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에서 나타나는 한국인-PPL을 통해 본 한국인의 몰개성화와 획일화
전공이 의상학 인지라 TV나 영화를 보게 되면 주인공들이 입는 옷이나 소품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아침마다 어제 무슨 드라마 봤냐면서 누가 멀 입었더라는 식의 대화는 여자들 사이에 흔히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몇몇은 같은 옷을 사 입고 또 다른 몇몇은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사 입는다.
이렇게 영상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기법이 정교해지면서 영화나 드라마 등에 기업의 상품을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의 의미지를 심는 것을 PPL즉 Product Placement 라 하는데 이는 더 크게 보면 브랜드 이름이 보이는 상품 뿐만 아니라, 협찬업체의 이미지나 명칭, 특정 장소 등을 노출시켜 무의식 중에 관객들에게 홍보하는 일종의 광고마케팅 전략이다. 영화 속에 자사의 제품을 노출시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며, 아울러 호의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PPL의 목적이다. 이러한 대가로 클라이먼트는 영화제작에 소요되는 협찬금이나 협찬상품을 제공하게 된다. TV 프로그램 안에 특정 상품이나 상표, 로고 등을 배치해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기법인 PPL광고는 간접광고의 대표적 유형으로서 원래는 영화 제작과 밀접한 마케팅 기법이다. PPL은 영화 속의 작품배치 즉 광고주가 판매증진이나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협찬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삽입시키고, 그에 대한 대가로 약정된 대금을 영화사에 지불하는 상호 호혜적인 새로운 형태의 광고 커뮤니케이션이다. 할리우드에선 이미 70년대부터 확산된 광고기법으로 영화 속의 주인공이 특정 회사의 콜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식의 간접광고로부터 출발했다.
이처럼 기업이 PPL을 활용하는 이유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자연스럽게 브랜드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 기존의 광고가 가진 가장 큰 약점 중에 하나는 광고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수많은 광고물로 인한 심리적 거부감이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일상적인 제품들은 극의 현실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므로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다.
둘째, 극의 몰입으로 인하여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효과적이다. 영화 만큼 사람을 집중 시키는 매체도 드물다. 실제로 미국 마케팅 학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영화 장면 속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나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된 영화가 개봉된 이후 콜라 소비량이 늘었다고 한다.
셋째, 2차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만이 PPL의 대상소비자가 아니다. 영화가 극장의 간판에서 막을 내린 후에도 비디오, 케이블 TV, 공중파 방송 등의 2, 3차에 걸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청자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PPL의 노출률은 기하 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넷째. 세계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PPL은 효과적일 수 있다. 영화가 성공을 거둘 경우 전세계 3~4억 명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어떤 매체와도 비교가 안될 만큼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영화가 급성장 하면서 해외 시장에 수출되는 사례가 빈번해 지는 만큼 PPL의 효과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러한 PPL의 예로는 몇 달 전에 종영된 SBS ‘파리의 연인을 볼 수 있는데 이 드라마의 주요한 배경은 ‘GD자동차’였다. 남자주인공인 박신양과 이동건이 다니는 이 회사는 마크까지 드라마 제작 지원사인 ‘GM 대우자동차’와 흡사하게 만들어져 거의 매회 노출되었다. 또한 여자주인공인 김정은이 일하는 ''CSV''도 실제로 ‘상암CGV'' 극장 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그 곳에서는 ‘파리의 연인 촬영지’라는 홍보도 따로 하고 있다. 또 다른 제작지원사인 ‘VOV'' 화장품의 경우, 대기업 회장 후계자가 명품이 아닌 중저가 협찬사의 화장품을 선물로 준비하는 에피소드를 삽입해 간접광고 효과를 보았다. 이 외에도 주인공들이 필요이상으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선물로 주고받은 핸드폰의 기능을 이야기하며 핸드폰 카메라의 사진을 찍는 등 협찬사들의 제품이 자주 등장한다.
MSN 메신저 서비스의 경우 방송 다음날 가입자가 많은 수로 증가되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큰 광고효과를 유발했다.
그리고 박신양이 입었던 LG패션의 옷과 김정은이 입었던 폴프랭크 같은 옷들은 방송이 나간 다음날 매출이 몇 배나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프로그램인 MBC ‘황태자의 첫사랑’에서도 마찬가지로 PPL이 많이 노출되었는데 드라마 속 배경이 되는 ‘Club July''라는 리조트는 협찬사인 ‘Club Med''의 삿포르, 발리, 타히티의 해외 리조트의 아름답고 시원한 자연배경을 눈요깃거리로 보여주거나, Club Med의 리조트 자체 공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성유리가 꿈꾸던 직업인 G.O은 Club Med 리조트에서 일하는 사원들의 호칭임에도 젊은이들의 선호하는 일반적인 직업인 것처럼 묘사하는 등 협찬사인 리조트의 광고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특히 ''황태자의 첫사랑'' 의 휴대폰 수출 상담하는 장면에서 성유리가 협찬사 ‘삼성 애니콜’을 연상하게 하는 ‘애니전자’ 휴대폰을 발로 밟으며 튼튼하고 고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삽입됐다.
이 외에도 KBS 주말 연속극 ‘애정의 조건’에서는 ‘도레미피자’를 주인공의 직장으로 설정해 협찬사인 ‘도미노피자’의 유니폼이나 포스터, 배달박스 등을 노출시키고, KBS 일일드라마 ‘금쪽 같은 내새끼’ 에서는 화장품 가게 개업을 설정해 FACE SHOP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등 광고효과를 유발하는 에피소드를 삽입했다.
이처럼 지금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 오락프로그램에까지 PPL이 미치는 효과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나라 뿐 아니라 해외 매체에서도 PPL은 중요한 광고의 효과로 사용되는데 그 예로 BMW는 007 시리즈 ‘GoldenEye’의 ‘Z3 Roadstar’를 홍보하기 위해 화려하게 꾸민 ‘Z3’를 시민 광장, 백화점, 영화관 등에 전시하였으며 길거리에서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전국 로드쇼를 통해 거리 시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더불어, PPL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PPL 전담 사업 팀을 조직하여 영화 기획 단계 이전부터 꾸준히 신제품 ‘Z3’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해외에서 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PPL의 파급효과는 더욱 막대하다. 누가 TV에 한번만 입고 나와도 다음날 이면 길거리 여기저기에서도 볼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TV에 나왔다고 똑 같은 옷을 입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제품의 판매에 주력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더 신경을 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행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국민성을 들 수 있다. 서양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해서 남이 자신과 같은 옷을 입으면 불쾌 해하고 심지어 다신 입지않는 경우도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유행에 뒤처지는 옷을 입으면 대인관계에서도 움츠러 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PPL의 효과는 막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대중사회가 발전됨에 따라 유행을 따르는 사람이 증가하게 되었고 결국 현대인의 몰개성화와 획일화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면 다들 똑같아 보이는 모습에 실망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몰개성화는 개인의 독창성과 개성이 상실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창의적인 생각이 중단되고 다들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대중매체에 나온 물건이라고 무조건 좋다는 인식을 버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상품인지 따져보고 사는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