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시장 생선가게에 진열된 ‘갈치’를 보면,
마치 은빛물결나는 칼을 보는 것 같다.
프랑스어로 갈치를 ‘사브르sabre’라고 한다.
‘sabre’를 불한사전에서는, ‘검劍’과
‘펜싱 종목의 하나’라고 풀이 한다.
펜싱에는 플뢰레, 에페 그리고 사브르
총 3종의 세부종목이 있다.
이를 구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공격의 유효면을 보는 것이다.
플뢰레가 몸통,
에페가 전신,
사브르가 몸통과 팔까지 포함한 상체이다.
또, 플뢰레와 에페는,
찌르기만 유효하지만,
사브르는,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점수로 연결된다.
펜싱에서 쓰이는 용어로
‘뚜쉐Touche’가 있다.
번역하면, ‘닿았다, 맞았다,
찔렀다’정도의 의미다.
펜싱은, 찌른 사람이 아니라,
찔린 사람이 ‘뚜쉐’라며 손을 들어
점수를 주는 시합이었다.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이라고 하여,
‘신나게 이기는 법’만 알고
‘멋있게 지는 법’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이겨야 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 승리를
독점하고, 우쭐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이진(시인)의 ‘갈치’라는 시,
“죽어서야 한번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검劍이 되었다.”
도 있다.
물 속에서 헤엄칠 때는 휘저으면서
날아다니던 칼이, 죽어서 가만히 누워있다.
우리는 이기기보다, 질 줄 알아야,
“제대로 멋진 펼칠 수 있는 검”이
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카페 게시글
생명의 언어
‘갈치’
상현 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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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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