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쓸개’가 ‘웅담(熊膽)’인데
움직임살이들은 모두가 쓸개를 갖고 있으니
그 자체로야 뭐 할 말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웅담(熊膽)’ 하면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내 고등학교 동기의 얘기인데
이 사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그 아버지가
6백 평 땅에 아담한 2층집을 주었고
그걸 담보로 해서 새끼 여우를 분양받아다 길렀습니다.
새끼 한 마리에 30만원씩인가 20만원씩인가 주고 분양을 받았는데
이게 새끼를 낳으며 불어나 수십 마리가 되었을 때는
여우털 목도리가 바람을 타면서 마리 당 2백만원씩 받고 팔았고
그걸 팔아서는 꽃사슴을 역시 20만원인가 30만원씩 주고 사들였고
그게 새끼 낳고 자랐을 때 녹혈이 유행을 하면서
그것 또한 여우 팔 때 정도의 가격을 받고 팔았습니다.
그 다음에 이 사람이 사들인 것이 곰이었는데
그 곰들이 자랐을 때는 그야말로 집채만 한 곰이 우리에 어슬렁거리는 걸
나도 가서 본 적이 있고
그게 너무 호황이라서 부르는 게 값이었는데
굳이 값을 부를 것도 없이 필요해서 온 사람들이
있는 돈을 내 주면 곰을 마취시켜 쓸개즙을 빼서 먹였다는데
80년대 초중반의 일인데 쓸개 하나에 최고 3천만원까지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여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마 안 되어 그야말로 떼부자가 되어
어디에 땅을 샀느니, 어디에 산을 사들였느니 하는 말이 돌았고
이후 건설업을 한다고 하여 크게 투자했다가 실패를 하여
사업을 하던 다른 고등학교 동기까지 부도를 맞게 하더니
이후 교도소를 몇 번 들락거리다가 이제는 연락마저 끊어진 그런 사람,
참 사람 사는 것 묘하고
돈이 움직이는 것 또한 그만큼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이었는데
그와 함께 떠오르는 게 또 하나 있는데
그건 살아있는 곰을 마취시켜 그 쓸개에 빨대를 꽂아 쓸개즙을 마시면서
생명을 연장시키겠다는 사람들의 처량한 욕망,
자신의 생명을 영위하는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살피지도 않고
그저 생명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인간의 천박한 모습을
그 때 생각하곤 했는데
이후 곰의 쓸개를 팔거나 사 먹는 행위가 끔찍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었고
이제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지만
그 천박한 탐욕만은 그 때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으니
단지 곰의 쓸개를 그렇게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우리의 현실,
한 순간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다른 생명들이 죽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엄연한 생명의 진실,
그러니 단지 생명을 영위해 나가는 것에만 눈길을 줄 일이 아니라
과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불교에서 밥을 먹기 전에
밥 앞에서 다섯 가지를 살핀 다음 먹으라고 하면서 가르친다는
오관게(五觀偈)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웅담(熊膽)’이라는 낱말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깁니다.
날마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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