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고기다리던 설연휴 중의 진정한 휴일이 드디어 도래했습니다. 2주 전부터 작당 되었던 스케줄입니다. 공식적인 가족행사를 모두 마친 후의 사내들끼리의 뒷담화 대방출 모임이라고나 할까요. 아주 홀가분하고 신나는 스케줄입니다. 이 자리에서 만큼은 어느 집안의 아들이자 사위이며 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자리를 다 내려놓고 오직 사내녀석으로서의 구실에만 충실하면 됩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F4의 재림'이라고나 할까...죄송요.;;
어반나이프 델리(3층) 강변점/구의동, 서울
아내(며느리)들은 자기네들만 명절증후군에 시달릴 거라 생각합니다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그 며느리의 남편이면서 한 집안의 아들이자 사위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사내들도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아내와 남편으로서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를 뿐이죠. 갑판장은 이번 설에도 명절증후군을 아주 심하게 앓았습니다. 연휴의 첫날부터 뼈 없는 문어마냥 흐느적 거리더니만 오후에는 기어코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욱신욱신 화끈화근 몸살기는 기본이요, 옵션으로 평소 약했던 각 부위가 긴장이 풀린 탓인지 총체적으로 들고 일어나 난리부르스를 추는 통에 꼬박 이틀간 자리를 깔고 누워 죽다 살아났습니다. 안방에 연금되어 먹고, 자고, 앓았을 뿐인데도 뺨이 홀쭉해졌습니다. 오죽했으면 차례를 지내러 아내와 딸아이만 보냈겠습니까. 아마 며느리였다면 죽어 나자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시댁으로 갔겠지만 아들의 입장이라 굳이 무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편이 훨씬 더 더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3일째부터 차도가 보여 저녁무렵에는 자리를 차고 일어났습니다.
에궁...사설이 길었습니다. 각설하고...다른 사내들도 앞선 3일간의 설연휴가 그닥 평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모임에 참석하는 녀석들의 표정은 해맑았고, 그 표정을 보는 갑판장의 가슴 한 켠이 짠한 것이 울컥...'반갑다. 고생했다. 내가 안다.'
네 사내 중 한 사내의 강력추천으로 어반나이프 강변점에서 접선을 했습니다. 비록 모임의 허브격인 아우가 빠졌지만 이런들 어떻고 또 저런들 어떻습니까. 빠진 놈만 불쌍한 게지요. 그 자가 빠지니 자연스레 (덕수리 오형제에서)F4로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어반나이프는 독일스런 식육 및 식육가공품을 취급하는 곳입니다. 본점에 해당하는 강변점 1층은 메쯔거라이(Metzgerei, 식육 및 식육가공품 판매점=정육점스런)가 있고, 2층은 바베큐전문점, 3층은 델리로 운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태원의 '쉐프 마일리'나 해방촌의 '에델바이스'와 유사한 컨셉인데 좀 더 규모가 크고, 오스트리아인이 아닌 한국의 화사가 운영을 하는 프렌차이즈입니다. 적당한 비용(1~2만원대/인당)으로 적당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만 콜키지가 저렴(8천원/병당)하니 만일 가까운 곳에 있다면 와인 마시러 솔방솔방 드나들지 싶습니다. 검색해 보니 갑판장네선 강변점보단 상도점(숭실대 입구)이 훨씬 가깝습니다. 좀 더 독일(혹은 오스트리아)스런 풍취에 빠지고 싶다면 쉐프 마일리나 에델바이스를 추천합니다.
무교동 유정낙지 구의점/구의동, 서울
어반나이프에서 화이트, 레드 각 한 병씩 두 병의 와인을 맛나게 나눠 마신 F4는 자리를 옮겨 근처에 있는 무교동 유정낙지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집 역시 2주 전부터 미리 찜해 두었던 집입니다. 소세지와 햄, 학센 등을 먹고나서 맵콤한 걸로 입가심을 하면 딱 좋겠다 싶던 차에 어반나이프를 강추했던 자가 끄집어 낸 집입니다. 사실 그 자는 이 집보단 '개성만두요리전문점'의 푸짐하면서도 먹을만 한데 저렴하기까지 한 만두전골을 초초강력추천을 했습니다만 그건 순전히 그 자의 미련한 통큰식성인 게고, 속 좁은 갑판장은 소소하게 먹어야합니다. 오늘은 갈 길이 멀거든요. 그 대신 개성만두는 포장을 했습니다.
전작이 있었고 또 앞으로 갈 길도 멀기에 낙지집에선 낙지볶음만 두 접시 주문했습니다. 라고 할려다가 조개탕도 한 대접 주문했습니다. 그래도 자리값은 해야겠기에 말입니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딱 먹을 만큼 매운맛이 감도는 것이 술과 밥이 동시에 술술 땡깁니다. 갑판장이 한장 코파카바나에 드나들 땐(1980년대) 무교동에서 번성을 했던 낙지집들이 지금은 흔적만 남았습니다. 무교동 유정낙지도 이제는 압구정점이 본점역할을 한다니 나중에 거기나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이제는 딸과 사위가 그 맛을 잇고 있다는데 말입니다.
최가커피/화양동, 서울
화양동의 최가커피는 갑판장과 친구들이 엄지를 번쩍 치켜드는 로스터리 카페입니다. 등 따시고 배부른데 수다는 계속 이어 가야겠고 내가 있는 곳이 서울의 동쪽일 때 선택 가능한 첫번째 옵션입니다. 이 집에 대해선 '강구막회 다음카페'의 검색창에 '최가커피'를 입력하면 꽤 많은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만큼 갑판장이 애정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최가커피는 다음에 따로 소개를 하겠습니다. 명절 전에 아우한테 최가커피의 특별한 원두를 선물 받아 갑판장이 애정하는 또 다른 로스터리 카페 '커피예술'에서 쥔장과 함께 이래저래 요리조리 맛을 봤는데 그 맛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아바나의 밤(夜)을 맨입으로 만끽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F4/최가커피
모두들 명절을 쇠느라 고생했구만요. 아내슬하에서 열심히들 사시라요. 그리고 서열정리는 좀 해야 할 듯요. 犬만도 못 한은 안 되요. 그래도 犬보단 나아야지...요. 하기사 갑판장도 가정내 서열은 세번 째이구만요. 똥 묻은 개나 겨 묻은 개나 도찐개찐이네요.
(신당동)홍어집/흥인동, 서울
세 악귀가 일찍 귀가하겠다는 자를 붙들어 앉힌 곳은 그 이름도 유명한 (신당동)홍어집입니다. 오랫만에 방문 했습니다. 그 전엔 할머님이 따님과 둘이서 장사를 하셨었는데 현재는 따님과 영감님이 임무교대를 하여 따님은 사위와 파주에서 농장을 하고, 사위와 농장을 하시던 영감님께서 마나님과 합치셨나 봅니다. 할머님은 곧 구순이시고, 영감님은 이미 구순을 넘기셨답니다. 그런데도 참 정정하십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홍어집을 지키다 가시겠다고 천주님께 약속을 하셨답니다. 갑판장도 저래 강구막회를 지켜 나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아내와 함께 말입니다. 마누라가 싫어 할라나요?
F4/(신당동)홍어집
홍어에 양배추를 덮어 찜기 째 내주는 홍어찜이 일미(一味)이고,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을 법제하여 할머니가 담근 막걸리가 이미(二味)요, 막걸리를 발효시킨 초(醋)로 만든 양념장이 삼미(三味)이니 셋이 한자리에 모여야 비로서 신당동 홍어집 만의 맛이 발휘됩니다. 들어갈 땐 딱 한 주전자를 약속했는데 도저히 두번 째 주전자를 아니 시킬 수 없는 맛입니다. 사내들의 입에선 막걸리의 꽃내음이, 옷에선 홍어취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이 상태로 곧장 귀가를 해야 합니다. 향기를 폴폴 풍기며...
<누가봐도 F1,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아재는 '아저씨'를 낮추어 이르는 말입니다.
첫댓글 홍어가 눈 앞에 아른거리네!!!!
신길동 홍어명가에라도 함 가자구
늘 잘 보고 갑니다.. 이태원 셰프 마일리 자리에 다른 집이 들어와있더군요..T.T 확인해보심이..
옥수동으로 확장 이전을 했습니다.
@강구호 갑판장 아하.. 역시 파찌아빠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태원 가는 재미가 하나 줄긴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