우리들은 서로들 반가운 마음에 웃고 떠드는 실례를 범하고 말았다
무식한것들...상황을 인식하고 과오를 뉘우치며 숙연해지려 노력 했지만 이미 늦었다 와중에 상주친구와 부인이 와서 웃으며 호상이라 별문제 없다며 다독여준다 헤프닝은 있었지만 큰 탈없이 돼지수육과 소주한잔하고 나왔다 아마 혼자 마신술이 소주 두병쯤 됐지 싶은데 친구들은 오랫만에 모였으니 덕천동서 소주한잔 하고가자 했고 마다할 내가 아니었다 주량이 넉넉치못한 나는 소주 두병 쯤이면 나의 정신세계는 심히 주관적인 관념을 가지기 시작한다 세상 끝머리 변방에서 비실거리던 자신이 서서히 세상의 중심이 돼가는 것이다
한순간 이라도 오만한 자세로 세상을 얕봐 보자는 담대한 하이드 정신, 헛소리 꽤나 했것지? 아침에 깨보니 집이었고 뒤에 알아보니 친구들이 택시태워 보냈다 한다 변방의 오지 김해로,
며칠뒤 상을 치루었던 친구가 고맙다며 한잔 하자해서 또 덕천동서 모여 2차 3차 까지 마신듯 하다 똑같은 페턴의 공정을 거치며 나는 또 집으로 배달돼왔다
또 며칠뒤 진주가 고향인 친구가 고향다녀가는 길이라며 김해들러 한잔하고 가겠다기에 오라했고, 뒷고기에 소주 맥주, 그것도 모자라 같이 집에와서 밤늦도록 마시고 아침에 술깨고 갔다
떠나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살짝 놀랬다
인간의 뒤통수가 저토록 아름다울수도 있구나 싶어서
그리고 또 며칠뒤 상 치뤘던 친구가 낚시로 잡은 갈치젓갈이 2년 됐는데 나눈다며 보자했고 덕천동서 마시고 똑같은 페턴의 공정을 거치며 김해로 배달 돼왔다
뭐...암튼 그랬다
와중에 여러번의 산행을 했었고 특히 표충사에서 제약산 오른 등산이 많이 힘들었나보다
거제도, 가덕도, 진해 등등 낚시도 서너번 갔고 거기다 인터넷 바둑 두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거기에 따르는 흡연역시 만만찮고...
이게 모두 가을의 정점이었던 달포가량에 있었던 일이다
그러고 보니 좀 무리를 하기는 한듯하다
곰거리 사다가 다리고 쌀도팔고 생굴 한봉다리 사서 김장김치랑(독지가 선생이 보내주신) 밥 맛있게 먹고 잠시 생각한다
백수가 과로사 한단말 그냥 웃자고 하는소린 아닌듯 해서 씁쓸히 웃는다 뭐든 적당해야제...
첫댓글 원형탈모는 스트레스로 인해 오는 줄만 알았는데
결락님의 경우처럼 넘치는 사회성으로 인해 올 수도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
친구를 좋아하시고 주변 사람들과 풍성한 모임을 즐기시니
우리 나이대에서 심심찮게 느끼는 일종의 사회적 고립감과는 거리가 먼 삶이신 것 같아요.
의사의 조언 잘 따르시고 치료 잘 받으셔서 얼른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뛰어난 필력으로 쓰신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
달항아리님이 올리시는 간지나는 글들 잘읽고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건필 하시구요~^
원형 탈모는 관리 하시고 다스리시면 알게 모르게 치료가 되더이다 너무 걱정 마세요
노시는 법을 제대로 실천하시고
과 하게 마무리 지으며 사셨네요 ㅎ~ 이렇게 일목요연? 하게 적으시니 자신을 성찰하신다는 점도 엿보이니 아마 곧 바른 생활로 돌아가게 될 듯합니다
자신을 제대로 보는 사람은 항상 정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즐겁게 사세요~
꾹꾹~눌러 써주신 댓글~
어떤분 말마따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운선님의 뜻을 받들어 진실된 자기성찰로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며 정진하여 훌륭하고 꼿꼿한 늙은이로 거듭나겠습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