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위로가 된 작품이다. 먼저 비행기 안에서 접하고 난 뒤 결국 다시 보았는데,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이렇게 아름답고도 슬프면서 동시에 뭉클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자꾸만 희미해지는 생에의 의지, 그 절망의 순간을 떠올리면 전율에 휩싸일 만하다. 점점 배가 가라앉는 상황을 모면하자, 곧이어 고독, 불안, 갈증, 허기에 시달리게 되고, 마침내 절망의 문턱에 다다른 기나긴 41일 동안의 표류. 그럼에도 구멍 난 부분을 수리하고, 고인 물을 빼내고, 돛을 세우고, 방향을 잡아 나가면서 하나씩 엉킨 실타래를 푼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롯이 혼자의 힘만으로 헤쳐나간다. 만일 내가 망망대해에 혼자 내버려졌다면……. 가히 상상조차 하기가 두렵다. 그런데 이 엄청나고 기적 같은 일이 실화란 사실도 놀랍지만, 그 한가운데 24살의 여자가 있다는 사실. 그가 보여준, 기필코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마침내 죽음의 공포를 이겼다는 생각에 미치자,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1983년. 샌디에고 출신의 태미 (쉐일린 우들리)는 제 길을 못 찾고 방황하다가 타히티에 도착한다. 서핑을 하고 타히티의 산과 계곡을 즐기지만, 아무런 기약도 없이 타히티에서 무미한 생활을 보낸다. 어디서든 살아갈 방도는 생기게 마련인가 보다. 우연히 리차드 (샘 클라플린)를 만나고, 서로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 세계일주 항해를 꿈꾼다.
단순히 재해를 이겨낸 영웅담에만 그쳤다면 평범한 작품에 머물렀을 것이다. 물론 41일만에 구조되는 순간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져 올 만큼 바다에서의 사투를 현실감 있게 묘사한 연출력도 뛰어났다. 타히티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내려고 애쓴 흔적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위기를 벗어나는 극적인 순간마다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곤 했지만, 이 작품은 한 가지 더 숨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태미는 과연 타히티에서 무엇을 찾으려 했을까? 높은 언덕에서 아무런 두려움 없이 물에 뛰어들 만큼 도전적인 태미는 끊임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하필이면 고갱이 머물렀던 타히티가 배경인 이유도 자연스레 태미의 상황과 겹친다.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에 진지했기에 리차드를 만날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비록 얄궂은 운명은 둘을 떼어놓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소중한 만남인 이유는 명쾌하다. 비로소 태미는 제 길을 찾은 듯해서다. 그 절망의 공포를 겪었는데도 지금까지 배타는 것을 멈춘 적이 없다는 태미. 이제 예순에 가까운 나이건만, 태미는 여전히 수평선을 만나러 간다.
바다는 한 순간에 모두를 빼앗아가지만, 너무도 많은 선물로 손짓하고 있다. 바다는 태미에게 살아가는 이유다. 타이티에 입국할 때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머뭇거렸던 태미지만, 이제 태미는 떳떳이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바다를 품고 사는 세일러, 라고.
톰 웨이츠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깊다. 리차드가 “Hope I don’t fall in love with you”를 부르며 태미와 서로 속 깊은 마음을 나누고 결혼을 약속한 이유도 있지만, 태미가 표류 중일 때 부른 유일한 노래도 바로 톰 웨이츠의 음악이다. 리차드와 만나서 죽음의 문턱에까지 왔지만, 태미는 그 만남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난 (우리의 만남을)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거야.” 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일까? 이 장면이 두 번이나 거푸 나왔던 이유가.
이 영화를 본 후 결코 잊을 수 없는 두 이름이 있다. 바로 태미를 분하며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쉐일린 우들리와 많은 이야기를 예비하며 오래 감동에 젖게 한 발타자르 코루마쿠르이다. R/T: 97
첫댓글 이 이야기가 실화였다는게.....역시 진짜 삶이라는 드라마가 가장 감동적이구나 싶더라구요~~
호주에 선원 다섯 명이 몇 달 표류하고 돌아온 영화를 봤는데 실화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