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동지역 일반계고 신설 토론회가 제주고 총동창회가 단상을 점거하는 등 실력행사를 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제주도교육청은 5일 오후 2시 제주학생문화원 소강당에서 '평준화 일반고 신설 소통과 공감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했다.하지만 토론회 전조부터 무산 분위기가 나왔다. 제주고총창회 50여명이 학생문화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고, 토론회10분 전에는 토론회장으로 들어섰다.
당초 토론회는 코로나19 때문에 99명으로 제한했다. 총동창회에서 "왜 못들어가게 하느냐"며 소극장으로 들어갔고,
곧바로 단상을 점거했다. 이후 '제주고 부지 내 일반계고 신설 결사반대' 구호를 50분 가까이 외치는 등 실력행사가 이어져 결국 이날 토론회는 무산됐다.
총동문회는 "임기 1년도 안남은 이석문 교육감이 갑작스럽게 제주고 부지 내 일반계고 신설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선거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교육감 낙선운동에 나서겠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동문은 "이번 토론회가 법적 근거가 있는 공청회인지, 아니면 토론회인지 교육청에서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만약 도민여론을 수렴하려 한다면 법적 근거가 있는 공청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문들은 "토론자도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서 반대하는 토론자는 1명 뿐으로 공정성을 상실했다"며 "토론회를 했다는 요식행위에 동참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제주고 학교운영위원장은 "2025년에 개교될 신설 고교는 우리 아이들이 다니지도 않고, 해당 사항도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제주고를 관통하는 25m 도시계획도로가 예정돼 있는데 학생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감은 현재 제주고
학생안전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제주고 동문들이 일방적인 반발에 대해 한 학부모는 "제주고 동문들의 입장은 공감하지만 제주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평준화고 신설은 해야 한다"며 "오늘 시간을 내서 왔는데 여러 분들이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토론회가 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50여분간 구호와 입장 등을 발표하면서 단상을 점거하자 결국 박희순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은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박 실장은 "오늘 이 자리는 도민들과 학부모, 제주고의 입장을 처음부터 들으려고 한 자리였다"며 "토론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 제주고 동문과 학부모, 학생들의 입장을 더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토론회는 연기 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제주고 총동창회 비상대책위와도 협의해서 토론회 일정을
잡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