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년도 "일하고 싶지 않다" 〓근로의욕이 왕성해야 할 20~40대 연령층에서도 근로를 포기하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청.장년 조사 대상자 중 20%는 최근 4년간 한번도 구직 시도를 하지 않았다. 획일적 공공근로나 생계비 보조만으로는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영원히 가난하게 살 것" 〓5년 뒤 자신의 모습을 예측해 보라는 질문에 '더욱 빈곤해질 것(43%) ,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질 것(29%) , 현재 모습 그대로일 것(23%) , 노숙자로 전락할 것(2%) ' 순으로 답했다. 자신의 미래를 암울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60세 이상의 경우 열명 중 여덟명이 "영원히 가난하게 살 것" 이라고 응답해 노인층의 소외감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상담.심리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직은 사실상 불가능〓최근 4년 사이 열명 중 여섯명 이상이 실직한 뒤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했다. '5년 전과 비교해 구직 기회가 많아졌느냐' 는 질문에 '더 열악해졌다' 는 대답이 73%에 달했다. 현행 취업 알선.직업훈련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대책 도움 안됐다" 〓 '자활대책이 실제로 도움이 됐는가' 라는 질문에 '큰 도움이 됐다' 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전혀 도움이 안됐다' (68%) , '조금 도움이 됐다' (27%) 고 답했다.
▶구멍 난 가계〓10년 이상 난곡 거주자 1백30가구 중 월 평균 소득 75만원 이하가 80%에 달했다. 열명 중 세명(32%) 이 3백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으며, 75%는 비상금이 한푼도 없다고 답했다.
*** 올해초 두달 난곡 머물며 전문가 동원 면접·家系조사
취재팀은 지난 1월 말~4월 초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난곡 지역에 머물며 네 가지 방향에서 조사를 했다.
우선 그곳의 저소득층 2백명을 상대로 빈곤도.소비수준.가족관계 등을 면접조사했다. 또 신림동.봉천동 주민 중 3대가 모여 사는 20가구의 가계를 추적하고 복지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끝으로 구청.동사무소의 주민 자료를 분석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취재원의 이름은 대부분 익명으로 했다.
난곡은 신림 3, 7, 10, 13동 등지에 걸쳐 있다. '난곡(蘭谷) ' 은 행정구역명이 아니다. 옛날부터 햇볕이 잘 들어 난초가 무성한 데서 비롯된 고유 지명. 1967년 정부의 판자촌 철거 정책 이후 대방동.용산.서울역 등지의 판자촌 주민들이 이주해 와 마을이 형성됐다. 난곡은 오는 6월 재개발된다. 현재 취재진.작가들이 이곳에 머물며 그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