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Liberal Democracy는 Free and Democratic Order가 아니라, 북한 사회주의의 거울상으로써의 반공주의(Anti-Communism)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현존 헌법상의 표현이 유신헌법에서야 등장한 사실이 저의 생각을 뒷받침 해주었구요.
https://cafe.daum.net/shogun/TAp/104631
그렇다면 진정으로 자유는 무엇인가? Free and Democratic Order에서 Free라는 만두피에 어떤 만두소를 대신 채워넣을 것인가?
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이 인터뷰 영상과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라는 책에 담겨있는듯 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마이클 센델의 과거 저서를 새로 개정하여 출판된 책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H6S_kZg7Pw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속에서 자유주의(Liberalism)는 사실 서로 상반된 두가지 의미로 이해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19세기와 20세기의 시민 공화주의적 자유였고, 또 하나는 현재의 자유주의적 자유라고 합니다.
자유주의적 자유란 한마디로 개인들이 자신들의 욕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상태가 자유로움(Liberal)이라고 여기는 철학으로써 소비주의적 자유라고 합니다. 자유주의적 자유에서 개인은 곧 소비자라고 전제됩니다.
시민 공화주의적 자유란 한마디로 개인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자치(Self-Govern)가 이루어지는 상태가 자유로움(Liberal)이라고 여기는 철학이라고 합니다. 시민 공화적 자유에서 개인은 곧 시민으로 전제됩니다(그러나 미국의 시민 공화주의적 자유가 시민의 범위를 백인으로 협애하게 구정했던 과거도 존재했음). 샌델 본인은 '다원주의'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다원주의(Pluralism), 그 중에서도 로버트 달의 후기 다원주의에 가까워 보입니다.
첨언하자면, 로버트 달의 후기 다원주의의 문제의식은 겉보기에는 모든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속에서도 금권력의 정도에 의해 참여의 정도와 점유도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버트 달의 방법론은 현학적이라기보다 실증주의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 무게를 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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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이클 샌델이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 무엇이냐를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2차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시민 공화주의적 자유는 개인을 소비자라고 전제하는 정책과 학설들로 인해 잠치 지유주의적 자유로 대체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자유주의(Liberalism)의 의미가 대체되었던 겁니다. 그것도 협소한 의미로 말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트럼프 현상도 설명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중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샌델 신간의 원제는 '민주주의의 불만'임). 그 불만이 무엇이냐 혹은 그러한 불만 자체가 정당하고 타당한 것이냐에 대해서 온갖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샌델은 미국 대중의 불만은 자신들이 제대로 된 발언권을 가지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는 점애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겁니다. 한마디로 현존 미국 민주주의는 대중 일반의 자치(= Demos + kratia)가 아니라 소수 금권력을 가진 일부가 미국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과두정(= Oligarchy)으로 느꼈다는 겁니다. 철학의 차원에서는 중립을 표방하는 시장원리가 시장외의 영역들에서도 적용된 결과, 정치철학을 협애화시키며 대중일반의 기본권을 협소하게 해석하도록 만들었고요.
이러한 지점에서 미국 민주당은 미국 대중에게 거만한 엘리트에 불과했던 겁니다. 트럼프주의자들을 한심한 인간들(Basket of deplorables)로 운운한 힐러리 클린턴처럼요. 막상 대중의 사회경제적 문제는 해결해오지 못했으면서 거만한 작태만 보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보여왔고요. 그래서 과거 블루컬러의 지지를 받던 민주당과 대졸 화이트컬러의 지지를 받던 공화당의 지지패턴이 정반대로 바뀌었다고도 합니다.
트럼프주의자들은 결코 혐오적 정서에 의해서만 트럼프를 지지해온게 아니었다는게 샌델의 시각입니다. 미국 대중은 40여년간 실질임금의 정체를 겪어 왔으나 10% 가량의 소수들은 대부분의 경제성장의 산물을 누렸습니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에서도 트럼프주의자들의 분노는 어리석고 정당하지 않은 것이냐, 그동안 민주당은 무엇을 했느냐는게 샌델이 우리에게 던진 반문입니다.
그 외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대한 지점에서는 일단 우리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근본적 원인을 알아내는게 최우선 과제이며, 미국 민주주의가 절대적인 답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그렇듯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더 나은 길을 모색해나가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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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중요한 지점을 말해주고 있는 인터뷰와 책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기록해두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