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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은 가고 없어도
/梅谷堂 김 경숙
민둥산의 모습이야 가보지 않았어도
짐작이 가지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밋밋한 산등성이에 억새꽃 황금물결이
바람에 출렁일 것을 생각하니 은하수차
에 오르기도 전 가슴부터 설레였다.
예상 했던대로 산사랑맨님, 묵정님과
의 만남, 오늘도 즐거운 산행길이 기
대가 되었다.
정확하게 11:02, 정선군 남면 증산역앞
대로에 하차하여 다리밑을 통과 10여분
걸어서 증산초교 앞에 도착하였다. 도로
옆엔 '억새풀 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한
다'는 플랭카드가 걸쳐져 있고,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들에선 각종 토산품이며
막걸리등 먹거리를 제공하는 상인들의
축제분위기에 휩쓸리면서, 11:15 억새풀 마을 출입구를 통과 본격적인 억새꽃 테마산
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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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하하대장님의 모습도 보이고, 오늘 산행길 선두는 하하대장님이 맡아주실
것으로 보이고 뒤에는 산사랑맨님이 함께 해주시니 염려 붙잡아 매어두기로 하고서....
억새마을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오르면서 천불사란 조그만 암자를 오른쪽으로 두고서
숲길로 접어들었는데, 산길은 가뭄에 찌들어 온통 흙먼지로 휩싸이고 어느새 여물어
검게 농익은 선밀나물의 열매가 만추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서 길옆엔 때를 잊은
산제비꽃 한포기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러나 결코 초라하지 않은 보라빛 미소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수풀 너머로는 높은 산들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한 정선군 남면
일대의 정갈한 모습이 보이고....
증산초교에서 300m를 올라 민둥산으로 향하는 두갈래길, 민둥산 2,7Km, 민둥산 2,2
Km, 한쪽은 완만한 길 다른 한쪽은 가파른 길, 그러나 은하수 표지는 지름길로 향해
있었기에 지름길로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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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터를 올라 우측으로 발구덕방향 표지석 있는 곳에서 우리는 좌측 민둥산 방향
으로 돌아서고 보니, 에구머니나 계단길이었네나. 500미터 단축시키겠다고 편한길을
놔두고서리..... 500미터 더 걸으나 덜 걸으나 오르는 시간은 마찬가지이리라. 싫어하
는 계단식 길이나 이미 선택한 길이니 땀흘릴 각오를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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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낑대고 긴 계단길을 오르고 나니 잠시 땀을 좀 거두어라며 시원한 그늘에 편안한
길도 내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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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희가 그렇게 편안히 민둥산을 오를 수 있으랴 하여 또 다시
나타나는 계단길에 에고 힘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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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계단길을 오르고나니 어디선가 싱그런 솔잎의 향기가 나는 듯 하다 했더니
잣나무숲이로구나. 떨어진 잣송이엔 어느누군가 벌써 알맹이는 쏘옥 쏙 다 빼어먹고
..... 그려그려 다람쥐 너희들이 그랬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을 하고서, 설마하니 사람
들이 빼어먹었을라고? 약한 짐승들을 놔두고서리....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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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을 빠져나가려니 저건 또 뭣이여? 차안에서 산사랑맨님 '오르다 보면 매점도 있
다' 하시더니만, 바로 그 막걸리 매점이로구만. 아이스크림 파는 매점이 있으면 그 놈
이나 입에 물고 민둥산을 올라볼까 하고 가보니 그런 것은 없고 오로지 막걸리만....ㅋ
에라 그냥 통과다 통과.....
증산초교에서 1시간 가량 올랐을까 좌측 너머로 멀리 건너편 산들의 부드러운 하늘선
이 그려지는 곳에서 붉게 익은 찔레꽃 열매와 노란들국화의 고운 어우러짐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곳에서.....
이 낯선 곳에 웬 벤치가? 박꽃향기 대청봉산행 이후 무릎이 쿡쿡 쑤시는 것을 감수하
고 민둥산 산행길을 감행하였더니만, 민둥산이 찾아주어 고맙다고 내게 내리는 상?
에라 모르겠다. 잠시 쉬어나 가자 하고 아예 긴자리 펴려 하였더니만....
2분도 채 안되어 뒤를 쫓던 오빠벌의 남정네 두분이 방뺄 생각 없느냐 하신다~
'내 팔자에도 없는 산행길에 왠 긴자리는.....? '
'그러시오. 그대들은 나보다 더 늙어 보이시니 내 기꺼이 방을 빼어주리다.' 생각을
하고서 얼른 일어서려는데 이 남정네들 보소. 다시 방 안빼도 된다 하시네. '아 됐습
니다. 잠시 쉬어서 오십시오.'하고 양보를 하고 방을 빼주니 영 서운해 하는 눈치시
니 영문을 모르겠네~ 아마도 그냥 그대로 젊은(?) 여인네들 곁에 앉아 보고 싶었던
게여~~(웃음)
다시 이어지는 계단길, 한참을 오르다 270도 방향으로 돌려 다시 계속되는 계단길
에서 막걸리 매점에서 부터 합류 하게된 아만다김 여사님과 묵정님이 나란히, 그 모
습이 마치 자매 같기도 하고 다정한 친구 같기도 해서 그러나 박꽃향기는 두 분
사이를 방해 하고 싶지 않아 그 뒤를 서서히 오르다 보니 계단끝에 뻐끔하니 새파란
하늘이 열리면서 마치 동화속에나 있을 듯한 커다란 목장길 같은 민둥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려도 아니 오시던 산사랑맨님이 멋진 곳에 오르고 보니 어디서 나타났는
지 예쁜 여인들과 불쑥 나타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에이 밉다 미워~ 박꽃향기 혼
자 쓸쓸하게 이곳까지 오르게 해놓고서리.....그래도 민둥산 산행 기념사진은 한 장
박아둬야 하겠기에.....ㅎ
숲에서 빠져나와 햇살 바른 곳에 이르니 야생화가 한창이로구나. 씀바귀꽃(민둥산에
있는 이 꽃은 고들빼기라고도 하는 왕씀바귀꽃임)도 보이고 당귀꽃도 무성지고.....
본격적으로 억새풀 춤을 추며 옛추억을 불러들이는 그 곳에서 산아래 동네를 향하여
셔터를 눌러대었다.
당귀의 효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국화과의 다년생 풀인 씀바귀의 이름은 하
도 많아 민간에서는 쓴귀물, 싸랑부리, 쓴나물, 싸랭이, 사태월싹, 유동(遊冬), 고채(苦
菜) 등으로 부른다. 흔히 씀바귀의 강한 쓴맛 때문에 고채(苦菜)라고 많이 불리는데 밭
이나 들판 논두렁에서 야생하며 겨울에도 죽지 않은다고 하여 유동(遊冬)이라고도 불
리운다.
원광대 인체과학연구소 정동명 교수(생체공학)팀은 “야산이나 논두렁에 흔한 씀바귀가
항스트레스, 노화방지, 피로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 등 성인병 예방 성분을 다량 함유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민간에서 ‘쓴나물’,‘싸랭이’,‘싸랑부리’
라고 불리는 씀바귀의 추출물이 토코페롤에 비해 항산화 효과가 14배, 항박테리아 효과
가 5배,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가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씀바귀가 항스트레스, 항암, 항알레르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씀바귀
추출물이 이처럼 높은 효과를 보이는 것은 면역증강, 항암에 뛰어난 ‘알리파틱’과 노화
억제, 항산화 기능을 지닌 ‘시나로사이드’와 같은 성분이 다른 식품에 비해 풍부하기 때
문이라는데, 민둥산에 피어있는 이 꽃은 꽃씀바귀꽃 보다는 색이 좀 여리고 꽃의 크기
도 탐스러운 것이 그렇다고 흰씀바귀꽃은 더욱 아닌 것 같고, 고들빼기라고도 불리우는
왕씀바귀꽃임에 틀림이 없는 듯 하였다.
억새풀 속에 가끔씩 보이는 이 꽃이 왜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이던지, 예전엔 미처 씀바
귀꽃의 진가를 몰랐었다.
씀바귀꽃
가을로 가는 골은 깊습니다.
봄 속에서 만났던
쓰디쓴 입맛이
꿈속에서는 어느덧 단맛으로
그대를 어디에선가
만난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과 내가
민둥산 자락에 나란히
가을길을 걸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억새꽃 날리는 가을 속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울었듯이
그렇게 깊은 추억의 가을골로
울먹이며 당신의 쓴맛에 길들여져
진정한 단맛을 찾아가는
이 시대 릴케가 되어
난 사랑하는 당신의 손을 잡고
이렇게 울먹입니다.(08.10,9)
민둥산 정상으로 오를수록 능선이 온통 억새꽃 춤사위로구나. 한낮의 햇살아래 민둥
산 정상은 은물결에 출렁이고, 서풍에 마지막 가는 통첩(通牒)이 없는 풀꽃 말로(末路)
의 최후 만찬과 같았다. 석양에 우는 민둥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런지. 아마도 황금
물결에 휩싸인 농익은 만추의 빛깔이 아닐런지? 좀 더 이른 때를 놓쳐 잿빛의 한창
물오르는 억새꽃 모습을 보지 못함이 차마 아쉬운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청춘이어라
인생길 무대에
연습은 없다
훈련도 없다
단 한 번 무대에 설 뿐이다.
민둥산 억새풀이 새순을 틔우듯
인생길 파릇한 새싹의 날들
아는 듯 모르게 거쳐온 과정을
우리는 그저 추억의 날로 더듬으며
그 날이 그리워 살 뿐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푸르른 기상이 솟구칠 때도
그것이 마냥 푸르를 것처럼 보였던 때가
지나고 보니
청춘이었어라
지금은 눈물겨운 그리움의 날일 뿐
억새풀 바람에 누워
백발을 불러오는
민둥산 가을정상에 서보고서야
푸르름이 얼마나 그리운 것인지를
아이스께끼 입안 가득 녹아내릴 때서야
청춘이 녹아 눈물에 젖는 시절임을
아, 옛날은 가고 없어도
불타는 황혼길에 추억은 남아
바람결에 스치는 백발이 온 산을
휘젖누나.
청춘이 별거였더냐
시들고 나면 민둥산의 백발도
청춘이었음을 알게될까
그저 인생길이 청춘이었노라
흙으로 돌아가는 날
눈물겨운 이 말 한마디 토해낼 수 있으려나
한 번 밖에 설 수 없는 인생의 무대가
청춘이었노라고(08.10, 09)
사진 몇장 찍으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정상이로구나. 민둥산 꼭대기의 모습이 진풍경
이로다. 아이스께끼에 막걸리에 기념사진에.....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이 때 돈안벌면
언제 또 벌어볼까. 돈 냄새에 노랗게 절은 장삿군들의 호객(呼客)하는 소리가 귀에 따
갑도록 정겹다. 보석바 하나 사서 입에 물어보니 시원하기도 한 것이 옛날 생각이 자
꾸 나는 것을 어쩌랴. 옛날 얼음과자가 아주 귀하던 시절, 학교 밑에서 아이스께기 공
장을 하던 친구도 보고 싶고 내일은 친구한테 전화도 해봐야겠단 생각도 들면서.....
정상에 올랐으니 우선 기념사진부터 몇장 박아둬야 할 것 같기에 복잡한 정상석 옆에
섰다가 기회를 봐서 얼른 두어장 찍어두고, 주변의 풍경들을 몇장 찍어보았다.
정상의 모습은 산행하는 기분이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 가을소풍 나온 분위기였다. 김
밥 안싸온 것이 못내 아쉬운 자리, 옛날 엄마가 싸주시던 김밥 생각이 절실해 지는 시
간이다.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아두었던 치자 물들인 단무지를 꺼내어 쭉쭉 찢어 싸주
시던 꼬돌꼬돌 하게 씹히던 깁밥 생각에 어느덧 배꼽시계가 울기 시작하였다.
1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 점심 싸오라 하시던 산사랑맨님은 어디로 종적을 감춰버리시
고, 엄마가 싸주신 선생님 김밥을 드리기 위해 담임선생님을 찾아다니던 그 기분으로
산사랑맨님을 찾아보았으나 박꽃향기를 피하여 다니시는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았다. 벌써 하산을 하셨는가 하고 산밑을 쳐다보니 저 멀리 두 여인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남정네가 대장님 같기에 묵정님, 아만다김 여사님과 함께 급히 하산길에 들게 되
었다.
갈 때는 가더라도 사진이나 몇장 더 찍어가지고 가자 하고서 서둘러 몇장 더 담아보았
다. 손에는 아이스께끼를 쥔 채로.....ㅎ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산사랑맨님이 오른쪽 위 사진(정상석 옆에서 보석바 들고
찍은 사진) 박꽃향기 뒤쪽의 휴게소 끄트머리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모습이 카메라
에 찍혀버렸어라. 이쁜 두 여인과 함께.....(웃음)
그런줄도 모르고 세 여인은 산사랑맨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겠다고 산 아래로 들고
달렸으니....ㅋㅋ
하산을 하다가 그래도 저 아까운 모습들을 다시 한 번 담아가야 할 것 같아서 뒤돌아
서서 사진 몇장 더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등산길에 보았던 억새꽃의 물결은 은빛이었는데 반대쪽에서 올려다 보는 민둥산 정
상쪽 억새꽃의 물결은 잿빛이었다. 햇빛을 등에 두고 보았을 때와 햇빛을 안고 보았
을 때의 억새꽃 색채가 다른 빛을 띄고 있음을, 저녁 노을빛에 물든 억새꽃의 빛깔은
아마도 황금빛이 틀림 없으리라.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서도 그 빛깔을 달리 할 것
이고......
정상에서 증산초교까지가 3.2Km였으며 하산길이 10Km라 했던가. 갈길은 멀고 시간
은 자꾸 흐르고 점심도 먹어야 하겠고.....
세 여인 하산길에 나무숲 여기저기 흩어져서 점심식사를 하는 산님들을 기웃거리며
산사랑맨님의 모습을 계속 찾아가고 있었다.
40여분을 내려와도 산사랑맨님은 아무곳에도 없었다. 점심을 굶고 내려갈 양반은 못
되시는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우리끼리라도 점심을 먹고 가자 하고서 편안한 자리
를 잡고 앉아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니, 이게 웬 일인가. 우리가 가장 후미인줄 알았
더니만 선두였는가 보다. 어디서 나타나는가 줄줄이 은하수님들 뒤를 쫓아 내려오고
있네나. 모두 어디에선가 점심식사들을 즐기고 있었던듯.....(미소)
배도 채웠겠다 세 여인 억지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잣나무숲을 지나면서 훅훅 끼쳐오는 잣솔향기에 행복바이러스가 춤을 추며 뇌세포를
자극하여왔다. 살다보니 이런 산행길도 다 걸어본다면서 세 여인 복에 겨워 미소짓는
다.
한참을 내려오다 갈림길에서 좌측방향 화암약수 쪽으로 향하는 계단길을 선택, 긴 나무
계단길을 내려와 포근포근 하고 편안한 억새밭을 지났다.
나무계단길을 내려오면서 부터는 민둥산 정상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고 억새숲이 끝나
는 조그만 언덕길을 넘어서고 보니 웬 쑥대밭이.....? 지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밟아대었
으면 그야말로 쑥대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는지. 누군가 묵은 쑥대밭에서 해먹던
사업방법을 이곳에서도 써먹었는가, 지게를 짊어지고 씨름들을 하였던가 그 일대가 온
통 쑥대밭으로 뭉개져 있고 그 곳엔 지게 하나가 달랑 버팅기며 주인 행세를 하고 있네
나.
그렇찮아도 하산길 심심하던 차에 지게 한 번 짊어져 보고 가야겠단 심산으로.....ㅎ
뺑쑥을 보니 그걸 베어다 말려서 장작 피울 때 불쏘시개로 쓰던 생각도 나고, 그러다보
니 쑥대 불붙을 적에 나던 그 쑥향이 그리워진다. 지게를 짊어지고 나니 아버지 나무지
게에 실려 오던 늦가을 고려산의 머루 다래도 먹고 싶어지고.....
온통 민둥산엔 옛생각을 불러오는 것들 투성이로구나. 아~ 그랬었지. 지금쯤 붉어지고
있는 친구집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다 침을 담궈 먹던 생각도 나고, 금숙이는 지금쯤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옛날은 가고 없어도 민둥산 산행길엔 그리움만 남아 있었다.
민둥산 정상에서 1Km쯤 되는 곳에 이르니 낙엽송이 쭉쭉 뻗어 보기만 하여도 가슴속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숲속길이 나타났다. 세 여인 그렇잖아도 복에 겨워 미칠 지경인데
이것이 웬 떡인가 해져 입들이 헤벌레 해졌다. 평탄한 분위기의 하산길, 남은 인생길도
이처럼 평온하였으면 해지면서, 박꽃향기 무릎 아픈 것도 잊은 채 슬슬 장난끼가 동하여
왔다.
'부산 대구 경주 찍고~ 민둥산 찍고~ 재악산 찍고~ 찍고찍고~~ 돌고 돌아서 아리랑
고개, 고개로 넘어 간다~~~ 얼싸~~좋구나~~~'
웃노라 사진 찍어대느라 묵정님은 바쁘고~ 바쁘고~~
세 여자 마냥 흥이나 있었다. 언제 이런 행복한 산행 또 없을 것이냐고.....?
푸르름이 지지 않은 낙엽송 숲속길엔 삼림이 방출해 내는 피톤치드[phytoncide]의 살균
효과와 녹색으로 인한 정신적 해방 효과 까지 나타나면서 그야말로 박꽃향기의 정신상태
는 자연속에 완전히 동화[同化]되어 버린 듯 하였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숲속길, 그러나 오른쪽으로는 차가 다닐 수 있는 폭의 도로가 나란히 이어지고,
민둥산 정상으로부터 1.2Km지점에 이르러 벤치가 놓인 휴식공간이 있었으나 그냥 지나
쳐 가기로 한다. 목장길 같이 아름답게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서 하염없는 행군이 계속 이
어져 갔다.
화암약수 7.1Km인 곳에서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숲속길을 따라 내려오다 쑥대밭을 지나고
긴 나무계단길을 밟고 내려서니 임도와 만나는 곳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고 옆에는 휴식공
간까지 주어져 있었다. 두 여인 화장실 들어간 사이 박꽃향기는 잠시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
면서.....
우리가 걷고 있는 산행길은 지억산 가지 능선길, 이 곳에서 화암약수까지는 3.7Km이다.
구슬동으로 향하는 길과 화암약수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숲속길로 접어들었다.
수풀속으로 들어서고 보니 돌리네라고 하는 특이한 침식지형을 접하는 곳에 안내표지판
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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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능선은 민둥산에서 지억산을 지나 화암약수 위 구슬동까지 거의 직선으로 북쪽을 향
해 뻗어 있었다. 주능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지억산을 두고 그대로 지나쳐서 동쪽의 넓은
초지를 통과, 화암약수로 향하는 넓은 길을 따라 계속 걸어내려갔다.
평탄한 능선길이 끝나고 산길은 오른쪽으로 내려서면서 고도를 급격히 낮추었다. 그렇게
10여분 걸은 후 동면의 윗제동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는
도로를 따라 내려서면 화암약수 방면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까실쑥부쟁이가 하얗게 핀 내리막길을 따라 긴 나무계단길을 내려서서 낙엽송이 울창한
숲속길을 내려오다 보니 매표소와 화암약수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달, 앞서 내려가던
산님들 어디로 향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기에 우리는 화암약수방향으로 향하였다.
삼거리를 떠나기 전에 사진 몇장 담아봤다.
숲속길을 빠져나와 임도와 만나는 곳에서 일행들과 합류, 화암약수 3Km 지점에서 세멘트
로 포장된 넓은 도로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얼마를 지나왔을까 뒤를 쫓던 일행들이
부르기에 돌아보니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이야기다. 지나온 곳에 좌측으로 향하는 지름길
이 있었는가 보다. 어차피 지나온 길이니 세 여인 그대로 돌아 내려가기로 하고 계속 넓은
길을 따라 걸어내려 갔다. 젤존하나님도 이곳에서 함께 하기로 하고서.....
갈림길에서 500미터는 더 내려온 듯 하다. 한참을 걷다보니 지름길 방향으로 심하게 꺾이어
좌측으로 돌아내려가기에 안심을 하고서 계속 걸어내려갔다. 시간은 걸리었어도 돌아오기
를 잘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전형적인 조용한 산골마을의 숲
속길, 한쪽으로는 단풍이 한창 들어가고 있었으며 도로변에는 이미 낙엽이 져서 도로를 덮
어 만추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갖가지 붉게 익어가는 열매들과 들국화의 만발한 모습들에서 어느덧 깊숙히 가을의 늪에
들어와 선듯한 분위기에 몰입되어 가고 있었다. 30분쯤 돌아 내려왔는가 보다 했더니 갈림
길에서 직선으로 향한 길로 내려오고 있는 우리 일행들과 만나게 되었다.
지름길과 만나면서 가을분위기에 젖게 하던 것들...
드디어 카메라에 잡힌 산사랑맨님, 왜 그렇게 늦었는지는 그 이유를 묻지도 않았지만 박
꽃향기 500미터를 더 돌아 내려와서야 겨우 만나게 되었는데 뭔가 저와 함께 하였던 여
인들에게 크게 당하는 눈치였다.(아닌가? ㅎ)
"그러게 사랑은 고루고루 주셔야 했다고요~ 워낙에 인기가 많다보니...... "
숲속길을 빠져나오니 오른쪽으로 묘자리를 끼고 공사를 하노라 시끄러운 현장을 지나면서
눈앞에 대로가 나타났다. 모퉁이에 있는 화장실을 둘러 오른쪽 방향으로 200미터쯤 내려오
니 불암사가 눈앞에 보였다. 입구에는 공덕비가 하나 세워져 있고.....
민둥산 산행의 진가는 이곳부터 인 것 같다. 민둥산 정상에서야 오로지 억새꽃 하나로
가을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지만 이곳부터는 중추(仲秋)의 가장 화려한 분위기를 자
아내고 있었다.
아만다김 여사님은 지금 남편과 열애중..... 남편 전화를 받더니 얼굴빛이 더욱 화사해
진 모습, 마나님 혼자 산행길 보내놓고 얼마나 마음이 안타까웠으면.....부부간의 사랑
이 한층 돋보여 박꽃향기에게 부러움을 안겨주었던 순간, 두분 그 사랑 영원하시길 바
라면서......(미소)
이곳까지 내려오면서 더더욱 박꽃향기를 반하게 하였던 것이 있었으니.....모두 붉어
지고 누렇게 퇴색되어 가는 중에도 아직 푸르청청한 그 빛깔을 잃지 않고 있는 무엇인
가가 있었으니 바로 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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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뚝을 타고 물 흐르듯 넘쳐나고 있는 푸르름의 정체는 바로 칡넝쿨이었다. 다른 모
든 칡넝쿨이 남의 몸을 의지하고 뻗어가지만 이 곳의 칡넝쿨은 개울뚝을 타고 편안히
뻗어가고 있었다. 그 초록의 빛깔이 얼마나 고와 보이던지, 주위의 모든 것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가는 중에도 아직 청춘의 빛을 잃지 않고 있었기에 그 빛에 반하여 박
꽃향기는 잠시 그 앞에 주저앉아 명상에 잠겨야만 했었다.
4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 풀섶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잠깐 내려오
다 개울 건너 돌지 않는 물레방아를 향하여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서.....
화암약수 몇발짝 남겨두고 대웅산 불엄사 돌간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서... 기울어 가
는 저녁 햇살이 곱기만 하더이다~

4시 정각 화암약수 도착, 물맛이나 좀 보고 지날까 하여 약수터로 들어갔더니 이게 웬
일이여~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네요~ 먼저 내려온 묵정님과 아만다김 여사님 뒤에 서
서 인내심을 발휘하여 한참 만에 얻어 먹을 수 있었던 화암약수, 물맛이 특이하네요.
톡쏘는 탄산수 맛이오나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물이어서 그런가 철분 냄새가 과
히 좋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몸에 좋다 하니 비워진 생수병에 가득 채워가지고.....
은하수차를 겨우 찾아놓고서 박꽃향기는 먹는 것보다 자연속에 있는 것이 더 배가
부르니 남들 식사 하시는 중에도 사진 몇장 더.....ㅎ
증산초교를 들머리로 시작하였던 민둥산 산행길에서 그야말로 중추의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가는 것 같아 오늘 산행이 유달리도 가슴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써내려 오면서 박꽃향기는 지난 날들을 돌이키면서, 그리고 우리 주위에 요
즈음 안좋은 일을 당하신 분들이 생각나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
을 가난 때문에 그리고 아픔 때문에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으로 위안을 드려야 할지,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죄책감에 눈시울만 붉혀야 했
습니다.
이 가을이 왜 이다지도 아름다워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유달리도 뜨겁습니
다. 사랑으로 충만된 이 가을이 우리 은하수님들과 모든 이에게 아픔이 없고 행복으
로 안겨지는 아름다운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들면서, 비록 즐겁고 푸
르렀던 옛날은 흘러가고 없지만 우리들 가슴속엔 늘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움이 남
아 있습니다. 얼마가 될지는 알수 없으나 남은 인생길에 오늘처럼 좋은 추억들 채곡
채곡 쌓아가시면서 늘 건강하고 행복한 삶 사시옵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봅니다.
모두모두 고생들 하셨습니다. 우리들의 젊은 하하대장님, 여인들의 영원한 친구이자
걸사랑이기도 하신 산사랑맨님, 대장님들 덕분에 하루가 든든하였습니다. 그리고 늘
우리들 곁에서 고생하시면서 먹거리를 챙겨오시는 총무님, 오래도록 건강하신 모습
으로 뵙기를 간구합니다. 모든 님들이 건강하신 모습으로 다음 산행길에 다시 만나지
기를 바라면서..... -산행꼴찌 박꽃향기-^*^(08.10,09)
* 사진 - 민둥산 오르는 길(위), 민둥산 정상에서(아래)
흐르는 음악 *Sheila Ryan의 Evenning Bell(상사화/相思花)
첫댓글 전 민둥산을 꽤 여러번 갔었답니다. 그산의 편안함이 좋더이다. 오랜만에 즐기는 편안함, 여유 같은게 느껴지거든요. 숲속의 오솔길을 사랑하는이와 걷고도싶고... 사랑하는이가 생기면 또 가야겠쑤. 그날이 언젠지는 모르지만 ㅎㅎㅎ 제 밥을 준비해 오시고 저를 찾으셨다구요? 그런줄도 모르고 다른 여인네 한테 있었으니... 역시 나는 걸사랑이야 ㅎㅎㅎ 담에는 꼭 박꽃님 곁에만 있을라루.
잘 다녀오셨군요 ㅎㅎㅎ 사진도 잘봤구요(포즈good) 탐방로가 완만한 오솔길이 많은가봐요 대청봉사건 화해 좀 하려나했더니 결국 못하셨군요 어째 산사랑맨님 너무 인기좋아도 문제야요 언제나 박꽃님과사랑맨님과 사진을 함께 바글수있을까?
대청봉에 산사랑맨님과 뭔 일이 있었다요
아무일도 없었는걸요. 그 날 산사랑맨님은 그 산행길 함께 하시지도 않았습니다. 기분이 좀 상할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것쯤 박
향기 눈하나 깜짝 않습니다. 남에게 피해 입히는 일은 안하고 산다 자부를 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산사랑맨님과는 민둥산에서 만나시면 되시겠습니다. 저하고는 차후 기회가 또 오겠지요. 그 때까지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깊은 관심과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늘 건안하시옵소서
인생길 무대에 연습은 없다. 훈련도 없다. 단 한 번 무대에 설 뿐이다 ...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내 인생에 주인공은 오로지 나 하나뿐이고 함께 가는 이들은 모두가 조연... 늘 행복해 하고, 감사해 하는 *꽃향기님의 잘 차려진 듯한 밥상을 맛있게 잘 먹은 듯 하니 이 몸도 행복하여이다 늘 감사하고요 좋은 글 계속 부탁드려도 되는거죠?? 제가 산행하는듯..함께 신이나서 하산 하는듯 하였네요 즐거운 기분으로 오늘도 시작합니다~ 늘 행복하시기를~~
그 기분으로 18일 민둥산 산행 행복한 산행이 되시길 바랄께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만날 날을 고대하면서.....
18일 민둥산 신청해놓고 민둥산유익한정보 너무 고맙게 잘읽었읍니다,좋은하루 마무리하세요
네 그러셨네요. 그러길 바라고 제가 어려운 시간 쪼개어 산행기를 올리고 있습니다만, 마침 그러셨다니 제가 더 보람을 보태어 보네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18일 산행 행복한 산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름다운눈으로 산야를 둘러보면 모든것이 아름다움뿐이겠지요
보는이의 마음의 눈으로 보면 보여지는것은 마음에 담아지는그대로 눈으로 보여지는것
울님은 어찌 모든것이 그리도 이쁘고 아름답게만 보여지는지요

에겨워하는 모습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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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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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민둥산을 지나 정암사에 들러 보시하고 좀 늦은감은 있지만 그래도 야생화의 천국을 꿈꾸며 만항재를 지났는데 모든것이 시들어 없어져 버린것에 대한 슬픔이 먼저 다가와 왠지 쓸쓸하고 가슴한켠이 휭한기분이 들었답니다
고갯마루 넘어드는 시원한 가을바람과 그 바람소리 그리고 그 가을산의 구수한 냄새와 더불어 빨갛고 노랗게 물들고있는 단풍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랬지만 ....
좋은 여행이 되셨군요. 그렇습니다. 낙엽지는 쓸쓸한 이 가을에 서글픔이 앞서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가짐에 따라 세상이
리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요즈음 터득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속이 무거우면 늘 세상은 어둡고 
하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박
향기는 항상 마음을 비울 준비를 하고 있지요. 앞으로 닦아올 그 어려운 시기를 위해서죠. 산행이 그런 인생길에 많은 도움을 주는 듯 하여이다. 어서 아픈 곳 치유하시고 산행길에 함께 하시기를.....이쁜 얼굴 좀 보여주시고요...
이 가을 다가도록 행복한 마음만 드시기를 바래요
온통 향기님의 사랑과 온기로 방안이 꽉찬것 가토요!~~~ 민둥산은 가을에 가봐야 한다던디... 이몸은 설악산과 지방 출장만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이일을 어찌할꼬! ㅋㅋㅋ 그렇지만 박꽃님의 이야기 꽃이 있기에 언제나 아쉬움을 대신해 봅니다! 늘 건강한 산행 되시구요!
언제나 뵐 수 있으련지.....
집을 나서 3년간을 방랑자가 되어도 이토록 깊은 정서 안기 어렵고 산해진미를 풀어 놓아도 이 같은 글맛을 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민둥산의 전경을 맛깔나게 풀어 놓아 주시니 얼른 가서 덮석 물고 싶은 마음 간절해 집니다.가을이어서 민둥산의 묘미가 한층 더한것 같아요 저도 요산요수를 다녀 보지만 감응이 부족하여 속속드리 들여다 보지 못하며 늘 아쉬운 산행으로 갈무리를 하는데 박하향기님의 글을 대하면 마치 같이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보네요 인생엔 연습이 없다는 말씀 깊이 새기며 게으르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겠어요 오랜만에 들어와 인사 여쭙네요^^늘 건안하시길 바래요^
지나가는 글에 어느님의 댓글이
렸을라나 하고 아침 일찍 들리어보곤..... 그토록이나 궁금증을 안게 해주시더니만, 이토록이나 잘계신것 같아 박
향기 기쁨이 앞서가는 것을요. 님때문에 은하수에 글을 넣게 되었고 때론 그 일로 하여 어느 일부인으로부터 아픔이 주어졌으나 오늘같은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글을 넣어왔습니다. 무심하시기도....

많이 바쁘셨던가 보옵니다. 뵐 수는 없었으나 삶의 한켠에서 주어진 생활에 최선을 다하며 보이지 않는 응원을 보내주고 계시는 님들이 계셨기에 결코 이 사람 슬프지도 비굴하지도 않았습니다. 며칠 사이 갈등을 앓아오던 차에 님의 반가운 발걸음 소리에 힘을 실어 봅니다.
산행을 계속하시며 건강하신 모습으로 생활하시고 계신 것 같기에 기쁨이 더한 것을요. 언제쯤엔 다시 소식이 있으려니 하였더니 오늘이 그날이었읍네다
나날이 하루같이 여유로운 삶으로 이어지시기를 기원하면서...... 무척이나 기쁜 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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