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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소설 중 하나로 도스토옙스키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며,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출간한 지 3개월 후에 타계했기 때문에 유작에 해당한다.
본래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3부 대장편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장편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1] 실제로 1부 출간 이후 알렉세이가 주인공인 본편 2부를 쓰려고 했으나 제대로 된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도스토옙스키가 사망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미완성작이 되었다.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2부의 초안 내용은 알렉세이가 혁명 세력에 가담하여 황제를 암살하고 처형당하는 줄거리였다고 한다.[2]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 시골 지주 집안인 카라마조프 가에서 일어난 존속살해 사건이 주된 내용이지만 도스토옙스키답게 카라마조프가의 인간 탐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아버지인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장남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이지만 사실 이 소설의 진짜 주제를 표상하는 것은 차남인 이반과 삼남 알렉세이[7]이다.
이반은 냉철한 지식인으로 철저하게 합리론을 신봉하며 '신神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실존주의적 무신론을 주장한다.
이반은 이 말을 당시 지식인들이 그러했듯이 기존의 구 체제, 구 사상을 극복하자는 의미로서 사용했다.[8] 반대로 신실한 예비 수도자[9]인 알렉세이는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작중에선 그를 성적인 내용만 아니면 어지간한 모욕을 해도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먼저 손을 내미는 인물로 묘사되며, 또한 그만큼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둘의 차이는 다음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알렉세이: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10]
이반: "삶을 그것의 의미보다도 더 많이 사랑해야 된다?"
알렉세이: "반드시 그래, 형 말대로 논리에 앞서, 반드시 논리에 앞서 삶을 사랑해야 하고, 그때야 비로소 나는 삶의 의미도 이해하게 될 거야. 바로 이런 생각이 이미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해. 형의 일도 이제 절반은 다 된 거야. 이반, 성취된 거라고. 살고 싶어 하니까 말이야. 이제 형은 형의 나머지 절반을 두고 노력하면 돼, 그러면 형은 구원받은 거야.[11]난 인간을 믿어. 형을 믿듯이."
그리고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12]가 등장한다.
작중 이반이 알렉세이에게 들려주는 극시 '대심문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종교와 하느님에 대한 관념을 집대성한 걸작이다. 알로샤와 이반이 대화를 나누면서, 마치 오래 전 그리스의 수도자들이 성모신심에 의해 여러 전설과도 같이 내려오는 전승을 모티프 삼아 지은 신학적 이야기를, 자기도 하나 만들어 보았노라면서 이반에게 얘기해 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도스토옙스키는 무신론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대심문관 이야기 자체는 무신론적 관점에서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을 비판하는 이야기이고, 자신은 대심문관의 논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젊은 시절에 과격한 사회주의와 무신론에 투신한 전적이 있던 도스토옙스키는 30살에 기독교적 극우주의자로 전향해서 죽을 때까지 신앙을 가졌으나, 도스토옙스키가 여전히 회의주의를 버리지 못했으며 자신의 그런 태도를 이반 카라마조프를 통해 그려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무신론과 종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내적대립, 그 과정에서 하느님과 종교, 인간의 관계를 다룬 것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일지도 모르겠다.
작중 이반이 조우하게 되는 '악마(사탄)'의 개념도 흥미로운 부분. 중세시대 이래 줄곧 우리에게 선입견으로 박힌 꼬리가 있고, 삼지창을 들었으며, 뿔과 날개가 있는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이 아닌, 말쑥한 사복에 중년이며 예리한 통찰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악마가 등장하게 된다.[14] 읽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 주로 이반을 겁나게 깐다.
중간에 악마가 언급하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에 대한 비유가 대단하다. 소설의 언급에 의하면, 이반은 젊은 시절, 한 사람이 무려 1,000조km를 걷게 되는 가정을 하였다. 그 시간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어서, 손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원소 단위로 분해될 정도로 정말 긴 영겁의 시간이었는데, 그 사람이 끝끝내 그 무한한 시간을 뚫고 1,000조km를 걸은 후에, 단 2초간 진리를 체험하게 된다. 이반은 이 때 설사 그 딱 2초, 진리를 느낄 수 있다면 기꺼이 1,000조km, 아니 그 수제곱 만큼의 거리를 감내할 수 있겠노라 말하는데 상당히 후덜덜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15]
그리고 형 드미트리의 존속살해 건으로, 마지막에서는 그 재판을 다루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 당시 러시아 재판장의 분위기를 잘 살렸을 뿐더러, 치밀한 플롯 전개로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가지고 읽게끔 하는 대목이다. 상당히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마치 현대 재판을 보는 듯 한 묘사는 역시 도스토예프스키다운 필력이 드러나는 대목.[16]
만약 내가 죽지 않는다면 만약 산다면 나의 삶은 끊임 없는 영원처럼 느껴지며 1분이 백년과 같으리라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인생의 단 1초를 소홀히 하지 않을 텐데
만일 누군가 내 앞에서 그리스도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진리를 버리고 그리스도의 편에 서겠다
온 인류를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내 곁의 이웃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괴로움과 번민은 위대한 자각과 심오한 심정의 소유자에겐 언제나 필연적인 것이다
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다
인생이 괴로움이 없다면 무엇으로써 또한 만족을 얻을 것인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의도 한 대로 그들을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고통을 받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불행해 지는 것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발췌 명언-
지옥이 뭐야?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의 수를 세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있는 행복의 수는 세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거짓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이나 주변의 진실을 구별할 수 없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모든 존경심을 잃게됩니다
존경심이 없는 그는 사랑을 그만 둡니다
새로운 한 걸음을 가는 것, 새로운 말을 내뱉는 것,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이 밝아지고 슬픔이 깊어 질수록 하나님이 더 가까워집니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만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존중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인간 존재의 신비는 단지 살아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무언가를 찾는데 있습니다
위대한 지식과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고통과 고민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인간은 수수께끼입니다 그것은 풀어야하고 당신이 그것을 풀기 위해 일생을 보낸다면 당신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나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 그 수수께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악마는 서로 싸우고 있으며, 그 싸움터는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드미트리
도스토예프스키는 선과 악은 너무 밀접하게 얽혀져 있어 어느 한쪽을 다른 쪽과 분리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선이 희생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만으로만 타인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것이 만연한 현대사회
악의 심판에 몰두해 선을 간과하고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누군가 우리 자신을 선 혹은 악으로만 평가한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슬픔 속에서 행복을 찾아라 이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유언이다
조시마 장로가 알료사에게
이 점은 잘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야 그 추악함에 더욱더 달콤한 즐거움이 있거든 모두 추악한 세계를 욕하고 있지만 실은 누구나가 다 그 안에 살고 있지 않느냐 말이다. 다만 딴 놈들은 뒷구멍에서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데 비해 나는 그걸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야
표도르가 알료사에게
못된 사람이 아니라 비뚤어진 사람이겠죠
알료샤가 표도르에게
우리는 같은 계단 위에 서 있는 거예요 단지 내가 가장 아랫계단에 서 있따고 한다면 형님은 더 위에 한 열세 계단 쯤에 서 있는 게 다를 뿐이죠 나는 단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결국은 모두 마찬가지라고 맷 아랫계단에 발을 걸치면 언젠가는 반드시 맨 윗계단까지 올라가게 되고 말 테니까
알료샤가 드미트리에게
당장 행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나 자기가 옳은 길을 걷고 있따는 자각을 가지고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 도록 노력하십시오 중요한 것은 거짓을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거짓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을 범하지 말아야지요 자기가 지금 거짓을 행하고 있지 않은지 한 시간마다, 아니 일분마다 반성해보십시오
조지마 장로가 호흘라코바 부인에게
아름다움이라 또 한 가지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더할 수 없이 고결한 마음과 뛰어난 지성을 가진 인간이 마돈나의 이상을 품고 출발했따가도 나중에 가서는 소돔의 이상으로 끝나 버리고 마는 것이야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게 있지. 그것은 이미 소돔의 마음을 품고 있는 남자가 마음속으로는 마돈나의 이상을 부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순진무구한 개구쟁이 시절처럼 마돈나의 이상에 가슴을 불태우고 있다는 사실이야 아아 인간의 마음은 넓어. 그래서 난 조금 좁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래 이성의 눈으론 더없이 치욕적인 것이 마음의 눈에는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으로 비치거든
소돔에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일까? 믿어도 좋을 거야 대부분의 인간은 바로 소돔에야말로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너는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니? 무서운 것은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무서울뿐만 아니라 신비롭기까지 하다는 사실이야 아름다움 속에서는 악마와 신이 서로 싸우고 있고, 그 싸움터가 바로 인간의 마음속이지
드미트리가 알료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