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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와 이대호의 연봉조정신청은 프로야구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이제는 이 숙제를 야구계가 슬기롭게 풀어야할 차례다(사진=롯데) |
롯데 이대호의 연봉조정신청 패소 후유증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이대호는 “법정 소송까진 가지 않겠다”며 일단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구단 승소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KBO 연봉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반발, 법정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은 “조정위의 구성과 심사가 공정하지 않았기에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대호 건과는 별개로 헌법소원 및 규약 효력정지 임시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계는 “KBO 연봉조정신청이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제2, 제3의 이대호’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야구해설가도 “구단과 선수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현행 연봉조정신청제도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며 “그래야 진정한 중재가 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춘추>에서 KBO 연봉조정위원회가 어떻게 ‘조정’돼야 하는지 야구계의 의견을 토대로 대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이번 이대호 연봉조정을 통해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리인 제도를 살펴봤다.
5명의 연봉조정위원회, 문제는 없었나 지난해 연봉조정신청을 냈던 이정훈은 시즌 종료와 함께 롯데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연봉조정신청 선수 가운데 유일한 승자였던 LG 유지현도 대가는 컸다. 선수에게 연봉조정신청은 이겨도, 져도 손해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보장된 당연한 권리가 사장돼선 안 된다. 지금의 당연한 권리가 후대 선수들에겐 '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사진=롯데)
KBO 야구규약 제75조 [조정위원회 구성]엔 ‘총재가 조정신청을 수리했을 때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조정위원회는 총재가 따로 구성한다’고 적혀 있다.
롯데와 이대호가 연봉조정신청을 제기했을 때 유영구 KBO 총재는 야구규약에 따라 곧바로 연봉조정위를 구성했다. 5명의 조정위원은 KBO 이상일 사무총장, 최원현 KBO 고문 변호사,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박노준 전 히어로즈 단장, 한양대 김종 교수 등 5명이었다.
조정위원으로 선정된 모 야구 인사는 “KBO에서 ‘조정위원 선정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KBO가 보안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스포츠춘추> 취재 결과, KBO가 조정위원 선정을 두고 보안에 신경 쓴 건 사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안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부에선 “롯데 고위관계자가 연봉조정에 앞서 조정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구단이 어렵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청탁성 전화를 했다"고 말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롯데는 이미 조정위원의 명단을 입수했다는 뜻이다. KBO의 보안이 누군가에 의해 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 조정위원은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야구계는 “이미 누가 조정위원이 될지 예감한 상태에서 보안은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다”고 말한다.
한 야구인은 이대호 연봉조정신청 전 “지난해 롯데 이정훈의 연봉조정 때 참가한 인사들이 그대로 뽑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이었다. 지난해 이정훈과 올해 이대호 연봉조정에 참가한 위원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같은 이들이었다.
보안이 깨진 것도 문제지만, 원론적으로 조정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선수협에선 “5명의 조정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친(親) KBO, 친 구단’ 인사”라며 “이런 식의 일방적 구성에서 선수가 이기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과 최원준 KBO 고문 변호사는 KBO와 직접적인 관계인 이들이다. 박노준 전 히어로즈 단장은 구단 경영자였다. 구단과 선수가 동시에 제기한 연봉조정신청이라면 선수 측 의사도 공정하게 다뤄줄 인사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조정위엔 선수 측 의사를 대변할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사회가 양쪽의 다른 입장을 대화와 타협으로 조정하는 상식적인 사회임을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조정위는 우리 사회의 흐름과는 다소 반대 지형에 있던 셈이다. 지난해 이정훈의 연봉조정 패소 후 선수협은 KBO에 “구단과 선수가 조정결과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연봉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을 외부인사로 하고, 구단과 선수 측 추천인을 동수로 정하여 누가 보더라도 객관성이 담보되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KBO는 지난해 조정위원들을 올해 고스란히 뽑아, 그들에게 또 연봉조정을 맡겼다. 지난해 패소 판정을 안긴 위원들이 다시 선정됐을 때, 그것도 선수 입장을 대변할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이대호와 선수협이 조정위의 조정결과를 납득할 리 만무하다.
모 조정위원은 “조정위원들끼리 몇 시간이 넘는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며 “토론 중 일방적으로 롯데 편을 들은 조정위원은 아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조정위 구성이 어느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구성됐다는 평가에 대해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포츠춘추> 취재결과, 애초 조정위에선 조정위원 만장일치로 롯데 승리를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상일 KBO 사무총장이 “조정위원들의 의견이 3(구단)대 2(이대호)로 나뉜 만큼 있는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 조정위 회의결과를 ‘3대 2 구단 승리’로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 조정위원의 말대로 조정위의 토론은 어느 한 쪽을 편들지 않고, 공정했을지 모른다. 이 사무총장이 만장일치 대신 있는 그대로 발표하자고 설득한 것도 공정한 조정이었다는 자신감이 배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정위가 더 공신력을 얻고,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신뢰감을 주고자 했다면 조정위 구성이 더 사려깊었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야구계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진 않았을 것이다.
구단, 선수 입장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조정위를 만들자 프로야구는 전국민의 스포츠다. 이제 전국민의 스포츠답게 보다 성숙할 필요가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앞으로도 연봉조정신청은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정위 구성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미 메이저리그에선 구단과 선수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조정심판이 열린다. 조정심판엔 3명의 심판관을 비롯해 구단과 선수 에이전트 등 총 10명가량이 참가한다. 연봉 조정관은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함께 동의한 인물로 결정한다. 공정에 신경썼기 때문이다.
조정결과도 구단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다. 지금까지 구단이 285차례 이겼지만, 선수가 승리한 것도 201차례나 된다. 양측이 이해할만한 인적 구성이 이뤄진 까닭일까. 조정결과가 나오면 양측 모두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한다.
일본프로야구는 어떨까. 일본은 일본야구기구(NPB) 연봉조사위원회가 담당한다. 과거엔 NPB 커미셔너와 센트럴리그, 퍼시픽리그 회장 3명이 위원이 돼 조정을 해왔다. 하지만, 2009년부터 야구협약 위반 등을 조사하는 NPB 조사위원회에서 연봉조정을 맡기 시작했다. 연봉조정위원은 한국처럼 커미셔너가 임명하는데 총 3명이다.
현재 NPB 연봉조정위원은 구마자키 가쓰히코 NPB 고문변호사와 이시즈카 히사시 변호사, 호리우치 쓰네오 전 요미우리 감독이 맡고 있다. 한국처럼 연봉조정신청 때마다 선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선정이 돼 있는 상태다. 다시 말해 공개적으로 활동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봉조정위원의 인적구성을 두고 일본프로야구선수회도 불만이 많다. 구단과 선수 쌍방의 주장을 공평하게 다루려면 구단과 선수 측을 대변할 인사가 1명씩 포함돼야 하는데 순전히 NPB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본선수회는 미 메이저리그처럼 구단과 선수 측 입장을 반영할 인물들을 연봉조정위원으로 선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셈이다.
사실 한국과 일본의 연봉조정신청은 미 메이저리그 야구규약을 참고로 했다. 제도 자체도 미 메이저리그에서 따왔고, ‘3년 이상이 된 선수에게만 조정신청 자격’을 부여한 것도 미 메이저리그 규약을 베꼈다. 하지만, 정작 미 메이저리그에서 시행하는 ‘구단과 선수 동수의 연봉조정위’ 구성은 한국과 일본 모두 외면하고 있다.
앞으로 구성될 연봉조정위는 구단과 선수 측의 의견을 대변할 1명씩을 참여시키는 게 타당하다. 야구계는 “리그 운영의 주체인 KBO와 구단, 선수 측 인사 1명씩 총 3명과 야구규약에 정통한 법률가와 구단과 선수가 동의한 인사 1명씩 참가하는 5인의 연봉조정위를 구성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KBO, 구단, 선수 측 인사는 문제가 없지만, 야구규약에 정통한 법률가와 구단과 선수 모두가 동의한 인사 1명은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야구규약에 정통한 법률가는 최원준 KBO 고문 변호사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변호사가 조정위원으로 뽑혀도 이의제기가 덜한 것이었다. 만약 최 변호사가 KBO 고문 변호사라, 부담스럽다면 다른 인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야구계의 몫이다. 구단과 선수 모두가 동의하고 존경하는 인물 역시 야구계가 찾아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연봉조정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참에 야구계가 새로운 인물을 찾는다면 연봉조정위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의 발전에도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단, 선수에게 동일한 양식의 근거자료를 제시하자 연봉조정신청의 후유증을 딛고 롯데와 이대호는 우승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사진=롯데)
“구단이 정확한 연봉근거 자료를 제시한 반면, 이대호 측의 준비자료는 ‘영’ 부족했다. 왜 자신이 7억 원을 받아야 하는지 산출 자료가 빈약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 효과, 마케팅 효과만을 나열하지 말고, 구단의 연봉 고과자료를 토대로 성의있게 작성했다면 아마도 우리는 이대호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어느 조정위원의 말이다. 그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대부분 조정위원은 “이대호 측의 준비자료가 구단보다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구단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정위원들이 중요 자료로 삼은 연봉 고과평가는 구단의 대외비로, 이대호가 이를 구할할 순 없었다.
되레 이대호가 자신으로 말미암은 구단 홍보 효과와 유니폼 판매 등 마케팅 효과를 <연봉조정신청 근거자료>로 제시한 건 그런 자료가 요즘 시대의 연봉산출 근거자료로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대호의 생각이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인지도 몰랐다.
정작 중요한 건 이대호가 어떤 자료를 제출할지 기준이 제시된 바 없다는 데 있다. KBO는 롯데와 이대호의 연봉조정신청을 접수하면서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말했을 뿐, 어떤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여러 두뇌가 모인 구단에 비해 혼자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이대호로선 난감한 일이었다. 선수협이 도와주긴 했지만, 선수협 역시 어떤 자료를 내야 하는지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모 조정위원은 “이참에 조정위에서 근거자료의 일정한 양식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구단과 선수가 제각각 근거자료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양측이 함께 일정한 양식에 맞춰 근거자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정위원은 “그래야 조정위원들도 일목요연하게 양측의 주장을 검토할 수 있고, 구단보다 절대적으로 자료 준비가 서투를 수밖에 없는 선수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구단 ‘대외비’인 연봉 고과자료를 선수가 활용할 수 있다. 설령 구단이 제공하지 않아도 정해진 양식에 맞춰 최소한 연봉 고과자료에 준하는 데이터를 선수 측에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측의 근거자료가 어느 정도 비슷해지고, 조정위원들의 판단도 그만큼 수월해진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양측에 동일 양식의 근거자료를 내도록 했을 때 과연 선수 혼자 이걸 작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직 선수들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 자료를 다뤄본 적이 없는데다 자칫 여기에 눈을 팔다간 개인훈련은 고사하고, 한 시즌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외는 누가 선수의 근거자료를 작성할까. 미 메이저리그는 선수 대신 에이전트가 작성한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에이전트, 즉 대리인이 작성해 제출한다. 한국처럼 선수가 직접 하거나, 선수협이 도움을 주는 일은 없다.
대리인제도, 언제까지 미룰 건가
![]()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유명한 대리인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 이승엽의 대리인이기도 하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지난해 모 선수의 실제 연봉협상 과정이다. 구단 관계자와 이 선수가 마주한 시간은 10분 남짓. 이 가운데 7분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데 소비했다. 정작 연봉협상과 관련한 대화는 3분이었다.
이렇듯 연봉협상 시간이 적은 데는 이유가 있다. 선수와 구단의 계약은 당사자들이 일대 일로 만나 협상하는 대면계약의 형태지만, 선수 대부분이 협상 노하우가 없을 뿐 아니라 세부적인 법률조항을 자세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은 “구단 프런트야 협상의 달인이지만, 선수들은 운동만 하는 통에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복잡한 데이터와 온갖 자료를 분석해 자신의 적정 연봉을 정확히 파악하고 싶어도 선수 대부분이 자료를 구할 수 없는데다 그럴만한 시간적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권 총장은 이러한 선수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선수를 대신해 연봉협상을 주도할 대리인(에이전트)제도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수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구단과 연봉협상을 진행하는 대리인제도는 미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선 평범한 제도다. 한국프로야구도 대리인 제도가 명문화돼 있다. KBO 야구규약 30조엔 ‘선수가 대리인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하지만, 10년 넘게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리인제도가 자리 잡으면 미국, 일본처럼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할 것이란 구단들의 우려가 시행을 지체시키는 가장 큰 이유다. 과연 그럴까.
일본은 2000년 12월 4일 니혼햄 파이터스 구원투수 시모야나기 쓰요시(현 한신)가 처음으로 연봉 협상테이블에 대리인을 대동한 이후 대리인이 선수 연봉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대리인 없이 계약 교섭을 하는 선수가 드물 정도다. A급 선수라면 대리인에게 교섭을 맡긴 채 자신은 훈련에만 매달리는 게 관행이 됐다.
물론 일본 대리인들도 구단 측으로부터 ‘악덕 업자’ 취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구단도 이제는 대리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우려와는 달리 선수들의 몸값이 큰 폭으로 뛰지 않았고 선수와의 관계도 이전보다 원만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계약을 둘러싸고 잡음이 벌어지지 않아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고, 구단 역시 여론의 지탄을 받을 일이 생기지 않아 양자가 이익이었다.
NPB는 대리인을 변호사로만 한정하고 변호사 1명이 선수 1명만을 담당하도록 한다. 선수회도 [대리인 보수 가이드라인(외국인선수 계약은 예외)]을 두고 변호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챙기지 못하도록 한다.
![]() 일본프로야구 대리인의 보수액 |
실제로 일본 대리인들은 1명의 선수만 대리해야 하는데다, 1억 엔 이상의 고연봉을 받게 해줘도 보수가 고작 1%에 지나지 않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승엽의 대리인으로 유명한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는 “간혹 (대리인) 보수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며 “그럴 때면 ‘힘들게 노력한 선수들이 주는 보수인 만큼 1엔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다’고 대답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일본프로야구의 대리인제도가 미국의 에이전트와 다소 성격이 다른 까닭도 있다. 미 메이저리그 에이전트가 계약뿐만 아니라 선수의 일정 관리, 초상권 보호, 세금관리, 대 언론 상대 등 연예기획사의 매니저적인 요소를 상당 부분 포함한다면, 일본의 대리인은 구단과의 계약 교섭만을 담당한다. 그 외는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사가 따로 일을 맡거나 선수가 알아서 한다.
일부 구단들이 염려하듯 “대리인이 선수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우려는 일본의 예에선 찾을 수 없다.
물론 전체 프로야구선수 가운데 연봉 7천만 원 이하 선수가 무려 72.7%나 되는 상황에서 ‘과연 대리인제도가 꼭 필요하냐’는 의문이 생길 만하다. 선수협도 이전까지 그 점을 고민했다.
하지만, 최근 선수협은 “선수들이 야구에만 전념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고,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대리인제도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선수협은 내년부터 KBO와 구단이 반대해도 대리인제도를 강행할 방침이다. ‘제2의 이대호’가 생기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반면 구단은 대리인제도가 “시기상조”라며 어떤 대리인과도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자세다.
대리인제도를 슬기롭게 활용한다면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원활한 연봉조정신청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롯데와 이대호의 연봉조정신청이 야구계에 남긴 숙제는 하나다. 구단과 선수가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드는데 머리를 맞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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