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부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인 ‘원숭이두창’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4일 기준 총 19개 나라에서 131건의 감염 사례와 106건의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발생 국가는 호주·벨기에·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영국·미국 등이다. 포르투갈·스페인·영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체코·슬로베니아·아랍에미리트·호주에서도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주로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밀접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때문에 이번처럼 짧은 시기에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사례는 드물다. 또 최근 집단 발병은 중·서부 아프리카로 여행을 다녀온 이력이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더욱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사망자는 없지만 각국에서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예방·확산 방지에 나섰다. 영국·벨기에·독일에서는 원숭이두창 감염자에게 3주간 강제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질병관리청은 “해외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기일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검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국 시도의 보건환경연구원으로까지 검사체계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밝혔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공기를 통한 감염 우려가 적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관리청(CDC) 관계자는 “호흡기 전파가 주된 감염 루트가 아니다”며 “확산세는 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원숭이두창 백신은 ‘MVA-BN’과 ‘테코비리맷’이다. 각각 2019년과 2022년에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이외에도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이 제조한 ‘지오네스’가 있는데, 최근 독일이 4만회분을 주문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원숭이두창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람에게는 주로 체액, 침방울, 오염된 침구류, 피부 상처 등을 통해 전파된다. 증상에는 열·근육통·피로·오한·부어오름과 함께 수두와 같이 빨간 반점이 손등·얼굴에 퍼지는 발진이 있다. 2∼4주간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최단 5일에서 최장 21일 정도로 긴 편이다. 1970년 콩고에서 첫 인체감염 사례가 발견됐고, 2017년엔 나이지리아에서 172명이 대규모로 감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