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3 도약' 절호의 기회! 7조 쏟아 붓는다
최근 유력 외신들은 한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벗어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외신의 한국 관련 보도가 극단을 오르내리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최근 한국 경제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 경제의 회복세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간조선은 이 중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포스코를 대상으로 특집을 마련했다.
세계가 주목하다
광양에 후판공장, 포항에 신제강공장 신설
오일쇼크·외환위기도 공격 경영으로 돌파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철강업계가 충격적인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으나 포스코는 올해 생존에 급급하는 대신 글로벌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의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지난 2월 27일 열린 취임식에서 “2009년이 포스코의 새로운 도약을 여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번 세계 철강산업 불황을 글로벌 성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제철소 및 철강 공장 신규 건설 외에도 철강 및 원료회사 인수합병, 합작, 지분참여 등 다양한 투자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포스코가 계획 중인 투자액은 국내 6조원, 해외 1조~1조5000억원 등 모두 7조~7조5000억원에 달한다. 세계 유수 철강사들이 감산은 물론 노후설비 교체 등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최소한의 투자 외에는 모두 보류하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이같은 행동은 전세계 철강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1조8000억원을 들여 연간 생산량 20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하나 더 세운다. 2010년 7월 이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의 후판 생산량은 연간 700만t 이상으로 불어나 세계 1위 후판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세계 최고인 국내 조선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포항에도 1조4000억원 정도를 투자해 신제강공장을 신설한다. 신제강공장 건설은 포항제철소 건설 초기 100t 규모 전로가 들어서 있던 1제강공장을 대체할 수 있는 300t 규모의 전로를 갖춘 공장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생산성 향상과 용광로 수리로 내용적이 커져서 생산량이 늘어나는 쇳물에 맞춰 제강설비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마다 꾸준한 투자로 위기를 극복해온 것은 포스코의 전통이자 밑바탕이다.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에는 물론 1980년대 세계 철강산업 위기 때에도 포스코는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2차 오일쇼크로 세계 철강업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광양제철소 건설(1985년 3월 착공)을 과감히 추진해 세계적인 철강업체로 성장했다.
- ▲ 포스코 생산 공정. 100% 무인 자동화 시설이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격 투자의 배경
창사 이래 흑자 행진… 풍부한 실탄이 힘!
비철강도 육성, 2018년 매출 100조 목표
포스코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배경에는 풍부한 실탄이 있다. 포스코는 창사 이래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구촌을 강타한 지난해까지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5월 초 현재 포스코가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 금융상품 등은 4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주력 사업인 철강산업 외에 신규 사업으로 비철강 분야도 육성해 오는 2018년에는 매출 10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른바 ‘포스코 비전 2018’이다. 2018년에는 철강 부문에서 70조원, 비철강 부문에서 3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철강산업은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내수 증가율이 둔화되고 세계 철강산업의 대형화 글로벌화 추세 지속과 함께 중국 등 신흥 철강 국가들의 도전이 거세지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포스코는 향후 철강 부문에서의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질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톱3, 양적인 측면에서는 글로벌 빅3로 도약한다는 전략목표를 수립했다. 기술력과 노하우가 축적된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여 글로벌 톱3를 추구함과 동시에, 해외에서는 전략시장 중심의 글로벌 성장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빅3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글로벌 톱3 도약을 위해 국내생산 전략제품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자동차 강판 생산설비 증설 등 제품 고급화를 위한 설비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빅3 도약을 위해서 중국, 인도 등 전략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해 국내외 전체 생산규모를 5000만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는 철광석 산지인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베트남·멕시코 등에는 최종 제품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즉 ‘쇳물을 만드는 제강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 생산은 시장 근처에서’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 주도하게 됐다. 특히 글로벌 철강 허브인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인도·중국·베트남·멕시코 등을 연계해 글로벌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해외 투자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비철강 부문을 제2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전 계열사와 함께 동반성장하고 연결경영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에너지, E&C(엔지니어링&건설) 등 기존 출자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한편, 신수종사업을 적극 발굴해 2018년 비철강 부문 연결기준 매출액을 30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상업용 발전능력을 증강하고 LNG터미널 운영능력을 제고하는 등 기존 가스 & 전력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발전용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E&C 부문에서는 최근 고성장하고 있는 플랜트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나가며 무선휴대인터넷(와이브로)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IT(정보기술) 부문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불황에 더 빛난다
세계 철강업계 적자 속 1분기 실적 흑자
꾸준한 원가절감… 올해 1조3000억 목표
포스코의 선전(善戰)은 최근 실적에서도 입증된다. 포스코는 최근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4월 10일 포스코는 한국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올해 1분기 매출액 6조4710억원, 영업이익 373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0.7% 감소했다.
포스코가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영업흑자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철강 경기가 극도로 악화돼 유럽·일본 등 세계 유수 철강사들은 영업적자가 예상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철강대국으로 요즘 가장 주목 받는 중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중국철강협회는 중국 철강업계가 지난 1분기 33억위안(약 61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지난 3월 적자 규모만 18억위안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기록했던 470억위안 흑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다.
포스코가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혁신 및 기술개발을 실시해 원가절감 노력을 펼쳐온 것이 불황기에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1분기에 용광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원가를 낮추는 조업 기술을 개발해 4153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또 앞으로도 전사적 원가절감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면서 올해 초 9584억원으로 책정한 원가절감 목표치를 1조2955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준공 및 확장 이후 오랫동안 질적 성장에 주력해왔다. 그 결실이 이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적 가전회사인 일본 소니에 철강 제품을 본격 공급한다. 포스코와 소니는 지난 4월 7일 일본 도쿄 소니 본사에서 LCD TV 부품용 전기아연도금강판을 장기 공급키로 합의했다. 이번 포스코의 소니 공급은 일본 외 철강회사로서는 처음이다.
질적 성장의 결실
소니에 철강재 공급… 해외업체론 최초
깐깐하기로 소문난 도요타자동차에도 납품
소니는 전통적으로 전세계 사업장에 균일한 품질 확보를 위해 신일본제철, JFE 등의 일본 내 철강사로부터만 철강재를 공급받아 왔으나 최근 수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포스코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이번에 공급선을 다변화하게 됐다. 이번에 포스코가 공급하는 전기아연도금강판은 LCD TV 안에 발생하는 자기장을 외부로 방출시켜 오작동을 방지하는 기능을 가진 고급 강재다.
포스코는 지난 2004년 소니의 도금제품 관련 품질인증(SONY Standard)을 정식으로 취득했으며 2008년 초부터 소니의 일본 및 해외 공장에서 본격적인 테스트를 실시해 올해부터 중국·말레이시아·태국·멕시코 등 전세계 소니 공장에 철강재를 공급할 길을 열었다. 포스코는 이번 양산공급을 위해 마케팅, 품질, 조업부서와 함께 특별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했다. 고객사의 요청사항을 실시간으로 수렴, 신속히 개선함으로써 통상 테스트에서 양산공급까지 2년여가 소요되는 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포스코는 올해 소니의 전세계 사업장 전체 사용량의 10% 정도를 공급할 계획이며 2010년 이후 점진적으로 3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고급 철강재 시장을 지향하고 있는 포스코가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 회사에도 철강재를 본격 판매함으로써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지난 1월 깐깐한 품질 관리로 유명한 도요타자동차의 일본 공장에 사상 처음으로 철강제품을 공급하게 됐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도요타자동차의 태국·인도네시아 공장에 자사 제품을 납품해 왔지만 일본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용 강판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타가 채용할 강재는 본체 외부용 강판뿐 아니라 차체 내부에 사용하는 강재도 포함된다. 도요타는 자체 조사에서 포스코 제품의 가격이 일본산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품질면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선점하라
`고부가가치 자동차용 TWIP강 양산 추진
“향후 전망 밝다” 워런 버핏도 높은 점수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기침체에 마냥 수요가 되살아나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향후 수요회복 시기에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수요감소에 의한 감산 시기에 포스코는 자동차용 TWIP(Twinning Induced Plasticity)강 양산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철강제품은 강도가 높으면 가공성이 떨어지는 데 비하여 TWIP강은 초고강도 수준에서 최고 수준의 가공성을 가지는 제품이다.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가공이 어려운 복잡한 형상의 자동차 부품을 이것으로 제조할 수 있어 연비 향상을 위한 차량 경량화는 물론 차량 충돌 시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포스코는 일본·유럽의 주요 완성차 및 부품 업체와 자동차 구조재 용도로 TWIP강 채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차체 내구성 등 각종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제철소생산라인에서의 시험생산을 통하여비용 저감 및품질 고도화 등 상업화를 위한 마무리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TWIP강은 포스코가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의 메이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과 티센크루프도 포스코의 TWIP강과 같은 고연성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의 향후 전망은 밝은 편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포스코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수출확대와 환율하락으로 전분기 대비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유수의 철강사에 비해 안정적인 이익을 시현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게 이유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포스코 매니아로 유명한데 최근 다시 포스코 예찬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5월 3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고 “한국 경제의 전망이 좋다”며 위기극복과 성장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또 “지난해 개인적으로 1개 한국 기업에 추가 투자했으며 몇 개의 한국 업체를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 주식의 추가매입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에는 포스코와 같은 우량한 기업이 많다”면서 “포스코 이외에 추가로 투자할 수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해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용 강판 생산의 의미
고도의 기술 요구하는‘철강의 꽃’
세계적 기업들도 기술 한계로 고전
- ▲ 포스코가 개발 중인 초경량 차체용 철강재.
철강업체가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자동차용 냉연강판은 자동차 부품별 요구특성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강판의 화학성분 및 공정(제강~열연~냉연)별 핵심 요소 기술을 조합하여 만든 제품으로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에서 품질이 가장 엄격한 소위 ‘철강의 꽃’으로 불린다.
자동차용 강판은 일반적으로 자동차생산 과정 및 완성차 수요에 따라 자동차의 각 부위(Part)별로 서로 다른 특성이 요구돼 가공성(성형성·내시효성·형상동결성), 외관품질(무결함·도장성), 방청성, 용접성, 내충격성 등이 별도로 관리돼야 한다.
따라서 전세계에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철강회사는 극소수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동차용 강판은 소재가 가볍고 내식성이 강해야 하며 고가공성과 고장력 등 까다로운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수요는 큰 반면 아무 철강업체나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용 강판 시장은 모든 철강회사가 선점하고 싶어하는 시장이다. 즉 자동차용 강판은 고부가가치 소재로 철강 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용 강판은 고부가가치 제품일 뿐 아니라 판매계약도 장기적으로 이뤄진다. 일반 범용재보다 t당 가격이 20~30% 정도 더 비싼 편이다. 자동차업계의 특성상 한 차종에는 동일한 품질의 소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철강회사는 한번 자동차 회사와 판매계약이 이뤄지면 차종이 단종되기 전까지는 꾸준히 그 자동차용 강판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