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0 살림교회 주일공동예배(사순절 셋째 주일)
"오, 하나님, 당신은 나의 하나님입니다."
시63:1-8
담임목사님이 지난 목요일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셔서 대신 제가 오늘 말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외에도, 교우들 가운데 코로나에 확진되었던 분들이 이미 여럿 있습니다. 혼돈과 불안 속에 자꾸만 몸을 움츠리게 되는 요즘, 하나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다정한 위로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강한 팔로 붙들어주시는 강건하고 전지전능한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우리를 당신의 따뜻한 품에 안아주시고 돌보아주시는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하시는 아버지이며 어머니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황량하고 메마른 마음에 사랑과 자비의 봄비를 촉촉이 내려주셔서 우리에게 더없는 위로와 평안이 되길 기원합니다.
벌써 사순절 셋째 주로 접어들었습니다. 각자 어떻게 사순시기를 보내고 계신지 무척 궁금합니다.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반갑게 얼싸 안아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과 영혼은 안녕한가요? 정말 잘 지내고 계신가요? 먹고 사는데 바빠서 자기가 누구인지,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잊고 있었다면, 지금 여기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나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며, 딸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
옆에 있는 친구의 따스한 손길은 하나님 어머니의 다정한 손과 바로 접촉되도록 우리를 안내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는 일상생활에 치여 냉랭해진 우리의 마음을 쉬이 녹여줍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함께 모여서 그 온기를 직접 나눌 수 없기에 각자 예배드리는 성소에서 스스로 그 따스함을 떠올리며 느껴보시고 서로를 위해 나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사랑받는 아들이며, 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우리의 따스한 손길이 몸에 닿아 하나님 어머니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접촉될 때, 이 말씀은 당신과 나로서 친밀하게 관계를 맺으시는 하나님 어머니의 사랑의 메시지가 됩니다. “너는 내 아들이며, 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단다.”
사순절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재정향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새롭게, 더 깊이, 더 높이 우리 자신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성자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온전한 사람이 되시어 온전한 하나님에 이르셨듯이, 우리도 먼저 하나님 안에서 온전한 사람이 되도록 아래로 향하는 ‘깊이’의 시간입니다. 사람은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존재의 뿌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사순시기에 우리의 집착과 환영이 만들어낸 자기 자신과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불태우고, 정화시킵니다. 그래야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아들, 딸이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사랑의 음성이 들립니다.
우리의 일상은 영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내면의 단순함, 고요와 평안은 우리가 분주한 일상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 평화롭게 살도록 안내합니다. 반면에, 외부의 시끄러운 소음들은 우리의 마음을 흐트러트리고, 텔레비전과 전광판의 광고는 우리에게 욕구를 성취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바라보고, 온전히 의식하고,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우리가 깨어서 생생하게 살지 못한다면, 세상이 제시하는 가치와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일상은 영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시편 63편 말씀을 보시면, ‘다윗이 유다 광야에 있을 때에 지은 시’라는 표제가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다윗이 광야를 유랑했던 정확한 역사적 상황을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짐작해볼 따름입니다. 다윗이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 왕을 피해 광야로 도망갔던 때인지, 아니면 자신의 왕위를 빼앗으려는 아들 압살롬을 피해 예루살렘에서 광야로 도망쳐야만 했던 때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지 목숨이 위협받고,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버림받은 절망적인 순간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윗은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습니다. “하나님, 주님은 나의 하나님입니다. 내가 주님을 애타게 찾습니다.”
이 구절을 히브리어 성경으로 보면, ‘주님’은 ‘당신’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저 멀리 하늘나라에서 제 3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관조적으로 내려다보는 신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나와 당신, 즉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직접 이야기하는 인격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분으로 인식합니다. 이 구절의 ‘주님’을 2인칭인 ‘당신’으로 바꿔서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하나님, 당신은 나의 하나님입니다. 내가 당신을 애타게 찾습니다. 물기 없는 땅, 메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당신을 찾아 목이 마르고, 이 몸도 당신을 애타게 그리워합니다.”
주님을 당신으로 바꿔 부르니, 다윗의 고백이 이제는 내 안에서 울려나오는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불안하고 절박한 내가 한없이 따뜻하고, 자애로운 하나님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외치는 내면의 선언이 됩니다. 또한, 나의 깊은 절망과 외로움이 마음 깊은 곳에 응어리졌다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정화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오, 하나님, 당신은 나의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을 찾아 헤매던 다윗은 메마른 광야를 지나 결국 성소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그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성소에서 그는 하나님을 뵈었고, 그분의 권능과 영광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외로움과 절망에 빠져있는 자기를 충만하게 채우는 경험을 했습니다. 모두가 자기를 떠날지라도, 오직 하나님만은 자신과 함께 하길 원하신다는 것을 다윗은 가슴 깊이, 절절이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은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어서 우리를 가장 우리 되게 하고, 우리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도록 단단하게 두 발을 떠받치는 토대가 됩니다.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맛본 다윗은 마음에 기쁨이 가득 차서 주님을 찬양합니다. “당신의 한결같은 사랑이 생명보다 더 소중하기에, 내 입술로 당신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 생명 다하도록 당신을 찬양하렵니다.” 이어서 다윗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밤을 새우면서도 주님만을 생각한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 현존 안에서 받은 위로와 확신이 충만한 상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자기를 도우셨기에 이제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즐거이 노래하겠다고 합니다. 다윗의 현실은 여전히 광야에서 도망자 신세이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을 당신의 날개 아래 품어주시고, 오른손으로 꼭 붙잡아 주신다 고백합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실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의식하며 하나님을 경험한 다윗의 고백은 놀랍습니다.
시편 63편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말씀이 되려면, 우리의 삶에 또한 연결되어야 합니다. 성경말씀을 현대의 언어로 쉽게 풀이하고 적용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헨리 나우웬입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마다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현존이 우리에게 위로와 확신이 된다는 것을 깨달으면, 우리 각자의 인생 스토리들은 그것이 상처밖에 남은 것이 없다 할지라도 의미를 갖게 되고 우리를 생생하게 살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오, 하나님, 당신은 나의 하나님입니다.” 이 고백은 아버지이며 어머니이신 하나님의 사랑을 향해 우리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합니다. 이 고백은 방관자로서 삶의 주변부를 배회하던 데에서 발걸음을 돌이켜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게 합니다. 내 삶의 온전한 주인공이 되도록 내면의 중심을 향하여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합니다. 발걸음을 돌이켜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일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평생 동안 계속되어야 하는 우리 일생의 과업입니다. 아버지이며 어머니이신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며, 우리는 끊임없이 주님의 집을 향해 떠나는 가운데 온전해집니다.
세상을 살면서 여러분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그리고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기억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뤄낸 업적과 결과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보이라는 세상의 소리가 너무나 강력합니다. 실제 광야와 다름없는 메마르고 척박한 우리의 일상은 우리의 생각과 시선을 비틀고 왜곡시켜 버립니다.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계신 하나님을 우리는 자꾸만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고 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우리가 있어야 하는 아버지의 집에서 멀어졌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잊지 않도록 계속해서 주님을 찾고,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에게 만족과 안정을 주는 것들과 제자리에 있다는 느낌에 민감해지고, 외로움, 환멸, 가벼운 우울증세 같은 감정을 예민하게 포착하십시오. 깨어서 순간순간을 지켜보십시오. 모든 순간에 하나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오른손으로 우리를 붙잡아 주시고, 하나님 어머니께서 부드럽고 섬세하게 우리의 마음을 만져주시는 것을 보고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영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사순절 셋째 주일 아침입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존귀한 사람인지 끊임없이 말씀해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귀 기울여 듣고, 정성껏 주님의 초대에 응하십시오. 매일 아침, 아버지이며 어머니이신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갖고, 영적 독서를 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 현존 경험은 여러분의 멀어진 발걸음을 돌이켜 아버지의 집으로 향하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마저 버겁게 느껴질 때에는 그저 어머니의 다정하고 따스한 손길을 떠올리면서 여러분의 몸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십시오.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그 손길을 통해 우리 안에 스며들어 잠든 우리의 영혼을 깨울 것입니다. 우리의 하나님은 자비롭고, 자애로우십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존귀한 자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