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냇골 통신 - 가을에 쓴 시 모음
쇠냇골 통신 97 - 정탐
가을이 정탐을 왔다 오늘 비 그치고 소슬한 바람 간지러울 때 점령군 같았던 폭염이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절 소나기에 제압당한 여름의 끝, 거짓말같이 가을은 쳐들어 올 것이고 올겨울 나는 다시 이 폭군을 그리워할 것이고 지금 나는
예정된 이 몰락이 슬퍼졌다
2010. 8. 27
* 心思를 알 길이 없다. 미워한 독재자의 몰락도 우리는 연민하니까, 벌써 한여름이 그립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직 땀띠도 아물지 않았는데...) 해명할 수 없는 가난의 습성,
쇠냇골 통신 112 - 바닷게
외계의 방문자가 날아온 행성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퇴행한 후손인지 몰라, 어디 내장된 항법장치와 숨겨 놓은 비밀번호가 있을 걸
저 頭像과 걷는 모습 좀 보아, 영락없는 우주선이라니까 저 자세로 오늘도 바다와 육지에서 지구의 정보를 본부로 打電하는지 몰라
2010. 10. 18
쇠냇골 통신 115 - 산막이옛길*에서
직립보행을 하던 우리가 車 때문에 퇴화하는 두 다리를 염려한다 오로지 健脚을 위하여 걷는다 이 무리들을 위하여 복원한 산막이옛길, 관계자에겐 미안하지만 詩가 나오지 않는다 급조된 길, 그래서 그 길을 갔던 사람처럼 가지지 않는 길, 거기 사는 사람들은 별로 소용없을 길, 시멘트로 포장한 길이 싫었고 종일 고적했을 산촌의 주민에게 미안하다
어릴적 책가방 메고 산 넘어가던 그 길은 어디로 갔는가, 산막이옛길을 걸으면 주막거리에서 한양 가는 선비와 보부상을 만나고 어디 으슥한 곳 있어 이벤트로 산적 한 무리 출몰할 줄 알았다 혈거시대 유물같은 호랑이굴은 더 쓸쓸하고 이름표를 달고 있는 連理枝 실감이 없다
걷기 위해 일부러 온 길, 직립보행을 위하여 주차는 먼 곳에 하는 것이 옳다
2010. 10. 25
* 전국적으로 알려진 충북 괴산의 '산막이옛길'- 이날 우리詩 문학탐방 행사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한적한 옛길을 걸어볼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 일행이 도착하면서 부터 무너졌다. 길을 메우며 오르고 내리다 洞里의 주민들께 미안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주민들에게 폐 끼치는 만큼 어떤 도움이 되는 사업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이 넘치는 쉼터라든가, 아주 상업적이지 않은 특산품 매장 같은. 주최 측이 기획하고 있는 詩木 건립 사업에 기대를 해본다
쇠냇골 통신 118 - 거미의 生에도 텔레파시가 있다
한때 아내가 생리를 하면 내게도 생리현상이 왔다는 말을 당신이 믿을까, 그때 내 곤고함을 용케도 감지하는 내 어머니의 신통력을 당신이 동의할 수 있을까
지구촌 내 작은 영토에서 열대야를 지나며 이런 날 나는 무엇을 간절히 빌며 도달하지 못하는 文字를 날렸다
거미의 生에도 텔레파시가 있다는 글을 읽는다 오늘 내가 사용한 말의 가벼움이여,
2010. 11. 1
* 다시 11월, 남국의 눈부신 햇살과 깃발처럼 날리던 야자수가 불현듯 그립다. 마음이 허전하면 쪼르르 앞마당에 닿아 있는 바다로 나가 문자를 날리던 그날이 그립다
쇠냇골 통신 233 - 가을
여름이 退位를 준비하고 있을 때 문득, 저 감나무들은 어떤 사명감에 불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彩色도 채색이려니와 섬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서 읽어줄 감나무의 시를 써야할 것이었다
감나무는 仲保일 뿐, 햇살과 바람과 흙이 가을의 시를 쓴다
2011. 8. 27
쇠냇골 통신 236 - 추석 전야
마당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서른이 넘었다고 하고 누구는 오십이 되었다고 하고 금년에도 세월은 이렇게 오고 갔다
돌아보아야 측량할 수 있는 세월, 익숙한 얼굴이 사라지고 車만 늘어났다
2011. 9. 11
쇠냇골 통신 238 - 가을이 오기 전에
여름내 P.C 앞에서 시를 읽었다
폭군 같았던 여름, 나는 겨울에 폭염을 그리워 할 것이고 가을이 오기 전에
오늘은, 종이로 만든 시집을 사러 책방에 나가야 겠다
2011. 9. 17 밤
쇠냇골 통신 239 - 분꽃 사리
분꽃 사리는 까맣다
해가 뜨면 일제히 꽃문을 열던 나팔수들의 임무가 끝나자 한 果씩 견고해졌다
언덕에 聽衆은 없고 여름내 나팔수들은 車소리만 들었다
다시올 봄에 환생을 위해 봉인된 분꽃 사리를 내 房으로 수습했다
2011. 9. 23
* 아침에 분꽃 씨앗을 한 웅큼 거두었다. 이 안에 길없는 길이 있고, 유전자가 봉인된 분꽃 사리- 한동안 가슴 속에 맴돌던 가을의 시가 떠오른다.
작은 完成을 들여다 본다.
쇠냇골 통신 308 - 가을이 왔다
지난 여름 인사하며 지내던 분꽃과 채송화, 차로 이동하면 보이지 않았다
도시의 섬에서 감나무는 감의 시를 쓰는 중이고, 화초들은 까만 사리를 수습 중인데
일요일엔 걸어가서 너를 만나고 싶다
2012. 9. 22
쇠냇골 통신 312 - 다시 가을,
나도 해를 따라 하루에 한번씩 公轉하며 내 안의 나는 自轉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간섭하며 나는 이 예정과 관계를 맺는다
다시 가을이 왔음으로 나는 가을의 시를 쓰고 가을의 언어를 생각한다
이 生에 두 개의 週期가 있다
2012. 10. 19
쇠냇골 통신 313 - 감자와 사과
가을은 약탈의 계절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는데
이 가을, 지하에 저장한 울퉁불퉁한 저 감자 한 톨과 지상에 저장한 저 사과 한 알을 감사하지 않고 먹을 수 없다
한 生, 한 포기 식물에게도 어찌 辛酸이 없으랴
2012. 10. 24
쇠냇골 통신 317 - 11월 아침,
안개 자욱한 11월 아침, 少年으로 돌아간 나는 등교하는 중학생들 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람, 소녀에서 숙녀까지 이어진 그 사람이 생각났다
전화도 귀하던 시절, 그때는 걸어가서 만나고 冊과 편지와 우정이 성장의 기록이었다
내가 지금 아이로 부르는 저 무리, 그때의 나도 세상의 길은 하나 밖에 없는 줄 알았다
꽤 조숙한 편지를 썼던 그 소년이 언제 60을 넘었다 그 사람도 벌써 할머니 되어 있을라,
2012. 11. 10
* 집사람은 마음이 넓은 사람이므로, 이 글로 인하여 筆禍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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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
첫댓글 쇠냇골의 가을들이 첩첩이 쌓였군요. 이 가을도 즐겁게 지내시기를-----
선생님, 가을이 창밖에 당도하였습니다.
여름 동안 안부도 드리지 못하고 다시 환절기를 맞았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_()_
가을의 서정을 흠뻑 들이킵니다.
감사합니다, 시향 가득한 가을을 맞으시길....
안년하신지요?
덕분에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었습니다.
안부도 전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가을이 쳐들어 왔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요즘 조금 덮는 듯 해도 이제 가을 입니다, 곧 동산 시인님 말씀 같이 여름 폭군이 그리울 때가 곧 올 것입니다.
그간 안녕하셨지요.
가을에 만나는 한 생의 가을이 아름답습니다.
분꽃 씨앗이 여물 듯 여문 시의 낱알들 꼭곡 다시 씹으러오려구요.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세요.
이곳 양주에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오다가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아니면 호월인의 시처럼 보수 우익들이 무서워 적화야욕을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가을이 다시 손짓하는데 가을시가 써지지않아
동산님의 가을시에 제 가슴을 적셔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