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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은 초점없는
휑한 눈으로 차창밖을 응시한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아내와 막내처제는 얕은 한숨을 내쉰다.
해마다 찾는 섬진강을
올해는 좀 이른 시기에 찾았다.
작년 5월1일날 이곳을 찾았었는데...
그 사이에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작년 5월초에
우리부부랑 지리산에 올랐던 장모님은
그후 2주가 지난후에 뇌출혈로 쓰러져
대수술을 받으셨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우리집에서 몇개월의 요양을 거쳐
이제 혼자 계셔도 좋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장모님의 집인 하동으로 가셨는데...
아내는 안타까워한다.
"그때 혼자 계시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지난 신정때 엄마를 보러
친정에 간 막내처제의 다급한 전화에
아내는 밤새 울어 눈이 부었었다.
"언니... 엄마가 잘 걷지도 못하고...
자꾸 한쪽으로 넘어져.어떡하면 좋아?"
"언니... 엄마가 약도 제대로 안먹고
밥도 제대로 안해 먹은나봐...속상해 죽겠다."
그래서 다시 부산에 모셔와서
일하러 다니는 아내를 대신해서
막내 처제네가 병수발을 하고 있다.
뇌수술을 받아서 그런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장모님은
치매 걸린 것 처럼 자꾸 헛소리를 하여
우리를 당황하고 안타깝게 한다.
우리를 다른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또 어디론가 가야한다며
자꾸 현관문앞을 서성거리기도 한다.
그런 엄마와 매일 매일을 싸우며(?)
힘들게 엄마를 모시는 처제가
항상 안쓰럽고 미안하다.
그래서 막내 처제네와 우리부부
그리고 장모님....
장모님의 기억을 찾아주고 처제를 위로해 주려고
내가 주선한 2박3일의 여행이다.
뭐 여행이래야 그냥 처가집에 가는거다.
남해대교 밑에 있는 마을이다.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 구노량이 처가다.
잠은 처가집에서 자고
장모님께서 피곤해 하시면 집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장모님은
당신이 피곤한지 어디가 아프신지
그 정신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동의 곳곳을 다녔다.
해마다 가는 레파토리 코스지만...
악양의 최참판댁을 거쳐 쌍계사,칠불사를 거쳐
내려오는 길에 화개 장터를 찾았다.
그리고 하동 재첩국과 참계탕을 먹고
오는길에 장모님의 친정인 금호에도 들렀다.
반갑게 맞아 주는 당신의 동생(처 외삼촌)을
처음에는 알아 보더니...
이내 다른사람으로 착각한다.
친정에 모셔가면 좀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김용택(金龍澤)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 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섬진강 발치에 서서
어머니의 발등 쓸어보지도 못하고
어머니의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어머니의 얼굴 보지 못하고.
어머니의 품처럼 부드럽다는
그 강에서....
빗물이 다독이던
산고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막바지 겨울을
지리산 다독이던
겨울 장작개비인 나를
흐르지 않는 듯 흐르는
강은
그의 가슴에도 닿지 못하고 선 나를
보듬어 준다.
빗물에 녹아
그 강에 스며드는
그 모든 것
다 안고 흐르다
출렁거림 없는
그 품에 다 안고 흐르다
그의 발치에 선
내 가슴에
후두둑 빗물을 떨군다.
바람따라 구름은 흐르고
앙상하게 잎을 떨군 나무는
얼키고 설킨 인간사를 말한다.
부딪히면 옆으로 비켜서고
아래로
위로
마음대로 뻗치는 가지를
묵묵히 선 겨울나무는
부둥켜 안기도하고
가지
하나
툭
잘라내기도 한다.
작년 봄,
소리없이 흐르던 섬진강을 닮았다.
섬진강
길이 212.3 km. 유역면적 4,896.5 km2.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인 팔공산(八公山)에서 발원하여
진안군 백운면(白雲面)과 마령면(馬靈面) 등에 충적지를 만들고,
임실군 운암면(雲岩面)에서 갈담저수지로 흘러든다.
곡성읍 북쪽에서 남원시를 지나 흘러드는 요천과 합류한 후
남동으로 흐르다가 압록 근처에서 보성강과 합류한다.
그 이후 지리산 남부의 협곡을 지나
경남.전남의 도계(道界)를 이루면서 광양만(光陽灣)으로 흘러들어간다.
대체로 강너비가 좁고 강바닥의 암반이 많이 노출되어 있어
항해하는 데는 불편하다.
길이 225㎞, 유역면적 4,896㎢.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1,151m)의
북쪽 1,080m 지점 서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흐르다가
정읍시와 임실군의 경계에 이르러 갈담저수지(일명 옥정호)를 이룬다.
순창군·곡성군·구례군을 남동쪽으로 흐르며
하동군 금성면과 광양시 진월면 경계에서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이 강의 상류에서 갈담저수지까지를 오원천(烏院川),
곡성군 고달면과 오곡면 부근을 순자강(?子江)이라 부른다.
주요지류로는 정읍시 산내면에서 합류되는 추령천을 비롯해
일중천(임실군 덕치면)·오수천(순창군 적성면)·심초천(순창군 적성면)·
경천(순창군 유등면과 풍산면 경계)·옥과천(곡성군 옥과면)·요천(남원시 송동면)·
수지천(남원시 송동면)·보성강(곡성군 죽곡면과 구례군 구례읍 경계)·
황전천(구례군 문척면)·서시천(구례군 구례읍과 마산면 경계)·가리내(구례군 간전면)·
화개천(하동군 화개면)·횡천강(하동군 하동읍) 등이 있다.
본래 이 강의 이름은 모래가 고와 두치강(豆恥江:또는 豆直江)·모래가람·모래내·
다사강(多沙江)·대사강(帶沙江)·사천(沙川)·기문하 등으로 불렸으며,
고려시대 1385년(우왕 11)경 섬진강 하구에 왜구가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고 하는 전설이 있어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했다고 한다.
1918년에 발간된 〈조선지지〉 자료에 의하면
하구에서 약 38.7㎞에 이르는 구례군 토지면까지
주운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이용되지 않고 있다.
이 강의 상류인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에
한국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1965년 12월에 완공되어
섬진강 중류·하류의 홍수피해를 방지하게 되었다.
1945년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에 섬진강수력발전소 제1호기를 준공,
갈담저수지의 물을 6㎞의 수로를 통해 유역변경하여
낙차를 이용해 발전을 한 다음 동진강에 방류함으로써
동진강 하류지역과 계화도 간척지역의 농업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섬진강댐의 건설로 정읍시·임실군의 5개면 28개리가 수몰되었으며,
주민의 대부분은 계화도간척지로 이주했다.
이 강의 유역 내에는 840년에 창건된 신라의 고찰 쌍계사를 비롯해
화엄사·천은사·연곡사·칠불암·불일암·태안사·도림사·만복사 등의 사찰과,
남원 광한루와 양진정, 하동 악양정, 구례 7의사묘,
고성 풍계서원 및 고소성·주성성터·교룡산성 등의 유적이 남아 있으며,
지리산국립공원·마이산도립공원이 위치한다.
갈대들의 향연은 이곳에서도 계속되고...
너무 고운 물빛과 마른갈대를 보며...
푸르른 섬진강물과 금빛 갈대...
꼬불 꼬불... 누구의 작품일까?
밑에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섬진강 1
-김용택(金龍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 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 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 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 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 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이제 겨울의 끝자락...
근 1년만에 다시
섬진강을 찾은 마음은 설레임으로 가득했었다.
섬진강을 따라 쌍계사로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보면서
쌍계사 입구 벚나무 터널...
그리고 강 건너 광양 매화마을을 보며
멀지 않은 봄날의 화려한 꽃비를 그리워 한다.
아~ 이곳에서 살고 싶다.
꽃비를 맞으며...
매화향에 듬뿍 취해...
봄은 소리 없이
벌써 이만큼이나 와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듯
잔뜩 부풀어 있는 매화 꽃몽우리...
봄은
꿈틀거리며 살포시 잠에서 깨어 나고...
이제 제법 바다와 가까워 졌나 보다.
강폭은 더욱 더 넓어 졌으며
물빛은 더욱 짙어 졌다.
여느 해보다 따스했던 지난 해 겨울
그리고 봄의 문턱..
따스한 겨울햇살을 따라
금빛 은빛 갈대들의 춤사위
강위에 부서지는 겨울햇살...
화려한 물빛을 보며 섬진강변을 걸었던 많은 시간들...
섬진강이 내게
행복했던 순간 순간들은 오랫동안
나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