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랑스에서는 자연 의학 또는 연성 의학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의학 방법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자연 의학이란 그 이름에서 보여지듯 수술칼로 찢고, 독한 항생제를 투입하는 전통적인 서양의 경성 의학에 반하여 만들어진 개념이다. 최근 들어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프랑스 의학계는 조용한 혁명을 맞고 있다.
오메오파티, 오리고테라피, 탈라소테라피 등 이전에는 생소했던 자연 의학 용어들이 이제는 프랑스인들에게 친군하게 다가오고 있고, 전통 의학 대신 자연 의학 전문의를 찾는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도대체 자연 의학이란 무엇인가?
자연 의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 '자연 의학이란 이거다'하고 딱 부러지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자연 의학으로 분류되는 방대한 분야 중에는 새롭게 생긴 분야도 있고, 오래 전에 이용했다가 다시 유행을 타는 분야도 있으며, 외국에서 수입된 분야도 있어 그드의 공통점을 찾아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플아스에서 '자연 의학' 하면 강한 약의 투입이나 수술 등으로 오는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 몸의 리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치료하는 의료 방법을 통칭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오메오파티와 오스테오파티 그리고 키네시테라피 등을 들 수 있는데 모두 프랑스에서 보편화된 분야이다.
1790년 독일 의사 한느만이 처음 개발한 오메오파티는 자연 의학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분야이다. 우리말로 하면 '유사 요법'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생체의 병적 반응과 동일한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치료한다는 것이 그 기본 원리이다. 100분의 1 단위로 희석된 극소량의 성분을 체내에 투입해서 몸 스스로가 어떤 병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항체를 만들어내거나, 때로는 병균에 저항할 수 있도록 체질의 근원적인 개선을 꾀하는 것이 오메오파티다. '어떤 사람에게는 해가 되는 성분이 어떤 이에게는 득이 될 수 잇다'는 원리도 도입하고 있어 오메오파티는 얼핏 우리 전통 의학의 사상체질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오메오파티는 특히 프랑스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다른 유럽 국가에도 널리 보급되어 있다. 가령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메오파티 약만을 이용하는 단골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메오파티는 이런 대중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양 의학의 정식 분야로 인정을 받지 못해, 의과 대학에서도 정식 과목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잇다. 단지 의과 대학과는 별도로, 전문의에 한해서 입학이 가능한 오메오파티 전문 학교가 있을 뿐이다.
비주류임에는 틀림없지만 프랑스에서 오메오파티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프랑스인 중 40%가 이 오메오파티 약을 이용하고 있다는 통계 발표에서 오메오파티의 대중적인 인기를 읽을 수 있다. 비단 환자 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오메오파티는 점점 큰 인기를 얻고 읶다. 순수하게 오메오파티만으로 처방하는 의사는 전국에 5,000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지만, 현재 프랑스 의사의 32%가 어떠한 형태로든 이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오메오파티 약품 전문 회사로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스의 부아롱 사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서도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고, 매년 고용을 늘리고 있을 정도이다.
마치 은단같이 생긴 좁쌀 모양의 신비의 알약, 오메오파티가 이토록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랑스 최대의 주부 생활 정보지 <프리마>는 여덟 가지 이유로 오메오파티의 성공을 설명한다.
첫째, 약이 독하지 않아 공격적이지 않다. 둘째, 조그만 알약을 혀 밑에 넣어 녹여 먹으므로 복용이 쉽다. 게다가 맛도 괜찮아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셋째, 빨리 작용하므로 긴급시에도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열이 날 때 복용하면 39도이던 열이 15분만에 36도로 내려간다. 넷째, 예방 차원에서 몸 조직의 자연스런 방어 체제 강화를 위해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감기 예방이나 알레르기 체질 개선, 성격 개조에도 효과적이다. 다섯째, 특히 어릴수록 잘 듣는다. 여섯째, 각자의 체질에 맞는 약을 고를 수 있다. 일곱째,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다른 일반약과는 달리 오메오파티 약은 자가 진단으로 처방전 없이 그냥 살 수 있다. 아예 두꺼운 오메오파티 의약 사전이 여러 종 있는데 모두 베스트셀러다. 여덟째, 약 자체가 화학 성분이 아니고 자연 성분이라 부작용이 없다. 따라서 임산부나 신생아들도 이 약을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장점과 뛰어난 효능에 힘입어 오메오파티는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국에도 이미 도입되어 있는 오스테오파티다. 뺘를 만져 치료하는 방법인데, 갓난아기 때 오스테오파티를 이용하면 큰 효과를 본다고 알려져 있다. 가령 분만시에 신생아는 자궁벽을 통과하면서 머리에 압력을 받으면 그 반작용으로 불면, 구토,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 쉬운데, 이럴 경우 오스테오파티로 뼈를 만지고 바로잡아주면 말끔히 치료된다고 한다. 갓난아기들을 한번쯤 오스테오파티 시술 의사에게 데려가는 것은 프랑스 부모들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다.
한편 뼈나 인대, 신경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키네시테라피이다. 이 방법은 사고 후 또는 출산 후 어긋난 몸의 균형을 되찾는 데 주로 이용되는 방법인데,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에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선천적으로 호흡기 질환을 가진 아이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라고 한다. 리듬감 있는 가슴 압박 마사지로 폐의 활동을 원활히 해주고 막힌 코와 가래를 제거해준다.
이러한 자연 의학의 분야는 실로 방대하다. 물론 오메오파티나 오스테오파티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이지만, 그 외의 요법들도 속속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가령 해수 요법이라고 불리는 탈라소테라피도 각광받는 요법 중의 하나인데, 바닷물이나 바다 진흙을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마그네슘, 철, 아연 등의 올리고 물질을 이용하는 올리고 요법도 치료를 목적으로 널리 이용된다.
자연 의학 중에는 특히 약초나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많아, 약초와 식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1998년 2월 자연 의학 살롱에서 약초 전시회는 가장 큰 관심을 끈 분야 중 하나였다. 약초를 이용하는 에르보테라피나 식물의 향으 이용하는 치료법 아로마테라피, 식물의 싹을 치료 목적으로 쓰는 제마테라피 등은 모두 식물을 이용하는 자연 의학 요법이다. 최근에는 약초를 이용해 만든 부작용없는 약품들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는데, 복용이 간편한 캡슐 형태로 개발되어 널리 보급되고 있다.
자연 의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고려 인삼이나 홍감도 인기 품목의 반열로 올라섰다. 이전까지는 무시되었던 동양 의학이 서서히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휴양 도시로 알려진 남프랑스의 니스에는 유명한 침술 학교가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푸른 눈의 침술 전문 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파리 시내에도 침술 시술 의사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중국에서 들어온 레플렉스테라피도 관심을 끄는 자연 의학 분야 중 하나다. 이것은 일종의 발 마사지 요법인데 어린 아이에게도 실시할 수 있고, 소화기, 감기, 수면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자연 의학 요법들은 오늘날 프랑스인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1998년 2월 5일부터 9일까지 파리의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열린 '자연 의학 살롱' 때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 것은 프랑스인들의 자연 의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신뢰를 입증한 예이다. 국립 의료 보험조차 자연 의학 요법에 대해서도 보험 적용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자연 의학이 민방이나 민간 요법 차원이 아니라 또 다른 과학적인 의학 체계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자연 의학 요법들은 서로간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 의학 또는 연성 의학이라는 하나의 분야로 분류되고 있다. 방대한 체계의 자연 의학은 무엇보다도 부작용이 없는 근원적인 자연 치료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200년 전 장 자크 루소의 외침이 프랑스 의학계에서 조용한 혁명으로 되살아나고 잇는 듯하다.
자료 출처 : <프랑스 실업자는 비행기를 탄다>(최연구 지음, 삼인 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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