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다. 날 밟거라. 난 너의 고통을 잘 안다. 너와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내가 이 세상에 왔지 않느냐? 너의 고통을 위해 난 십자가를 지지 않았느냐? 너의 삶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 그러니 나를 밟아라. 어서......."
며칠 전에 개봉한 영화 <사일런스>에 나오는 에수님의 음성이다.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사제로 온 생애를 걸었던 그분, 삶의 매순간마다 언제나 영혼 깊숙이 아로새겨졌던 그분의 얼굴,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착한 그분의 얼굴을 두고 '밟으라!'고 재촉하는 박해자들에 둘러싸여 갈등하는 사제에게 주님이 오랜 침묵을 깨고 들려준 음성이다
때문에 2시간 40분이라는 영화상영 시간 중에 이 장면은 그간 영화의 시작부터 그리스도인들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박해의 상황과 분위기에 압도되어 상처받은 그리스도인 관객의 비통한 마음을 쓰다듬는 주님의 위로이기도 하다
영화 <사일런스>는 이미 우리 신앙인들에게 잘 알려진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각색한 것으로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1976)>, <성난 황소(Raging Bull, 1980)>를 감독한 명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하였다
영화의 내용은 17세기 초 일본으로 선교를 하러 간 포르투갈의 신부, 로드리게스와 가르푸가 당시 극심한 박해의 상황 속에서 겪어야 했던 체험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사제로 이끌었던 선배이자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으로 선교하러 간 후 배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을 수도 없고 믿을 수 없다'는 생각 속에 일본 선교를 자원하여 어렵게 일본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 어떤 고통도 죽음도 두렵지 않았던 그들이 겪어야 했던 더 커다란 고통은 살벌한 육체적 박해가 아닌, 이런 모든 상황을 보시고도 여전히 침묵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인내'였다. 바로 그 인내의 끝에서 신부가 들었던 '주님의 음성'의 의미를 깊이 묵상해 본다면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열린 구조'를 지닌 영화이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누가 잘하고 못했는지 흑백을 가려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해석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이다. 관객과 직접적인 대화를 원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같은 맥락에서 열린 구조의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을 연출하였다. 이 영화는 예수님의 생애와 수난을 다루면서도 예수님에 대한 인간적인 묘사로 인해 '신성모독'이라는 거센 반발을 받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영화로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국내에서는 세월을 훨씬 뛰어넘어 2002년에야 개봉됐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30년 전 소설 <침묵>을 읽고 난 직후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 후 여러 차례의 시도를 했지만 마지막 '성화를 밟는 장면'과 '예수님의 음성'에 대해 영상으로 표현할 분명한 확신이 없어 망설이다가 오랜 세월 고민 끝에 마침내 확신을 얻게 되어 완성한 영화이다. '신을 향한 나의 속죄이자 울부짖음'의 마음으로 연출했다는 이 영화는 신학교 출신이었던 감독이 어쩌면 소명 의식으로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우선 이 영화는 열린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신자들에게 신앙에 대해 혼란을 줄 수 있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이 영화와 동시에 앤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함께 읽고, 또한 기도하는 마음으로 본다면 이 영화를 통해 이전보다 더욱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앤딩 크레딧에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인 우리가 무엇을 얻기 원하는지 그 의도를 다소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를 일본의 그리스도인과 사목자들에게 바칩니다. '보다 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서석희 요셉 신부 (홍보국장)
(전주교구 주보 숲정이 3월 5일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
첫댓글 성가대 형님들이랑 영화를 보고 왔겠지요..^^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주일, 시간과 여건을 허락하셔서 영화를 만날수 있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신앙의 본성이야말로 무엇으로도 변할수 없는, 뺏기지 않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너무 편하고 풍부하고 안일하게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불평 불만했던 일들이 부끄러웠어요..
지금 우리의 순교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신앙여정 안에서 가끔씩 물어보시는 질문에
'예'라고 응답하는 것이라고 어느 신부님께서 쓰신 글을 읽은 적 있어요.
신앙의 길을 걸어 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배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순간 순간 주님을 배반하는 모습에 주님 마음이
아프지는 않으실지.......
5년 전 본당 신부님과 함께 나가사끼 성지 순례 다녀왔어요.
성지 순례가 끝난 후 신부님께서 함께 갔던 교우들에게 '침묵'을 한 권씩 선물하셨어요.
성지 순례 직 후여서 가슴 뛰는 은혜 충만한 가운데 숨죽이며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영화가 기대되네요. 저도 보려구요.
평화롭고 행복한 한주간 만드세요. 사랑합니다.♡
@다솜이 영화관에서 곧 사라질지 모르니 빨리 꼭 보셔야 해요~~^^
(어느 장면에선가 꼭 숨이 멎으며 통하는 부분이 있을거예요..)
주님과 함께 은혜로운 날들 되세요♡
@반항아 차일 피일 하다 보면 놓칠듯 하여 오늘 4시 상영 예매했어요.
친구와 함께 다녀 오려구요.~~~
@다솜이 반항아님 덕분에 보고 싶었던 영화 잘 봤습니다.
어제 영화 보고 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영화 속의 기치지로의 모습이 내 안에 너무 많은 듯하여....
오늘 밤엔 잘 자고 싶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반항아님.^^*
@다솜이 맞아요. 기치지로의 모습...
장면 장면 여운이 계속 남아서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어요.
혼자서 신앙생활을 해왔던 시절들이 더 공감되기도 하구요..
주님안에서 평안함을 누릴수 있었던 이 기적같은 하루들에 감사드리며
다솜이님~ 편안히 주무시고 기쁜 새날 행복하게 맞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책으로 보고 마음이 무거웠어요. 지금도 전 이해하지 못해요
오래 전 읽은 책이여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 안에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제 친구와 영화 보고 돌아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약자를 책하고 벌하는 엄한 신이 아니라 상처입은 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배반자를 용서하는 자비로운 어머니같은 하느님"~ 이라 씌여진 귀절에 깊이 공감하며
그분이 매일의 삶에 저와 함께 하신다는 생각을 하니 위로가 되고 힘이 납니다.
그분께서 이끌어 주시리라는 굳은 믿음으로 그분께 의지하고 감사하며
주어진 신앙의 길 걸어가리라 다짐 해 봅니다.
시간 내셔서 영화 한번 보세요. 글라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