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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우리 몸의 활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겨울은 추위로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는 반면 몸을 움직이는 낮 시간이 짧아져 체력이 저하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계절의 변화로 떨어진 체력을 손쉽게 보충할 수 있는 식품으로 우유를 꼽는다.
◇겨울에 우유가 필요한 이유는
우유에는 단백질과 지방, 유당, 비타민, 미네랄 등 약 114가지의 영양소와 활성물질이 들어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는 시기에 우유는 유용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비타민D는 보통 일광욕과 야외활동을 통해 보충된다. 하지만 햇볕이 약한 겨울에는 피부가 비타민D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빛을 충분히 얻기 어렵다. 이때 비타민D를 쉽게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이 우유다.
우유에 들어 있는 비타민D는 칼슘을 골수로 운반해 뼈대가 성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식품연구원 김기성 박사는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줄면서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가 부족해질 수 있다"며 "우유를 마시면 몸에서 합성하지 못한 비타민D를 일정부분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유 한 컵(200mL)에는 '미국 골다공증 재단'이 권하는 비타민D 하루 권장량의 절반가량이 들어 있다.
◇숙면과 피부미용을 돕는 기능도
연구소에 따르면 우유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면역 기능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우유에 포함된 칼슘이 몸속에 축적되는 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유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긴 펩티드 성분은 혈액의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의 원인인 혈전을 예방한다.
연말 직장인들은 망년회 등으로 회식이 늘어나 과음과 폭식을 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려면 우유 한 잔을 미리 마셔두면 효과가 있다. 위에 포만감을 주어 술과 안주를 덜 먹게 된다. 우유에 있는 뮤신 성분은 위산으로부터 위벽과 위장 점막을 보호한다. 또 위벽과 위장 점막을 감싸 줘 음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
우유를 마시면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긴다. 잠자기 전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유에 있는 단백질과 칼슘 때문이다. 우유 단백질이 분해될 때는 중추와 말초 신경에 잠을 유도하는 '오피오이드 펩티드'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은 모르핀처럼 신경 안정과 진통, 체온 유지 효과가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숙면을 돕는다. 아이가 젖을 먹은 뒤 잠이 드는 것도 이 물질 때문이다. 뇌에 칼슘이 부족하면 우울증이나 초조감을 유발한다. 우유를 계속해서 마시면 신경을 가라앉히는 세로토닌이 만들어지면서 성격이 온순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철은 피부가 쉽게 건조해져 각질이 빈번하게 생기고 피부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우유의 지방은 피부 보습에 효과가 있다. 우유를 피부에 바르면 미세한 지방입자가 피부 표면에 달라붙어 피부가 습기를 머금고 촉촉해진다. 지방산은 피부에서 자라는 나쁜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피부를 깨끗하게 한다.
◇무조건 효능 맹신은 금물
예전에는 우유를 '완전식품'이라며 최상급 대우해 줬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팀 최근 어린이 3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이의 8%가 음식물 알레르기를 겪고 있으며 이 가운데 21%가 우유에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우유에 들어 있는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설사나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우유를 과도하게 마시면 비만과 빈혈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우유의 효능에 대한 과학자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우유가 무조건 건강에 좋고 질병을 치료해 준다거나 또는 그 반대의 주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우유도 편식하거나 과도한 섭취를 피하고 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양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우유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진실
우유는 계란과 함께 오랫동안 대표적인 완전 식품으로 꼽혀왔다. 우유에는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 등 무려 114가지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필수 식품처럼 돼 있다. 너무 '완전'해서일까? 우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이 마치 새로운 이론처럼 튀어나오곤 한다. '우유에는 항생제가 들어있다' '우유의 지방은 녹슨 지방이다' '동양인은 우유를 마시면 안 된다' 등이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우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본다.
우유 속에는 항생제가 들어 있다?
젖소는 집단 사육되므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젖소가 특별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다. 젖소가 잘 걸리는 대표적인 질병이 유방염. 유방염이 걸린 젖소의 젖꼭지로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이 항생제는 3일쯤 지나면 저절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다만 젖소마다 그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우유에 항생제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90년대 이후부터 시판되는 항생제에는 청색 색소가 들어가 있어 만약 항생제가 다 분해되지 않으면 우유 색깔이 청색으로 나온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문진산 박사는 "우유의 전체 검사비용 중 90%가 항생제 함유를 확인하는 데 들 만큼 신경 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산 흰 우유는 365일 눈으로 보고, 성분 검사를 하고, 온도를 재보는 것은 물론 세균이 몇 마리인지, 항생물질이 들어가 있는지 등을 전수(全數)검사하는 유일한 식품"이라고 말했다.
우유가 아이들 아토피의 원인?
식품의 단백질은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의 유력한 원인 중 하나다. 어린이들이 많이 먹는 우유(분유)도 알레르기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는 "장이 성숙되지 않은 아기가 너무 빨리 엄마 젖 외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 해도 모든 단백질을 차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당장은 알레르기 증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도 궁극적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장이기 때문이다.
아토피가 있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우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안 먹이는 것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어렸을 때 알레르기 질환을 앓았더라도 성장하면서 면역 기능이 좋아지고, 소화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생겨 알레르기 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유의 지방, 비만 일으키지 않을까?
일반 우유 1L에는 유지방이 30~40g 들어 있다. 이중 약 60%(18~23g)가 포화지방산이다. 포화지방산은 비만,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비만이 문제가 되는 나라에서는 지방이 1% 이하인 저지방 우유나 무(無)지방 우유 마시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박미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우유 섭취량이 적어 지방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비만, 고지혈증 환자라면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는 60℃까지 가온(加溫)해 지방을 줄이거나 제거하므로 맛은 약간 밋밋하지만, 일반 우유에 함유된 칼슘과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등 영양소는 대부분 들어 있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는 "생후 2년까지 아기들은 지방이 뇌 발달에 중요하므로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가 아닌 일반 우유를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소아 비만 등이 걱정되는 경우에는 두 돌이 지난 뒤부터 저지방 또는 무지방 우유를 먹이라고 권고한다.
초콜릿 우유는 나쁘고 흰 우유는 좋다?
우리가 먹는 흰 우유는 젖소에서 짠 우유를 135℃에서 3초 동안 살균하고 유지방을 잘게 부수는 균질 과정만 거친 것이다. 반면 딸기, 커피, 초코우유 등 가공유는 주로 지방을 제거한 탈지유 분말 가루에 과즙, 설탕 등을 첨가한 것들이다. 진현석 박사는 "흰 우유가 싫다면 딸기우유 등 가공유를 마셔도 단백질 등 영양소를 대부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 흰 우유에 비해 가공 우유에는 당(糖)이 많아 충치 등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