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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성월과 성모신심 이해
1. 5월은 성모성월입니다. 왜 5월이 성모성월로 정해진 걸까요?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합니다. 꽃의 여왕인 장미가 만개하는 계절이기도 하죠. 가톨릭교회는 이 가장 아름다운 달 5월을 하느님의 어머니요 교회의 어머니이시며 천사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봉헌하였습니다. 따라서 각 본당에서는 성모성월 한 달 동안 공동 묵주기도를 바치고 특별히 하루를 정해 ‘성모의 밤’ 행사를 갖습니다.
한편 성모성월인 5월은 전례적으로 여느 달에 비해 성모 마리아 축일이 많은 달입니다. 13일은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이며, 24일은 예부터 도움이신 마리아 축일로 지내왔습니다. 또 31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로 지내고, 예전에는 모든 은총의 중개자이신 마리아 축일로도 지냈습니다.
성모성월의 유래와 역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옛 로마인들과 게르만 민족은 5월이 되면 겨울 악신을 몰아내고 풍년을 기약하는 다산신(多産神) 축제를 거행하였습니다. 이 민간의 전통적 미신 행위가 자연스럽게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성월로 정착이 되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로마의 태양신 축제일(12월 25일)이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게 된 것과 같습니다.
신자들의 이런 신심이 점점 커져서, 중세 때엔 스페인 카스티야 왕 알폰소 10세(1221-1284)는 5월의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성모 마리아를 통해 얻는 영적 풍요로움을 결부시켜 5월을 성모 마리아께 기도하는 달로 지낼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렇게 5월 성모 신심이 신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되면서 5월이 되면 성모 마리아께 꽃다발을 바치거나 찬가를 불렀으며, 성모성월을 뜻있게 지내도록 도와주는 신심 서적들도 발간되었습니다.
17세기 말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부근에서 5월을 성모 마리아께 봉헌하는 성모 신심 단체가 생겼으며, 나폴리 지역에서는 5월 한 달 동안 매일 저녁 성모님께 찬미가를 바치고 성체강복을 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하였습니다. 로마에서는 예수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성모성월을 지냈고, 19세기에 이르자 이런 관습은 온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확산되었습니다. 특별히 교황 비오 9세가 1854년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교리를 선포하면서 절정에 이릅니다.
결국 교회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5월의 성모신심을 바오로 6세(1963-1978)께서 1965년 성모성월에 관한 회칙 「5월」을 발표함으로써, ‘성모성월 신심을 평화를 위한 기도 수단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마리아를 더욱 공경하며 이 영적 선물도 더욱 풍부히 받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성모성월은 이렇게 신앙인들의 자발적인 신심행위가 교회의 공식적인 전례 안에 정착되게 된 사실이 큰 의미를 지닌다 할 것입니다. 본래 백성의 소리는 하느님의 소리라 하였습니다(Vox Populi, Vox Dei). 이렇게 오래된 5월의 교회의 성모 신심 전통을 열심한 마음으로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2.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성모님에 대한 교리는 어떤 것이 있나요?
가톨릭교회의 4대 교리(천주존재, 삼위일체, 강생구속, 상선벌악)가 있듯이, 성모님의 4대 믿을 교리가 있습니다. 성모님을 공경하는 가톨릭 신자라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A.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가톨릭교회에서는 1월 1일을 ‘천주의 거룩하신 어머니(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교의가 선포된 것은 에페소 공의회(431) 때입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신앙인들은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테오토코스)’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콘스탄티노플 대주교 네스토리우스는 사람에 불과한 성모님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스도는 본래 하느님이시셨지만 사람이 되신 분입니다. 그리고 성모님은 그리스도께 인성만 주셨지 신성을 주신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어머니이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이 하나가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기에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서 떼려야 뗄 수 없이 한 몸이 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 안에서 신성이 인성과 결합하여 하나가 되었는데 신성의 어머니는 될 수 없고 인성만의 어머니가 되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는 어떤 때는 하느님이시고 어떤 때는 사람이신 분이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이시면서 동시에 사람이신 분입니다.
신성과 인성이 한 번 결합되면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모님이 비록 인성만 주셨지만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낳으셨기에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 불러도 같은 그리스도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어머니’라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 지칭하셔도 ‘하느님의 아들’이란 뜻을 포함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영혼은 하느님으로부터 오고 육체는 부모로부터 온다고 말할 때 부모를 육체만의 부모라고 하지 않고 그 사람 전체의 부모라고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교의적으로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 선포하면서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은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가 되었음을 천명한 교리가 ‘하느님의 어미니’인 것입니다.
B.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 교의는 에페소 공의회(431)에서 공인되었고, 제2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553)에서 공식적인 믿을 교리로 선포됩니다.
성경에 ‘예수님의 형제들’(마르 6,3)이란 구절이 나온다고 하여 개신교 일부에서는 성모님께서 평생 동정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일부에서는 성모님께서 평생을 동정으로 사신 것이 우리 신앙에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회 초기에 이 교리가 선포된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성경에서 ‘예수님의 형제들’이 나온다고 하여 놀랄 것이 없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사용하던 아람어는 형제와 사촌이나 이복형제 등을 모두 같은 히브리 단어(아흐)로 사용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이 롯을 부를 때도 그랬고(창세 13,6), 야곱의 외삼촌 라반이 야곱을 부를 때도 그랬습니다(창세 29,15). 신약에서는 그 아람어를 희랍어, ‘아델포스’로 번역하여 기록하였는데, 이 단어는 ‘육신의 형제, 동족이나 동포, 친한 동무, 그리스도인 상호간’에 형제란 의미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한 구절을 가지고 성모님의 동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성모님의 평생 동정이 중요한 것은 교회를 상징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는 에페소서 5장에서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요 남편으로,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요 아내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 몸의 지체입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됩니다.’ 이는 큰 신비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두고 이 말을 합니다.”(에페 5,30-32)
한 머리는 한 몸을, 한 남편은 한 아내를 가집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정배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셨다면 이미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남편이 없는 어머니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또 다른 남편 요셉과 자녀를 가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 사제나 수도자들이 동정생활을 하는데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시고 낳으셨던 분이 동정을 지키며 사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성모님은 순결한 하느님의 신부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을 또 남편으로 맞아 두 남편을 둘 수 있겠습니까? 성모님의 평생동정은 물리적인 순결의 문제를 넘어서서 하느님과 결합되어 한 몸을 이루는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의 모델이십니다. 수도자들이 그리스도의 정배로서 동정을 지키는 것처럼 성모님 또한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순결한 동정성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C.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무염시태[無染始胎])’ 교의는 1854년 비오 9세에 의해 선포되었고 12월 8일을 그 축일로 지냅니다.
이 교리는 성모님의 발현에 의해 계시되었는데, 1830년 프랑스 파리의 카리타스 수녀원에서 ‘카타리나 라브레’수녀에게 발현하신 성모님이 당신의 원죄 없으심을 알려주셨고, 1858년 루르드에서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하시어 당신의 무염시태 교리를 확증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 신심이 180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오랜 세월 교회 내에서 믿어져오고 토론되어오던 신심 중 하나였습니다.
성모님의 원죄 없으심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성경구절은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은총’은 ‘죄’와 반대말입니다. 은총이 가득하다는 말은 죄가 없다는 뜻이고, 죄가 많으면 은총이 끊깁니다. 반면 은총은 죄를 없애고 영원한 생명을 주는 하느님의 선물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은사의 경우는 범죄의 경우와 다릅니다. 사실 그 한 사람의 범죄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은혜로운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15)
인간이 죄 때문에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죄를 없애고 은총을 회복시켜주시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내려오신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면 성령의 은총으로 잉태되시는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사람이 하나도 없기에 성모님은 인간 구원을 위해 처음부터 죄에 물들지 않도록 보호되신 분입니다.
비오 9세 교황은 성모의 무염시태 교리를 선포하시며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Ineffabilis Deus)이라는 회칙에서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지극히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그녀의 잉태 첫 순간에 전능하신 하느님의 단일한 은총과 특전으로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미리 입어 원죄의 물듦에서 깨끗이 보호되셨다”
만약 성모님이 죄가 있으셨다면 예수님도 그 인성을 취하셔야 했기 때문에 죄에 물들 수밖에 없으셨습니다. 따라서 인류구원을 위해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흠 없는 제물로 태어나시도록 순결한 몸을 지닌 어머니를 또한 미리 마련하셔야 했던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마리아는 이미 ‘세상 창조 이전부터’ 아버지께서 강생 안에서 당신 아들의 어머니로 ‘뽑으신’ 분으로 현존하신다.”(교황 요한바오로 2세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 8항)
D. (육신을 지니시고) 승천하신 마리아
가톨릭교회는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냅니다. 이 교리는 1950년 비오 12세에 의해 반포되었습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 또한 교의로 선포된 것이 얼마 안 된다고 하여 근래에 나온 교리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교리를 포함하여 몸으로 부활하시어 하늘로 승천하셨다는 교리 또한 초세기부터 기억되어 온 교회의 전통적 신심이었습니다.
이 교리는 앞의 세 개의 성모교리를 종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천주의 모친)가 되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시기 위해서 성모님은 ‘흠도 티도 없으셔야 하고’(무염시태) ‘평생 하느님을 참 신랑으로 죄에 빠지지 않았어야’(평생 동정) 합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에 떨어지고 받은 벌 중에 하나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창세 3,19: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즉, 몸이 썩는 것 또한 죄의 영향인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기 이전 상태이기에 몸이 썩을 필요가 없으신 분입니다. 그리고 그 몸을 받으신 그리스도께서 하늘로 승천하셨다면 성모님께서 그 몸으로 이 지상에 묻혀계셔야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성모님이 이 승천은 바로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어 주님을 모신 참 성전이 된 우리들이 미래에 어떻게 구원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영광의 모델입니다. 우리 육체도 마지막 날에 모두 부활하게 될 것입니다(요한 5,29: “선을 행한 이들은 부활하여 생명을 얻고 악을 저지른 자들은 부활하여 심판을 받을 것이다.”).
성모님처럼 당신을 하느님의 종으로 여기고 당신 뜻대로가 아닌 오로지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헌신함으로써 우리 또한 성모님의 승천의 영광에 참여하려는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3. 우리가 직접 예수님께 기도해도 되는데, 왜 굳이 성모님을 통해 기도해야 하나요?
예수님에게 약점은 바로 어머니입니다. 그만큼 어머니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도 어머니 때문에 첫 기적을 행하게 됩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그 사람의 뜻을 따라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가장 큰 약점은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어머니인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성모님을 통한 기도가 예수님께 직접 하는 기도보다 더 힘이 크다고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하지 않으시려 던 첫 기적을 성모님의 청으로 이루어냈기 때문입니다.
에스델서에 나오는 에스델 왕비는 자신의 백성을 위해 목숨을 걸고 페르시아 왕에게 간언을 합니다. 왕의 약점은 바로 에스델 왕비입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기에 가장 기쁘게 해 주고 싶은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왕비는 왕의 사랑을 받는 덕분에 이스라엘 온 백성을 죽음으로부터 구하게 됩니다.
성모님께서 승천하신 이유도 바로 예수님 바로 옆에서 우리를 위해 중재하시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성모님께 청하면 성모님은 그리스도께 우리가 청하는 것들을 기필코 얻어주실 것입니다.
성모님 옆에 바짝 붙어서 떨어지지 맙시다. 예수님은 성모님 앞에서는 어떤 힘도 쓰실 수 없는 어린이처럼 되십니다. 어린이가 “엄마, 엄마!”하면 엄마가 알아서 다 챙겨주는 것처럼, 성모님께 계속 반복되는 기도인 묵주기도를 바지면 우리 어머니께서 알아서 다 챙겨주실 것입니다. 예수님께 가까이 가기 위해 성모님보다 더 빠르고 확실한 길은 없습니다.
- 수원교구 복음화국 제공
첫댓글 성모님의 원죄없으심에 대해 이 글을 통하여 비로소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오월의 눈부신 햇살 아래서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의 자녀로서 주님의 자녀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원죄없으신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