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살고싶은 곳 - 산수 좋은 곳에 세운 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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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1.07. 06:30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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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곳
산수 좋은 곳에 세운 누정
16세기는 지방에서 중소지주 신분에 있던 많은 선비들이 곳곳에 정자를 지었던 시기이다. 정자들은 제각기 주변 경관에 맞추어, 또 주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지어졌다. 특히 연산군에서 중종 대에 이르는 시기에 정자 건립은 그 절정을 맞았다. 정치세력간의 권력다툼이 벌어지자 많은 선비들이 정계진출을 단념하고 고향에 내려가 여생을 보내면서 정자를 지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송나라 때의 대학자 주자에게서 비롯되었다. 주자는 무이산에 들어가 무이정사를 세워 은거하면서 아홉 구비 경승지를 찾아 「무이구곡도가(武夷九曲道歌)」를 지었던 것이다. 퇴계 이황 역시 도산서당을 짓고 그곳의 자연 경승을 배경으로 시조 「도산십이곡」을 지었다. 그는 선비들의 정신자세를 세속적 권세와 비교하면서, “저들이 부유함으로 한다면 나는 인(仁)으로 하며, 저들이 벼슬로 한다면 나는 의(義)로써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켰다. 선비의 마음가짐은 부와 귀의 세속적 가치를 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음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그 뒤로도 서경덕은 개성의 화담(花潭)에, 남명 조식은 지리산 자락에, 율곡 이이는 황해도 해주의 석담(石潭)에 정자를 지어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러한 전통이 자연스럽게 17세기로 이어져 송시열은 괴산의 암서재에서 「화양구곡(華陽九曲)」을 남겼고 김수증(金壽增)은 지금의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영당동에 복거할 땅을 마련한 뒤, 농수정사(籠水精舍)를 지었다. 그 후 그는 송시열과 함께 유배되자 그곳을 곡운(谷雲)이라 이름 짓고 「곡운구곡(谷雲九曲)」을 만들었다.
누정(樓亭)은 누각과 정자를 함께 일컫는 명칭으로 사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룻바닥을 지면에서 한층 높게 지은 다락식의 집이다. 이규보가 지은 「사륜정기(四輪亭記)」에는 “사방이 확 트이고 텅 비어 있으며 높다랗게 만든 것이 정자”라는 설명이 나온다. 또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누정조’에 의하면 누정은 루(樓), 정(亭), 당(堂), 대(臺), 각(閣), 헌(軒), 재(齋)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본래 그 명칭들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16세기 선비들에게는 그런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재’는 수신 또는 개인적인 학문 연구공간으로서 사방을 벽으로 둘러싼 폐쇄적인 형태이며, ‘정’은 길 가던 사람이 잠시 쉬어 가는 공간이고 ‘당’은 터를 높이 돋우어 우뚝한 모습의 건물이다. 또한 정사(精舍)라는 명칭도 있는데 이것은 후진들을 모아서 학문을 강론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병산서원
‘누정’은 누각과 정자를 함께 일컫는 명칭으로 사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룻바닥을 지면에서 한층 높게 지은 다락식의 집이다.
한편 누각은 누관이라고도 하며 대개 높은 언덕이나 바위 혹은 흙으로 쌓아올린 대 위에 세우므로 대각 또는 누대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누각은 경복궁에 있는 경회루일 것이다. 『서울 육백년』(김영상 지음)이라는 책을 보면 “경회루에서는 사신을 위한 연회나 여러 신하들과의 연회 이외에 혹 친시도 베풀어졌고 혹은 무예를 권장하기 위해 관사(觀射)도 열렸으며 출사에 따른 친전연(親展宴)이 베풀어지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경사스러운 회연이 자주 있었다. 또한 부처님께 기도드리는 기불독경(祈佛讀經)이 행하여졌을 뿐만이 아니라 연못가에서 비가 오기를 기원하던 기우제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관수루
누각은 누관이라고도 하며 대개 높은 언덕이나 바위 혹은 흙으로 쌓아올린 대 위에 세우므로 대각 또는 누대라고도 부른다.
그 외에도 진주의 촉석루(矗石樓), 밀양의 영남루(嶺南樓), 안동의 영호루(嶺湖樓), 남원의 광한루(廣寒樓),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평양의 부벽루(浮碧樓) 등이 이름난 누각이다. 한편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평창의 청심대(淸心臺), 평양 모란봉의 을밀대(乙密臺) 등은 하나의 건물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 일대의 누정까지를 가리킨다.
회룡대
누정은 경승지에 풍류를 곁들인 휴식공간으로 특별하게 지은 건물이다. 지형이 높고 사방이 탁 트여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지었다.
정자는 그 규모가 작은 건물을 말하는데 ‘대’와는 달리 건물에 벽이 없고 기둥과 지붕만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경상도 함양을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가운데쯤에 방 한 간을 들여 휴식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지어진 정자가 함양의 농월정(弄月亭: 2003년 가을에 화재로 소실), 거연정(居然亭), 담양의 환벽당이나 명옥헌을 비롯한 여러 정자들이다. 이러한 정자는 대개 놀거나 풍류를 즐길 목적으로 지어졌는데 정각 또는 정사라고 부르며 산수가 좋은 곳에 세운다. 사(榭)역시 높은 언덕이나 대 위에 지은 정자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정자는 대부분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의 큰 암반을 주추로 삼는 경우가 많아서 가을 초입이나 봄날이 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계곡을 수놓은 암반의 움푹 파인 구멍을 씻어내고 막걸리 한 말을 먼저 부은 다음 봄에는 진달래나 찔레꽃을. 가을이면 노란 감국이나 쑥부쟁이, 그렇지 않으면 꽃 중에서도 기품이 있고 고상하다고 정평이 난 구절초를 띄우면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술이 될 것이다. 거기에다 찹쌀가루로 화전을 만들어 먹으면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가치를 지니면서 동행한 사람들의 품위를 한 단계씩 격상시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안 식영정
담양의 식영정은 그림자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의 정자이다. 소나무 숲이 아름답고 푸른 광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므로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한 꽃놀이를 할 수 있는 대표적 정자로 경남 함양군 서상면의 화림동 계곡 일대에 있는 정자들과, 봉화 닭실마을의 석천정사를 들 수 있다. 정읍시 태인면의 피향정(披香亭)은 연꽃이 아름다우며,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담양의 식영정은 푸른 광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므로 시원하기 이를 데 없고 연꽃이 만발한 덕진공원의 취향정도 그윽한 정취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어디어디가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운치가 있고 경치가 압권인 장소는 동해 바다를 끼고 있는 관동팔경이라 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산수 좋은 곳에 세운 누정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1 : 살고 싶은 곳, 2012. 10. 5.,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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