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제 - 무기체계]
반값 예산 '와일드 캣' 선정 충격…떨고 있는 무기들
FX-3차 선두주자 F-35는 경쟁력 급강하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 캣’ 선정 충격파…웃고 있는 무기vs 떨고 있는 무기
‘성능이 기준만 넘으면 경제성을 더 본다’.
지난 15일에 발표된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 캣 선정에 깔려 있는 기조다.
선정 과정을 주시해 온 관측통들은 ‘웬만하면 성능이 좋은 비싼 무기를 구입한다’는 지금까지의 기조에 변화가 올 조짐으로 해석한다.
그렇게 되면 줄곧 우위를 지켜오던 ‘좋지만 비싼’ 미제 무기가 ‘적당한 성능, 적당한 가격’의 다른 무기로 대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조만간 ‘웃게 될 무기’와 ‘떨고 있는 무기’가 생길 판이다.
예산과 현실의 차이가 큰 해외 도입 4개 무기와 대규모 예산이 들어갈 국내 개발 3개 무기사업 등 7개 대형 무기의 상황을 짚어 본다.
“전투기가 없다! 전투기가 없다!” 202?년. 공군 작전사령관이 절규한다.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수도권이 불바다가 된 이즈음. 공군기가 출격해 북한군 목표물을 파괴한다. 그러나 북한 공격이 가열되고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은 공군작전사령부에 추가 출격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전투기가 없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장면은 만일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가능하다.
보잉사ㆍ유로파이터사는 미소
한ㆍ미 연합군의 작계5027에 따르면 개전 초기 일주일간 한국 공군이 맡은 표적 공격엔 최소 500기의 전투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 공군 예비역 소장은
“현재 추세라면 2020년대 한국 전투기는 320~350대 수준”이라고 말한다.
공군은 F-4, F-5 노후 전투기를 포함해 2020년까지 250여 대의 노후 전투기를 퇴역시킨다.
이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2012~2021년 FX-3차 사업으로 차기 전투기 60대를 구입한다. 예산은 8조3105억원. 공군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성능과 비용 문제가 엉켜 있다.
지금까지 기종 경쟁은 록히드 마틴의 F-35 스텔스기,
유로파이터, 보잉사의 F-15/SE가 경합을 벌였다. 그중 F-35가 발군이다.
전직 공군 참모총장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갖고 있는 북한을 저지하려면 스텔스 기능이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 스텔스기인 유로파이터와 스텔스 성능이 약한 F-15/SE가 들어간 이유는
스텔스 기능을 군작전요구(ROC)로 정하면 경쟁 자체가 되지 않아 2011년 군이 기준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텔스 기능이 앞선 F-35가 대세여서 경쟁은 물 건너간 듯한 분위기였다.
문제는 가격이다. 계획대로 3개 대대 60기를 도입하려면 F-35는 13조~15조원,
유로파이터는 11조원, F-15/SE는 10조원이 필요하다.
현재 예산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예산 규정상 20% 범위의 증액은 가능하지만
그래도 제일 저렴한 F-15/SE에 못 미친다.
현재 예산대로라면 F-35는 36기, 유로파이터는 44기, F-15/SE는 48기를 살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필요 대수엔 못 미친다. 그래서 결정은 미뤄졌다.
박근혜 정부에선 성능과 부족한 예산 싸움에 ‘복지예산 확보’라는 변수가 더해져 양상이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아예 새판을 짤 것인가’ 아니면 ‘성능을 택할 것인가’.
성능만 보면 F-35이지만 너무 비싸다.
F-15/SE나 유로파이터에 대해선 ‘스텔스도 아닌데 왜 사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보잉사 관계자는
“상황이 바뀌면서 F-15/SE가 가격 경쟁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풀어 있다.
‘희망 따로, 현실 따로’ 대형 공격헬기
서해안은 북한의 기습 공격에 취약하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킨 북한 4군단이 포진해 있다.
장산곶 후방엔 70여 대의 공기부양정으로 무장한 특수부대가 있다.
야음을 타고 기습하면 경기도와 인천은 몇 시간 내에 불바다가 된다.
이런 기습 공격을 막는 부대가 대형 공격헬기다.
그 역할을 미 2사단 아파치부대의 공격헬기 72대가 맡아 왔다.
작전계획 5027에서는 공지합동전을 수행하는 핵심 전력이다.
그런데 그중 48대가 2004년부터 연차적으로철수했다.
이에 대형 공격헬기 36대 구입사업이 긴급 추진됐다.
헬기 대대장 출신인 한 예비역 중령은 “북한 특수부대를 막고 전면전시 공세적 방어작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핵심 전력으로 육군은 20년 동안 대형 공격헬기 구매를 숙원사업으로 진행해 왔지만 지연이 거듭돼 왔다”고 말했다.
사업 예산으로 1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그런데 육군이 ‘바라고 바라는’ 미 보잉사의 아파치 헬기 36대의 가격은 3조원이다.
경쟁기인 벨사의 AH-1Z나 아구스타사의 T-129 공격헬기 가격도 2조5000억원 내외다.
이에 따라 ‘적게 사거나 성능을 낮춰 좀 더 싼 것’을 구입하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아파치 헬기의 핵심 장비인 롱보우 레이더를 빼서 가격을 낮추거나 훨씬 소형인 T-129를 도입하는 방법 등이다. 그런데 이럴 경우 필요한 작전능력을 갖추기 어렵다.
거기다 ‘예산 삭감’ 요구가 추가되면 성능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반값 예산’ 고고도 무인정찰기
“현재 운용 중인 금강정찰기는 높이 날지 못해 사각지대가 많고,
정찰시간도 짧아 공백이 많으며, 탐지 거리도 짧아 북한 내부를 깊숙이 못 본다.”
정보 분야에서 근무한 한 예비역 준장의 말이다.
‘고고도 무인기사업’으로 미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15년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한국군의 단독 작전능력 확보를 위해 북한 내부를 깊숙이 정찰할 수 있는 핵심 정보자산의 확보는 필수다.
문제는 한국이 예산을 4800억원으로 정했지만 미국은 1조원 이상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핵심 기술을 보호하겠다며 괌의 미군기지에서 한·미 요원이 공동 운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자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2012년 하반기 “글로벌호크가 너무 비싸고 운용조건이 까다로워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글로벌호크를 포기하고 현재 개발 중인 중고도 무인기로 방향을 돌려 예산을 절약하고, 이를 고고도 무인기로 개량하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고도 무인기는 현재 기술적 난관에 직면해 있어 이를 고고도 무인기로 성능을 높이긴 어렵다는 것이 기술진들의 평가다.
그래서 군은 글로벌호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결국 최종적으론 ‘적당한 가격, 적당한 품질’과 ‘비싸고 고급인 글로벌호크’의 경쟁구도가 짜일 가능성이 높다. 와일드 캣 상황의 재판이다.
‘공군의 희망’ 공중급유기
“2010년 가을, 보직 신고차 청와대를 방문한 공군참모총장은 면박을 당했다.
총장이 ‘공중급유기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내 임기 동안 다시는 그런 언급을 하지 말라’고 질책했다.”(공군 예비역 장성)
그러나 공군은 ‘전투기 전력의 축소를 극복하는 경제적 대안 중 하나가 공중급유기 도입’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전투기가 더 많이 무장할 수 있다.
돌아올 연료 부담 없이 무기를 잔뜩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전 뒤 공중 급유하면 된다.
한 공군 조종사는 “공중급유기가 대기 중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적진에 침투한 조종사들의 마음은 안정된다”며 “공중전 때 연료 부담 없이 마음껏 고기동할 수 있어 격추율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의 한 업체 관계자는 “급유기는 전투기의 작전 운용능력을 20~30% 높인다”고 말한다.
급유기는 공군 전투기 전체에 걸쳐 전력지수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한국 공군의 전투기 350대를 100여 대 늘린 효과를 준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공군이 희망하는 급유기 4대에 1조4000억원 이상이 든다.
무기 예산 감축기조가 점쳐지는 박근혜 정부에서 급유기사업이 생존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김병기 객원기자·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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