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as 이브!
힘에 겨웠던 을미년 한해도 어느덧 9.9부 능선 고갯마루에 앉아 있다.
안타까운 일들을 다시 나열하여 마음 헤집을 순 없지만 참으로 표독스러운
한해...
다사다난했던 많은 일들이 그저 타산지석으로 이름하길 소원하며 지는 해를
조심스레 배웅한다.
송년과 함께 신년 설맞이 대규모 판매행사를 조율하기 위하여 품목별
산지직거래 상품을 노크해보지만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소리가 "기후"의 변화이니
중에서도 바다사정이 녹녹치 못하다.
밥상의 영양반찬인 멸치와 김 등 각종 해조류가 계속된 수온상승으로 인하여
품질 뿐만 아니라 생산량 자체가 모자라다하니 대책이 시급하지만
하늘이 내리는 자연의 선물을 어찌할 것인가?
부메랑으로 이름한 우리들의 편리를 양보하며 우리 후세에게 약속하여야 할
건강한 자연을 되물림하는데 "나 하나쯤이야~" 에누리없는 의식전환으로부터
우리는 2016 병신년을 맞이하여야 한다.
피부 와닿는 기후변화가 이러하여 마치 한여름날 낮잠 자고 일어난
몽롱함처럼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활기보다는 눅눅함으로 무거운 대저 공기!
한바탕 눈이라도 넘치면 좋으련만..,
결산관련 자료들을 정비하고 고양시 시설하우스 농장을 방문하였다.
복지재단을 후원하며 장애우들의 자립활동을 돕고 있는 지인과 휴경농지
활용방안을 모색하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간 유통경쟁이 심화되고 설상가상으로 국가간 직구매가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농산물의 터잡기가 초고령화로 변화하고 있는
농촌의 현실처럼 개선이 시급하니
계획생산을 다스리는 중앙부서의 정책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판로에 있어서도
향후 5~10년을 읽는 일대 변혁(變革)의 시간을 준비하여야 한다.
그 중심선으로 기후변화에 의해 다시 쓰여질 산지별 특화상품의 특성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이론과 실제가 균형을 이루도록 농업지식을 강조하였다.
일부이겠지만 수확 전 제주감귤이 나무에서 썩어버린다니 이같은 현상을
감히 뉘가 예상하였을까?
운좋아 잡히는 동해명태 1마리당 현상금 기백만원이 아직 유효하니
땅과 바다에서 나는 우리 자원이 기어이 무가보(無價寶)가 되었다.
상암DMC 한우전문식당 '두레우가'에 도착하였다.
송년에 즈음하여 연일 만석으로 수고하는 지배인님을 비롯한 직원들의 노고가
힘에 부치시나 보다.
격려와 따뜻한 위로조차도 분들의 피로를 덜기엔 모자람이 많아~
31일 제안된 송년회에 넉넉함을 담기로 하고 지인과의 약속장소에 섰다.
이브라 가족들과의 시간을 애써 강조하며 전통차를 우려낸다.
"딸래미! 몇시쯤 집에 오니?"
"교회 끝나고가면 자정쯤 될것 같은데요..."
불광CGV를 찾았다.
'대호'
마침 40여분 뒤 상영되는 타임이라 끄적거림의 여유가 있어 좋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선남선녀들의 아름다움이 함박눈 대신 크리스마스 전야의
눈꽃이니 참으로 곱다.
눈 대신 37년만의 보름달이라는 기상청 예보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떠한가?
청춘들의 사랑이 저리도 고운 것을..,
상영관 입구에 줄들이 늘어선다.
최민식의 굵은 연기력 앞에서 우선 감동하였다.
실물 이상의 그림으로 그려진 CG 기술이 웬만한 허리우드작 못지 않았으나
일제 강점기를 묘사한 영화가 그렇듯
가슴 깊은 곳에서 치솟는 울화의 크기는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런 관객의 마음을 헤아리려 한것인지 대호 앞에서 무너지는 토벌대와
지리산의 영기(靈氣)를 끝내 고수한 작가와 감독의 배려가 자못 시원하였다.
"매우 좋음"이 서운한 조연배우들의 방언과 발음이 안타까웠지만
역시 김상호의 물오른 조연연기는 등장하는 영화마다 주연에 아깝지 않은
안정감을 선물한다.
완득이에서 개걸스런 옆집아저씨로 웃음을 주더니만 적과의 동침에선
가슴 찡한 아픔을 던졌다.
대호에서 그려진 이미지가 주연 최민식의 그것에 뒤지지 않으며 의리를
강조하였다.
여운이었을까?
늦은 시각이지만 서서히 교회오빠들이 좋아질 딸래미가 귀가 전이라...
꼬치 하나에 따끈따끈한 정종 한잔을 넘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