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 (25회)
- 화이트헤드의 과정(過程, process) -
1. 모든 사물은 흐른다
“‘모든 사물은 흐른다’(all thing flow)는 것은, 체계화되지 못한 채 가까스로 분석된 인간의 직관이 낳은 최초의 막연한 일반화이다.”[과실 382]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을 화이트헤드는 궁극적 일반화로 높이 평가하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화이트헤드는 ‘흐른다’고 했을 때의 ‘흐름’을 과정(過程, process)이라는 유동성으로 해석을 한다. 그리고 유동성을 합생과정(合生過程, concrescence)과 이행과정(移行過程, transition)으로 분류한다. 그는 어떤 종류의 ‘사물’이 흐르는가를 묻고, 그 사물에 해당하는 것을 현실적 존재자(現實的 存在者, actual entity) 또는 현실적 계기(現實的 契機, actual occasion)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모든’에 의문을 품는다. ‘세상에 흐르지 않는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흐르지 않는 사물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화이트헤드는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을 “체계화되지 못한 채”와 “막연한 일반화”라는 용어를 쓰면서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화이트헤드는 그 흐르지 않는 사물은 ‘영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이 영속성은 유동성과 정반대의 관념[觀念, Idea]으로 견고한 지구, 산, 돌, 이집트의 피라밋, 인간의 정신, 신 등을 예로 들고 있다.
2. 영속성을 나타내는 관념들
영속성을 나타내는 이 관념은 고대시대 플라톤의 이데아(Idea)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形相, eidos)과 실체(實體, substance)이다. 근대 데카르트의 실체이며, 로크의 관념이다. 현대 화이트헤드의 영원한 대상(永遠的 對象, eternal objects)이며, 한정형식(限定形式, forms of definiteness)이다.
3. 유동성과 영속성
유동성과 영속성은 근원적인 존재의 두 가지 성질을 나타내기 때문에 형이상학에 있어서 핵심적인 용어이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면서 잘 결합되어 있는 찬송가를 화이트헤드는 제시하고 있다.
“[주여] 나와 함께 하소서, 때 저물어 날 이미 어두우니.
Abide with me, Fast falls the eventide.
여기서 첫째 줄은 <함께하다>, <나>, 그리고 호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존재자>[신] 등, 영속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있으며, 두 번째 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유동의 한복판에다 이 영속하는 것들을 갖다 놓고 있다. 여기에 마침내 형이상학의 완전한 문제가 정식화(定式化)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첫째 줄에서 출발한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실체>의 형이상학을 제공해 왔으며, 둘째 줄에서 출발한 철학자들은 <유동>의 형이상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사실상 이 두 줄은 이처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 두 줄 사이에서 요동하는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이, 대다수 철학자들의 특징이 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서양철학은 유동성과 영속성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였으나 유동성보다 부동(不動)인 영속성을 우위에 두는 실체철학이 주류(主流)를 이루었다. 이에 비해 동양철학은 유동(流動)의 성질인 유동성(流動性)을 우위에 두게 되는 유기체철학이 주류를 이루었다. 서양에서도 유동성을 우위에 두는 철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에는 헤라클레이토스가 있으며, 현대에는 베르그송, 헤겔, 화이트헤드가 있다.
화이트헤드는 서양철학의 난점이 존재에 있어서 부동성을 우위에 둔 것에서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것을 그는 ‘잘못 놓인 구체성(具體性)의 오류(誤謬)(fallacy of misplaced concreteness)’라고 말한다. 이것은 가장 구체적 존재는 유동성을 지니고 있는 사물인데, 추상적인 것에 불과한 관념을 가장 구체적인 존재로 오해하고 있음에 대한 지적이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 587회(2024.10.22)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26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 ▪ 588회(2024.10.29) : 오리엔탈리즘과 리얼리티, 최금희(KBS 아침마당, MBC TV 특강 SBS 화통토크쇼 출연 인문학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