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젓갈 달이기와 씨앗 말리기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열엿샛날
이제 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짧은 가을은 겨울의 등쌀에 떠밀려 머잖아 사라질
것 같은 요즘이다. 좋은 계절, 가을을 채 느끼기도
전인데 말이다. 가을걷이, 겨울채비를 하느라 무척
바쁘게 지내다보니 어느새 가을은 떠나려고 하고
그다지 반갑지가 않은 겨울은 문턱을 넘어서려고
하는 것 같다. 어쩌겠는가? 자연의 이치인 것을...
"엄니!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것을 왜 전수하셨는지요?
그래도 맛있는 액젓을 먹을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어제 아내가 오후 내내 멸치젓, 갈치속젓을 달이고
내리며 한 말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아내는 해마다
젓갈을 달인 다음 맑은 액젓으로 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작고하신 어머님이 생전에 큰며느리에게 전수
하신 생활의 지혜라고 한다. 어머님께서 한동안은
손수 달이고 내려서 갖다주셨는데 연세가 드시면서
아내에게 방법을 알려주셨단다. 시중에 파는 것을
사먹어도 되겠지만 아내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마다하고 해마다 어머님을 생각하며 젓갈달이기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건 모르지만 어머님은
고향 남해의 바닷가 출신이시라 젓갈은 꼭 달여서
김치를 담그시곤 하셨다. 그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아내도 평상시 먹는 김치 뿐만 아니라 김장 김치를
담글 때는 필히 손수 달이고 내린 두 가지의 액젓과
새우젓을 사용한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던
처제들도 아내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하고 있단다.
젓갈을 달이고 내리는 과정을 지켜봤더니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 도시에서는 냄새 때문에 할 수가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곳 산골은 그런 염려는 없어서
좋다. 달이는 동안 냄새가 많이 나고 맑은 액젓으로
내리는 것은 여간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머님은 천으로 내렸다고 하는데 아내는 더 맑게
내린다며 채망 위에 키친타올을 깔아 달인 젓갈을
액젓으로 내린다. 그러다보니 엄청 더디다. 그래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전수하신 어머님도, 그 전수받은 것을 지금껏 이어
오고 있는 아내도 모두 대단한 정성이라 생각된다.
아내가 젓갈을 달이고 내리는 동안 몇 가지 씨앗을
받았다. 이제 거의 대부분 꽃들은 씨앗이 여물었다.
일부는 이미 바람결에 날려가고 없다. 틈나는대로
조금씩 받아놓긴 했는데 모든 꽃들의 씨앗을 받진
못한다. 그냥 두면 제멋대로 자라는 것이 야생화의
특징이긴 하지만 가능한 군락을 이루게 해보려고
씨앗을 받는 것인데 큰 효과는 없다.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보려고 해마다 씨앗을 받아 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필요한 분들께 나눔도 하려고 한다.
부탁한 분도 계시고 필요할 것 같은 분들께 그다지
많은 양은 아니지만 나눠드리면 번식을 시킬 수가
있으니 서로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은 마음일테니까...
첫댓글 오늘도 겨울 준비에 여념이 없으시군요.
충청도 출신인 저는 젓갈을 별로 안좋아 했는데
아마도 어머님이 전수한 것은 날 것이 아니라서
다려서 보관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추워지고 내년, 아니 겨울을 준비하는 촌부님
늘 건강하시고 하루하루 삶의 현장이야기 감사합니다.
두분 모두 참 살림꾼 이세요
오늘도 행복의 깨소금 달콤하게 볶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