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특별방역기간이 시작된 지난 1일 이후 공·항만의 검역과 축산농가 방역활 동이 분주하다. 국경검역을 맡고 있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검역인력을 증원했 고, 축산농가들도 일제 소독의 날을 맞아 방역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9일 이 들을 찾아봤다.
축산물 반입으로 적발된 외국인. 적발된 경우 관련물품의 압수는 물론 과태료를 내야 한다.
구제역 위험국 21개 항공 노선 집중 관리 곳곳에 홍보물…여행자 휴대품 신고 당부 19마리 탐지견, 미신고 축산물 적발 큰 몫
▲인천공항=오전 10시. 3·4번 출국장 주변에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등지로 나 가는 단체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이들 머리 위로는 ‘축산물 반입금지’ 를 알리는 대형광고가 걸려 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은 하루 평균 3만 3000명. 이를 18명의 검역관이 상대한다. 사실상 매일 비상이나 마찬가지다.
구제역특별방역기간이 시작되면서 인천공항은 CIQ(세관·출입국·검역이 이뤄지 는 곳) 내부 인력을 평시 35명에서 41명으로 증원, 중국·몽골·태국·베트남 등 지의 구제역 위험국 11개국으로 통하는 21개 항공노선을 집중관리하는 한편, 탐 지견 19마리를 이용해 휴대축산물에 대한 검역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만7000건의 휴대축산물 검역실적 중 4472건이 검역탐지견에 의해 적발된 것으로 이들도 톡톡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검역관(?)인 셈이라고. CIQ내 부 검역검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이영철 수검원 계장은 “우선 여행객은 기내방 송을 통해 ‘휴대한 축산물은 동물검역기관에 신고하고 검역을 받아야 한다’는 검역안내영상물을 접하게 되고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를 작성, 휴대축산물을 신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빨간색 발판소독조를 지나게 되 고 출입국관리소, 세관검사대 등에도 휴대축산물 신고와 관련된 홍보물을 접하 게 된다고. 신고를 하지 않고 적발될 경우 물품의 압수는 물론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홍보에도 불구하고 일평균 50건의 물품이 압수되고 있고 지난해 미신고 로 적발, 범칙금을 부과한 것도 모두 23건이나 된다. 또 18명의 검역관이 하루평 균 3만3000명을 상대하다보니 인력부족도 심각하다. “CIQ내에 세관검사장만 49 개가 있는데 주간 8명이 이를 모두 담당해야 한다”면서 “세관의 현장직원이 100명 가량이 되는 것과 비교된다.” 1.3㎞ 가량 펼쳐져 있는 CIQ에서 여행객을 담당하는 강덕호 수검원 여객터미널 실장의 말이다.
모든 수하물 개봉·수입 조사료 현물 검사 언어소통 어려워 압수땐 종종 ‘실랑이’도 검역관 2명 1주일에 6200명 상대 ‘무리’
▲인천항=9일 오전 9시10분 중국 단동을 떠난 배가 인천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300여명의 여행객과 보따리상들이 양손에 꼭 쥔 짐을 엑스레이 검색기에 차례대 로 올려놓는다. 검색기의 1차 검사가 끝난 짐은 세관들이 일일이 내부 검사를 실 시해 이상이 없을 경우 통과하게 된다. 수입 조사료도 질병 유입을 차단하기 위 해 소독작업은 물론 현물검사(분변, 오물, 이물질 등 검사)를 통해 국내 반입 유 무를 결정하고 있다.
김동욱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 검역2과장은 “검역의 일선에 있는 우리는 1년 365일이 특별대책기간”이라고 강조한다. 또 축산물 반입 금지를 알리는 내 용의 포스터, 현수막, 배너, 전단지 등을 인천항 곳곳에 비치해 여행객들을 대상 으로 한 지속적인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김 과장은 “여행객들의 증가로 안내방송, 비디오 홍보, 중국어로 구성된 전단 지 배포 등을 끊임없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축산 물 반입 적발 건수는 총 9건, 조사료 검사 과정 중 불합격 처리된 건수는 총 6건 (12855톤 중 633톤)에 불과했고 적발된 물품은 회송 및 소각처리 됐다. 하지만 현장 검역 과정 중 애로사항도 적지 않아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 다.
일주일에 평균 6200명의 여행객 및 보따리상들이 입국해 두 명의 검역관이 인천 항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또 중국인 여행객들의 증가로 인한 언어소통 의 어려움, 지속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축산물 압수를 이해하지 못한 여행객들 의 항의에서 빚어지는 마찰 등이 검역관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천지원의 한 관계자는 “저녁때 입항하면 9~10시경에 검사가 끝나는 등 업무 가 가중된 상태”라고 하소연한다. 축산물 및 조사료 등의 반입에 의한 질병 발 생시 국내 축산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최전방에서 국경검역을 책임 지고 있는 곳에 대한 정부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구석 구석 축사 소독 ‘꼼꼼히’
▲농가·지자체=9일 전국일제소독의 날을 맞아 축산농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올해로 15년째 양돈장(4000두 규모)을 운영하는 경기도 김포의 이장학 씨도 농 장 소독에 여념이 없다. 매일 돈사 천장부터 구석 깊숙한 곳까지 소독약 살포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 2000년, 2002년 구제역과 콜레라 발생 등 법정 전염병으 로 몸살을 앓아왔기 때문에 사전 차단방역의 필요성을 이씨는 더욱 절실히 느끼 고 있다.
이 씨는 “농장 진입로 생석회 살포 및 매일 돈사 내부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고 말한다. 하지만 이씨는 농가들의 잘못된 습관에 대한 질책을 아끼지 않는다.
“농가들은 보통 외부차량이나 손님들이 출입하면 철저히 소독을 실시하지만 정 작 농장출입이 가장 많은 농장주들은 외부 업무를 마친 후 소독 절차 없이 들어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농장주 및 차량에 대한 소독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이 없으면 농장의 차단방역은 이뤄질 수 없 다”며 “농장주들이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소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각 자치단체도 구제역특별방역기간을 맞아 가축전염병 근절에 열을 올리고 있 다. 2000년 구제역이 발생한 홍성군은 올해 7억5500만원의 방역예산을 책정하고 공동방제단을 운영하는 한편, 방역소독기 등과 함께 농장입구에 소독시설을 갖추 도록 하고 있다. 한발 더 나가 경기도는 ‘축산농가 로드맵’을 제작, 농가 위치 와 주변도로여건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방역에 이용할 방침이다.
◇박재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장
-“여행후 농가 방문 자제를”
“인력이 부족하다고 검역을 소홀히 할 수는 없잖습니까?” 18명의 검역관이 3교 대로 휴일도 없이 일을 한다고 해서 인력문제를 지적했더니 박재현 수검원 인천 지원장이 내놓은 말이다. 인천지원은 인천공항, 인천항, 평택항의 현장 검역업무 와 함께 인천광역시, 경기도 소재 13개 시군의 방역을 담당하고 있다. 인력은 총 78명.
여행객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축산물 압수, 동물 검역 등으로 민원이 발생하기 도 한다. 이에 대해 박 지원장은 “민원인들은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검역업무 는 그것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민원이 발생한다”면서 “하지만 인천지역이 국경 검역의 최전선인 만큼 철저를 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박 지원장은 또 “농업인들의 여행도 늘고 있다”면서 “구제역 등 악성가축전염 병이 발생한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되도록이면 축산농가의 방문을 자제하고 돌아와서도 방역조치를 취한 뒤 가축과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철저한 방 역을 당부했다.
#농림부 대책
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을 맞아 농림부 및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관련기관이 분주한 모습이다. 농림부는 지난달 25일 구제역특별방역대책 추진계획발표에 이 어 7일 박홍수 장관이 직접 인천공항을 방문해 국경검역 업무를 챙기는 등 신경 을 쓰고 있다.
▲국경검역=지난 2000년 구제역 발생의 원인체로 유력시 됐던 수입건초는 분변 물 오염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탐지견이 신규 투입된다. 또 효과적인 소독과 소독 여부 확인이 용이하도록 현행 포르말린 훈증소독 방식을 수출국과 협의해 열처 리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공항만에 발판소독조 401개를 운영하고, 탐지견과 검역관을 확대배치한다. 또 휴 대축산물 반입을 막기 위해 공항만 홍보캠페인을 월 2회이상 실시하고, 검역전용 전광판도 13개에서 16개로 확대한다. 또 수검원 본원은 월 1회 이상 지원의 검역 상황을 점검하고, 세관, 해양경찰서, 공항공단 등과의 지속적인 협조체계를 유지 한다.
▲국내방역=‘전국일제소독의 날’로 지정돼 있는 수요일을 ‘가축질병예찰의 날’로 추가 지정해 질병발생 초기에 발견 및 신고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 다. 이를 위해 예찰요원을 지난해 2348명에서 6403명으로 확충하고 가축질병신고 전화를 상시운영 한다.
농장 축산시설의 소독실태 단속도 강화된다. 단속 대상은 농장, 도축장, 가축시 장, 사료공장, 축분비료공장 등으로 위반업체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고, 위반업체에 과태료 처분을 하지 않는 지자체는 언론 에 공표한다.
방역 우수지자체 특별보상제를 도입하고, 방역담당공무원을 상반기 중으로 232 명, 가축방역요원 30명을 충원하는 한편, 공익수의사제도가 도입될 경우 2006년 부터 연 150명가량의 수의사가 현장에 투입될 계획이다.
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을 맞아 농림부 및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관련기관이 분주한 모습이다. 농림부는 지난달 25일 구제역특별방역대책 추진계획발표에 이 어 7일 박홍수 장관이 직접 인천공항을 방문해 국경검역 업무를 챙기는 등 신경 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